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는 왜 다시 등장했는가?
(학주니 이학준) 애플이 3년만에 아이팟 터치를 애플스토어를 통해 팔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이팟 터치 6세대일 것이다.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에 전화 기능이 빠진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다. 음악감상용 플레이어인 아이팟은 그래도 지속적으로 계속 나오는데 한동안 아이팟 터치가 나오지 않아서 아이폰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니, 또 아이패드 미니와 같은 대용품 아닌 대용품도 있으니 생산을 종료시킬려나보다 했는데 예상외로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새로운 아이팟 터치의 특징
공개된 내용을 보면 새로운 아이팟 터치는 기존 아이팟 터치보다는 크지만 아이폰6보다는 작은 4인치의 크기로 나온다. 하지만 레티나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있기 때문에 해상도는 1136 x 640이며 64비트 아키텍처가 적용된 A8 칩셋을 사용한다. A8 칩셋은 기존 제품보다 GPU가 10배, CPU가 6배 더 빠르다고 하니 성능적인 부분도 대폭 향상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이팟 터치 계열들 중에서 처음으로 메탈 소재를 사용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아이팟 터치의 강점은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로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아이팟 터치 제품의 가장 큰 불만은 후면 카메라가 다른 제품들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며 페이스타임을 위해 전면 카메라 성능은 높였지만 후면 카메라 성능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번에는 800만 화소로 꽤 괜찮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용량은 16, 32, 64, 128GB의 4가지 타입이 제공되는데 솔직히 16, 32GB는 용량이 너무 작아서 못쓴다. 카메라 화소수가 늘어남에 따라 동영상 용량과 사진 용량이 커졌기 때문에 16, 32GB의 용량은 턱없이 모자를 것이다. 보통은 64GB를, 돈이 있으면 128GB를 추천한다.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 앱을 함께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마이크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떄문에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져를 통한 통화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가능하다. 참고로 아이팟 터치는 3G / LTE를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WiFi만 지원한다. 그래서 보통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서 아이팟 터치에 WiFi 연결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해서 쓰곤 한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 반대로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안드로이드 플레이어를 사용해도 되지만 쓸만한 안드로이드 플레이어를 찾기가 어려울 뿐더러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앱과의 호환성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아이팟 터치가 새 제품으로 나오는 것일까? 어쩌면 아이팟 터치를 대체할 수 있는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또 아이폰이 신제품으로 나올 때마다 이전 버전 아이폰의 가격이 $100씩 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구지 아이팟 터치가 아니더라도 대체품은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iOS의 경험을 주입시키려는 애플의 전략
기본적으로 아이팟 터치는 애들용 제품이라는 성격이 짙다. 그래서 원색의 다양한 색상으로 제품이 나온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전화 기능은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애들이 사용하기에 아이패드 미니는 그래도 크다. 스마트폰의 크기에 전화 기능은 없고 그래도 iOS용 앱들을 사용하면서 웹브라우징이 가능하고,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서의 성능도 받쳐주는 그런 애플 단말기라고 생각한다면 아이팟 터치 외에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앞서 아이팟 터치가 애들용 제품이라고 했는데 애플은 어렸을 때부터 애플 제품에 대한 경험을 주입시켜서 나중에 청소년을 지나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만져온,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것이며 아이팟 터치를 통해 iOS에 익숙해지게 되면 나중에 커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자연스럽게 사용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잠재적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아이팟 터치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iOS에 대한 익숙함이 곧 OS X에 대한 익숙함으로 이어져서 윈도 PC가 아닌 맥북, 맥북프로, 아이맥, 맥프로와 같은 맥 계열 PC를 사용하게 할 수 있으며 결국 애플 제품에 락인(Lock-in)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애플 뮤직의 활성화
또 하나의 이유로는 이번에 발표한 애플 뮤직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애플 뮤직은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에 언제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 달리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구조는 아니다. WiFi만 지원되기 때문에 WiFi가 있는 장소, 공간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WiFi가 없는 공간에서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이용하거나 국내의 경우에는 에그를 쓰던지, 아니면 어떻게든 WiFi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요즘은 보통 집에서는 WiFi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어도 집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때 애플 뮤직을 아이팟 터치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카페에서도 가능할 것이며 어쩌면 학교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아이팟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작기 때문에 애플 뮤직 조작이 불편하겠지만 아이팟 터치의 경우 아이폰과 같은 기능을 제공해주기 떄문에 아이폰에서 애플 뮤직을 사용하는 것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애플 뮤직의 활성화를 위해 아이팟 터치의 신제품이 나온 것이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으며 나도 이 의견에 어느정도는 동감한다.
Lock-in 효과를 바라보는 애플
애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전화기 기능이 없으며 항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지만 어른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오히려 항상 인터넷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터넷이 안될 떄에도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인터넷 연결 없이 할 수 있는 앱들을 실행할 수도 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바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는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인터넷이 되는 지역으로 와서 언제든지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선택지인 아이폰, 아이패드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선택지로 아이팟, 아이팟 터치를 제시함으로 애플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이팟 터치의 존재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문제는 가격인데 가장 싼 16GB 모델이 $199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싶고(지금 환율로 따지면 대략 22만원 정도 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쓸만한 제품은 64, 128GB 제품이기 때문에 $299, $399의 가격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아이폰보다는 싸겠지만 항상 인터넷 연결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점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듯 싶다. 뭐 국내의 경우 와이브로 에그나 LTE 에그가 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서도.
애플의 이런 전략이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잘 먹힐지는 봐야 할 듯 싶다. 하지만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와 점유율이 아이폰6 발표 후 계속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이런 전략은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원문 : 3년 만에 다시 등장한 애플의 새로운 아이팟 터치. 왜 지금 다시 아이팟 터치가 등장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