실시간 주차 예약 서비스 ‘파크히어’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파킹스퀘어’팀에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500Startups) 체험기를 기고해 주셨습니다. 해당 기고는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월요 주간 회의, 배치미팅(Batch meeting)
500스타트업에는 월요일에 500스타트업 멤버들과 배치에 속한 스타트업 멤버들이 모이는 시간이 있습니다. 일종의 주간 회의인 거죠. 마침 저희가 도착한 날이 월요일이라, 배치 미팅에 참석해 일주일간 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배치 미팅 내용
- 500스타트업 오피스에서 진행되는 멘토 특강 공지
- 배치에 속한 스타트업들의 한 주간 진행 상황 공유
- 배치 생활에 대한 주의 사항
- 각 팀의 멘탈 관리를 돕는 어드바이스. ex) 작은 목표를 먼저 설계할 것, 부담감이 크게 느껴질 때 먼저 집중할 사항을 상담 통해 함께 극복할 것. 배치메이트들과 서로 도울 것 등
- 배치에 속한 몇 스타트업의 피칭과 그에 대한 피드백
배치 미팅에서 스타트업들이 각 팀의 상태를 상당 부분 오픈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가령 데이브가 월매출은 얼마인지, 현재 회사를 몇 개월 유지할만큼 자금이 남았는지 등을 거수로 묻자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손을 듭니다. 한 팀이 상당한 액수의 월매출에 손을 들자 혹시 사람 안 구하냐는 농담이 나옵니다. 거수가 끝나면 데이브가 펀드레이징을 받아야하는 타이밍과 일반적으로 받는 투자 수준을 알려줍니다. 500스타트업에 속한 팀들은 한 공간에서 서로를 하나의 사례로 참고하며 ‘현실 감각’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몇 팀의 3분 피칭에 대한 데이브 맥클루어의 피드백도 인상 깊었습니다. 목소리가 작으면 안 들린다 소리치고 서론이 길어지면 지루하니 핵심으로 넘어가라 소리치며 발표자를 강하게 압박합니다. 쭈뼛거리는 발표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말라(Don’t be afraid of negative interaction)’고 하네요. 일종의 내면 훈련을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잘하는 사람에게는 또 쿨하게 칭찬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억나는 데이브의 조언은 다음와 같습니다.
피칭에 대한 데이브의 조언
- 핵심은 ‘당신의 고객군 / 매출 / 성장률 / KPI / 강점 / 다른 팀과의 차별점’ 등이다. 투자를 받기 위한 발표에서 스토리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토리’라고 사업을 결심한 사연 같은 붕 뜬 이야기를 하라는 것 아니다. ‘NO FRAUD.’
- 길이는 짧을 수록 좋다. 피칭에서는 ‘뭐 했고 / 뭐 할 거고 / 이걸 증명할 사실들’을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최대한 짧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라. 30초 이내로 끝내면 완벽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팀은 없을 거다.
- 투자자들은 발표자가 두려워 말하지 않는 부분을 안다. 매출같은 중요 내용이 빠지면 상대가 캐치하고 물을 것. 묻지 않더라도 그 부분을 캐치할 것이고 이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인 팩트를 이야기해야 신뢰가 가고 흥미를 끌 수 있다.
- 추가로 시장 크기 / 지금 직면한 문제 /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 / 마케팅 계획 등을 이야기하면 좋다.
피칭이 끝나고, 이번에는 데이브가 배치에 속한 팀들에게 지난 한 주동안의 500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합니다. 침묵이 흐르자 서로 의견을 주고받지 않으면 미팅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듣는 이들을 강하게 압박합니다. 그러니 슬금슬금 500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인력풀에 개발자가 부족하다, MBA가 있는 인력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 등 의견이 나옵니다. 이렇게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 1시간 가량의 짧고 굵은 주간 회의가 끝납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선순환 구조를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멘토 특강
500스타트업 팀멤버와 외부 연사가 자신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멘토 특강은 일주일에 5번 정도 있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추수감사절이 껴있어 멘토 특강은 일주일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보탈랩스(Pivotal Labs)의 PM인 에디슨 허디 (Addison Huddy)에게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대해, AWS(아마존웹서비스)의 비즈니스 디벨로퍼인 데이브 샤펠(Dave Schappell)로부터는 스타트업을 위한 AWS의 혜택과 스타트업 구인 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00스타트업 팀멤버이자 펀드레이징을 담당하고 있는 팀 채(Tim Chae)에게는 자금 조달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멘토에게 1대 1로 밀착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500스타트업의 네트워크에 조언이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는지 확인한 뒤, 따로 면담 신청을 하면 됩니다.
BATCH 9의 스타트업들
배치에 오며 가며 배치에 속한 스타트업 멤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다양한 서비스가 많아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이집트에서 온 아누크
이들 중 세 명의 창업자와 나눈 대화를 정리해 봅니다. 우선 이집트 출신 아누크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가?
