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18] ‘바이탈힌트’, 음식 데이터를 미분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현재 유행하는 ‘쿡방’은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눈높이에서 제작된다. 간단한 방식으로 맛있고, 모양좋은 요리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방식은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금 요리를 테마로 한 모든 서비스의 화두겠다.
해먹남녀를 서비스 중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바이탈힌트도 같은 생각으로 서비스를 하고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배려한 레시피 제공 및 모바일 세대들을 위한 다이내믹하고 쉬운 콘텐츠를 지향한다.
요리 레시피 정보 제공자라기 보다 푸드 콘텐츠 MCN 회사에 더 가까운 바이탈힌트를 찾아갔다.
대표님과 바이탈힌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이탈힌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웅입니다. 바이탈힌트는 전통 음식 산업을 IT 기술로 바꿔보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설립한 회사입니다. 설립한지 1년 반 정도가 됐고, 올해부터 ‘해먹남녀’라는 레시피 추천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PC 버전을 통한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 15일에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현재 바이탈힌트 팀원은 총 12명이고, 콘텐츠를 담당하는 인력과 기술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팀원의 상당수가 이전 사업(클럽베닛)에서 함께했던 구성원들이예요. 공동창업자인 정병윤 부사장과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최정한 팀장 모두 클럽베닛 출신이죠. 클럽베닛은 패션이라는 전통 산업에 IT 기술을 결합한 사업이었는데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기업과 소비자가 변화하는 것에 커다란 성취감과 짜릿함을 느꼈죠.
클럽베닛을 통해 엑싯(Exit : 회사가 성장해서 매각되거나 상장되는 것)한 경험이 있는데요.
2009년 명품 패션 커머스 클럽베닛을 창업해서 운영했고, 2013년 ‘리본즈’라는 싱가포르 회사에 피인수됐습니다. ‘리본즈’는 동남아시아에 여러 개 지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예요. 운이 좋았던 것은 기업 초기부터 M&A까지 경험을 하고, 합병된 이후에도 CTO로 일을 하면서 스타트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 한 번쯤 다 경험을 해봤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저에게 의미 있었죠. 더불어 사업을 하면서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기간이었습니다.
다만, 대표가 아닌 CTO로 일을 하다보니 필요한 역량이 달라졌고, 제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선배로부터 ’3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면 네가 3년 후에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어요. 생각을 해보니 3년 뒤에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창업이더라고요. 올해 나이가 서른여섯인데 지금이 마지막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다시 창업을 결심했죠.
두 번째는 창업은 산업에 대해 차근차근 이해하고, 기반을 탄탄히 다져 성장할 땐 빠르게 올라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클럽베닛을 운영하면서 잘한 것도 있지만 후회했던 것들도 있었는데요. 그것도 바로 잡아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자 싶었고요.
잘 알던 패션 산업이 아닌 음식 산업쪽으로 눈을 돌린 계기가 있을까요?
음식 산업은 소비재 산업이지만 패션 산업에 비해 덜 성숙됐고, 온라인 쪽으로 발전이 미숙한 상태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 산업에 모바일 IT 기술을 접목시키면 상당히 큰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 우리나라는 오프라인에서 좋은 음식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부분은 잘되고 있는데 반해 온라인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미디어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를 찾는지에 대한 요구는 제대로 해소되고 있지 않아요.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충족시켜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온라인-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경험도 없고요. 저희에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해먹남녀’는 레시피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푸드 콘텐츠를 가지고 모바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추후에는 전통 사업자분들과 소비자를 연결해드리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이탈힌트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요?
시장의 속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슈예요. ‘푸드테크’도 그렇고, ‘쿡방’이나 ‘백주부’ 같은 트렌드들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두 번째는 좋은 투자자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저희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키친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고, 콘텐츠 프로바이더(CP, Contents Provider)들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의 요리를 재밌게 설명해주는 매거진
서비스 해먹남녀가 특징을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해먹남녀는 기존 요리 레시피 앱들과 타깃이 달라요. 기존 앱들은 요리에 익숙한 전업주부들에 맞춰 요리의 절차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형식이예요. 하지만 워킹맘, 직장인, 자취생 등 1인 세대가 많아지는 현재에는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죠. 쿡방에 열광하는 세대들은 요리 초보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저도 그렇고요. 이런 사람들은 레시피만으로는 어려워해요. 요리와 괴리가 있었던 새로운 세대들, 제가 ‘모바일 세대’라고 칭하는 2030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 서비스가 필요한거죠.
더 큰 문제는 이것을 전달하는 콘텐츠 포맷인데요. 기존의 요리 강좌들은 어렵기도 어렵지만 지루해서 못 봐요. 최근 추세는 푸드 콘텐츠와 레시피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는 거예요. 쿡방을 먹방처럼 보는 거죠. 기존 콘텐츠 소비자는 요리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었다면, 모바일 세대는 백주부의 쿡방을 보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충동에서 요리를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모바일 세대를 위한 푸드 콘텐츠는 접근성이 쉽고, 재미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웹과 모바일은 많이 달라요. 요리 초보자들에게 영상 같은 다이내믹한 콘텐츠를 가지고 접근해야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해먹남녀 모바일 콘텐츠는 요리하는 과정을 움짤로 만들었어요.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방향은 사용자들이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거예요. 레시피를 보고, 원클릭 서비스로 요리 재료를 배송해준다던지 하는 방식이죠. 그전에 저희가 먼저 풀고자 하는 문제는 모바일 세대가 원하는 다이내믹하고 쉬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출시한지 한 달이 되기 전에 이미 다운로드 수가 2만 5천을 넘었고,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저희가 달성하자고 했던 목표에 금방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PC 버전과 다르게 모바일에서는 ‘매거진’이라는 콘텐츠를 하루에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씩 내보내고 있고, 메뉴를 개인화해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첫 버전은 저희의 추천 메뉴를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다음 버전부터는 사용자의 취향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요.
젊은세대에게 쿡방이 인기가 높습니다. 백주부라는 키워드는 개인을 떠나 트렌드처럼 회자되고 있고요.
한국의 소비재 산업은 일본과 3~4년 주기로 유사하게 간다고 봐요. 1인 가구의 성장 비율도 그렇고요. 지금 일본은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어요. 당장 편의점에서 1~2인용 요리 재료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듯 해 먹는 문화에 관심을 갖는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세대를 대상으로 유통 체계도 바뀔 것이고, 배달 문화도 바뀔 것이라고 봐요.
방송에서 이원일 셰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올해 말이 되면 쿡방과 같은 트렌드들이 조금 시들해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붐을 일었던 것들이 가라앉고 나면 그것이 생활 속에 녹아 들어 습관이 된다. 해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미식가가 된다. 그러면 맛집에 대해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고 우리 같은 셰프들이 더 인정받는 시기가 오게 될 것’이라고요. 저희는 그런 세대에게 맞춰진 모바일 미디어가 되려고 해요.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요? 요리 레시피를 하나하나 콘텐츠로 가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는 1000개 정도 되요. 초반에는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질에 집중하고 있고요. 한국 소비자들은 적당한 수준의 퀄리티에는 만족하지 않아요. (웃음) 저희 내부 에디터들과 외부에서 협약한 에디터들이 ‘해먹남녀’ 전용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특히 모바일 버전에서는 자체 콘텐츠 위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버즈피드(Buzzfeed) 같은 회사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잘 만든 콘텐츠가 양을 뛰어넘는다’예요. 포탈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레시피만 몇 십만 개가 되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잘 만든 하나에 집중하더라고요. 양이 많으면 좋겠지만 퀄리티가 따라오지 않은 콘텐츠들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저희가 콘텐츠 프로바이더를 늘리고 있는 것도 그만한 퀄리티를 맞추기 위해서예요.