죽은 사람을 위한 미디어/플랫폼(Elwafeyat.com)이다. 서비스 이름은 아랍어로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걸어놓는 사진 이름이다. 10달 전에 MVP를 만들고 2달 전에 런칭했다. 한 달에 40.000명이 가입했고 현재 7,000명이 메일 구독을 하고 있다. SNS보다는 한 단계 나아가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죽은 이를 위해 사진을 올리고 크라우드 펀딩도 할 수 있다.
왜 서비스 시작했는가?
기존에 없던 서비스라 비즈니스 기회라고 보았다. 중동 뿐 아니라 전세계로 진출하고 싶다.
배치에 들어오기까지 거친 과정?
이집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만들고 운영을 시작했다. 시드 머니는 받은 상태로 500스타트업에는 이집트 컨퍼런스에서 만난 데이브 덕분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는 곳은?
자전거로 20분 걸리는 곳에 렌트해 살고 있다. 총 3명이 함께 살고 있다.
500스타트업의 좋은 점?
좋은 네트워크. 500스타트업의 Name power는 굉장하다. 이집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비스를 입증받기도 좋다. 내가 하는 서비스가 일반적인 비즈니스는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의 멘토링이 중요하다. 또, 사업이 매우 구체적이 된다. 주요 지표를 설정해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전에는 모든 걸 성장시키려고했는데 이제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게되었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는가?
거의 일에 집중한다. 가끔 주말에 쉬기도 하지만 거의 매일 사무실에 온다. 매일 매일 성장시켜야할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가도 할 거 별로 없다.
배치 미팅을 지켜보니 꽤 분위기가 저돌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반적인가?
(엄청 웃는다. 공감하는 것 같다.) 분명 압박감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건 실리콘 밸리 바깥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에서의 경험은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 같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을 어디서든 제공 받을 수 있다.
추후 계획은?
공식 일정은 1월 3일 데모데이로 끝이 난다. 하지만 투자 때문에 어느정도 더 머무를 것 같다.
아프리카 출신 창업자 샘
아프리카 출신 창업자인 샘과 13살에 창업을 시작했다는 잭,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디자이너 마리나도 열정적인 창업자들이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가?
샘 : 아프리카에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cardplanetsolutions.co.ke)다. 일종의 기부 서비스다. 아프리카인에게 돈을 주면 마약에 쓰고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를 통한 돈은 정해진 곳에서만 쓸 수 있다. 가령 교육 기관과 연계하여 그 곳에서만 돈을 쓸 수 있게 할 수 있다.
잭 : 학술적인 질문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답해주는 서비스(www.studypool.com)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나 과제를 위한 질문이 많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사용한다. 6개월동안 서비스 해왔다. 전세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현재 55,000달러 매출이 나고 있으며 마케팅을 통해 성장시키는 단계다.
마리나 : 클라우드 컴퓨팅을 교육하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1달에 29달러를 내면 들을 수 있고, 지금은 초심자를 위한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를 운영한지는 1년 정도 되었다. 나는 디자이너고 8명이 함께 하고 있다. > cloudacademy.com
500스타트업에서 생활해보니 어떤가? 좋은점이라면?
샘 : 투자자가 우리를 선택하는 것과 이 곳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는 일은 별개의 일인 것 같다. 비자 문제 때문에 오랜 시간 고생했다. 500스타트업에는 직접 지원했고 인터뷰는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했다.
잭 : 매우 국제적이다. 아직 아시안 성공 케이스가 별로 없는데, 500스타트업은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는데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를 이을 수 있는 건 500스타트업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네트워크도 좋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 경험 많은 사람들이기에 이슈를 굉장히 빠르게 캐치하고 조언을 해준다. 조언을 통해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정말 치열하다. 100%를 쏟아붓는다. 이런 환경에 속한 게 좋다.
마리나 : 서로 비교할 수 있어 좋다. 다른 팀들을 사례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비즈니스, 특히 마케팅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는 좋은데 디자이너는 찾기 힘들어 아쉽다. 일 할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 방해받지 않고 24시간 계속 일할 수 있어 좋다. 분위기도 차분하다. 빡빡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스케줄을 직접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왜 창업을 했는가?
잭 : 어렸을 때부터 경영, 파이낸싱 등을 즐겼다. 13살 때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했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21살에 대학도 중퇴했다. 중국에서 SAT 교육을 돕는 서비스도 한 적 있다. 현재 4명이서 함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Batch9 들어오기 까지 거친 과정이 있다면?
마리나 : CEO가 이 프로그램에 직접 지원했다. 나는 팀에 합류한지 2일만에 이 곳으로 왔다. 많은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이 재밌을 거 같아서 군말 없이 따라왔다.
- [1/4] 실리콘밸리 체험기: 500스타트업 생활 part1
- [2/4] 실리콘밸리 체험기: 500스타트업 생활 part2
- [3/4] 실리콘밸리 체험기: IT인들의 숙소, 해커홈
- [4/4] 실리콘밸리 체험기: 후발대 일정 및 출장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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