상황별, 취향별, 재료별 맞춤형 검색
외부에 보여지는 콘텐츠도 있지만, 보여지지 않는 부분의 DB도 있을텐데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레시피 콘텐츠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추천해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음식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어요. 저희 내부 표현으로 ‘음식을 미분한다’라고 하는데요.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또 어떤 영양소나 조리법이 들어가는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개인형 맞춤 검색을 제공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사용자의 입맛, 좋아하는 재료를 통해 그에 맞는 음식이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주는 것이죠.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요?
저희 모바일 커뮤니티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 부분이예요. 기존에 유저가 많은 요리 앱들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우리 사용자들은 어떤 요리에 대한 레시피 위주가 아니라 실패한 요리를 올리면서 즐거워해요. (웃음) 아무래도 요리 초보가 많으니까요. 그중 컨텐츠 제작을 잘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희 CP로 모실 생각도 있어요.
바이탈힌트의 수익 모델(BM)은 어떻게 되나요?
여러 곳에서 BM에 대한 제의를 많이 받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당분간은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서비스 가치에 집중할 생각이예요. BM은 유동적이예요. 초반에는 식재료나 간편식 유통을 생각했었는데, 콘텐츠에 힘을 싣다 보니 네이티브 광고나 동영상 광고에 대한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쪽을 먼저 실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최근에 투자 유치를 했는데요.
프라이머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바이탈힌트의 올해 마일스톤은 무엇인가요?
정성적, 정량적인 것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정성적으로는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거예요. 저희만의 콘텐츠 포맷을 만드는 것이죠. 모바일 세대에 적합한 콘텐츠 포맷을 찾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앞서나가는 시도를 뜻합니다. 그것을 판단해주는 것은 소비자라고 생각하고요.
정량적으로는 많은 분들에게 저희 앱이 알려지는 것이 목표예요. 다운로드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주 찾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네 번 들어와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해요. 다운로드 수보다 진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저희가 올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해외 쪽에서도 연락이 오는데요. 케이팝(K-Pop), 케이패션(K-Fashion)을 지나 그 다음은 케이푸드(K-Food)의 시대가 온다고 봐요. 팝은 디지털 미디어로 나가면 되고, 패션은 유통하기 용이한데 반해 푸드는 현지에 셰프를 보내거나 식자재를 보내지 않으면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난관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콘텐츠 사업을 잘 다져놓고 그 다음 음식 유통기업과 해당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동남아 쪽에서 먼저 마켓 테스트를 할 생각이고요.
가벼운 질문으로 마무리 하죠. 바이탈힌트만의 기업 문화가 있다면요?
첫 번째는 ‘텐투포(Ten to Four)’라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거예요.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업무량은 상당히 많지만 저희가 하려는 것은 자기주도적인 문화이고, 자율적인 인재가 맞다고 봐요. 어떨 때는 집에서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일 때도 있잖아요. 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의 자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는 4시가 되면 모습이 많이 바뀌어요. 까페로 이동해서 업무를 더 하거나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다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오거나 영화를 보고 오는 등 시간을 팀원 본인이 설계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 자율성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이 높다고 보고요. 저희가 추구하는 창의적인 문화와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일본의 ‘쿡패드’처럼 지하 공간에 키친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어요. 쿡패드의 기업 문화를 보고 놀랬던 게 직원분들이 꼭 일이 아니더라도 요리를 하면서 레시피를 실험하더라고요. 저희도 ‘먹는 걱정 없는 회사를 만들자’고 생각해서 회사 안에 주방을 세팅하여 언제든 먹을 수 있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해요. 또 직접 먹어 보고 해봐야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까. 이러한 환경에서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감성이 발현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문화이자 방향성입니다.
질문 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푸드테크는 O2O 만큼이나 광범위하고, 시장 규모도 커요. 푸드산업의 전통 사업자들이 스타트업들에게 좀 더 관심 갖고, 적극적인 제휴를 하길 바랍니다. 기존 산업에 IT 기술이 접목된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