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매하듯 변호사와 상담한다’ 법률 플랫폼 ‘헬프미’
무얼 하나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박효연 대표는 2년 3개월간의 공부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그리고 6년간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금융과 회사법 외에도 부동산, 이혼, 가압류, 가처분 사건 등 넓은 범위의 업무를 두루 담당하며 총 167건의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내년도 유학 지원까지 예정되어 있던 그녀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반듯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는 켜켜이 쌓이고 엉킨 실타래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가 활동하며 수없이 목격한 법률시장의 정보 불균형 문제였다.
사법연수원 실무 수습생 시절, 사기죄가 인정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진행할 만큼 피해 금액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법률 조언을 받지 못한 채 동분서주하던 한 아주머니를 만났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어느 쪽의 말도 틀린 게 아닌 팽팽한 분쟁에서 아쉽게 정보력에 밀려 패소한 한 할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10명 안팎의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고객이 읽고 끝날 100장짜리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좁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일로는 세상을 바꿀 수도,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올해 3월, 법률상담 플랫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사법연수원 39기인 남기룡 변호사와 이상민 변호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헬프미(HELP ME)‘의 시작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위비즈비즈니스센터 역삼점을 찾았다.
‘(주)헬프미(HELP ME)’의 멤버들. 왼쪽부터 이상민 변호사(34), 박효연 대표·변호사(33), 남기룡 변호사(36).
지난 6월, 로펌을 떠날 때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든 직장을 떠나는 섭섭함이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인데 기왕이면 내가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었다. 퇴사 전에도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많이 즐거웠다.
법률시장 정보 불균형 문제라..
사람들은 자신의 사건을 잘 해결해줄 변호사를 원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그런 변호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종로에서 김 서방 찾는 셈이다. 광고만 봐서는 특정 분야에서 어떤 변호사가 뛰어난지 알 수 없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건을 맡기더라도 자기가 직접 일을 처리하는 성실한 변호사인지, 아니면 무자격 사무장에게 대신 서면 작성을 맡기거나 법정 출석도 하지 않는 변호사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보력을 가진 대기업 법무팀이 아니고서야 현재로써는 변호사 정보에 접근할 방법이 거의 없다. 변호사 업계가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유통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그렇다.
내 사건에 대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데, 이걸 시장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변호사들도 이런 상황에 답답해하긴 마찬가지이다. 옛날에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최근 몇 년간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알릴 방법 없이 초야에 묻혀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어떤가.
사람들은 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우선 네이버 지식iN에 물어본다. 무료상담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달린다. 그러나 이는 마치 가짜 의사에게 무료 진료를 받는 것과 같다. 진짜 의사에게 유료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무자격 사무장이 변호사 행세를 하거나, 법조 브로커가 사건을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뻥튀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법연수원 연수”라는 경력을 소개하고 있는 몇몇 사이트가 있다. 이는 사법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일주일짜리 교육을 받았다는 건데 일반인은 2년짜리 사법연수원 과정 수료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변호사 광고 같은 경우에도 규정을 교묘히 피해 가는 광고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일반인은 변호사 경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소개하더라도 오염된 정보인지 판단할 특별한 방도가 없다.
법률시장이 고도화되어 있는 미국 같은 경우 변호사 정보 검색이 어렵지 않고 큐레이션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호사 수는 많아졌으나 시장은 고도화되지 못한’ 과도기에 놓여있고 큐레이션 서비스가 불법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리가 법률 시장의 고질병을 해결하고 시장을 고도화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려 한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헬프미는 올해 7월에 출시한 실시간으로 예약하는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이다. 법적인 문제는 그 누구든지 간에 일신의 안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신뢰성 있는 정보에 기반을 두어 변호사를 선택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욕구가 매우 높다. 그래서 나는 법률 시장을 바꾸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사람들과 변호사를 연결하는 일이 제일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변호사들의 경력과 사용자 상담 후기를 살펴본 후 자신이 원하는 변호사와, 원하는 일시에, 원하는 방법으로 영화 표를 구매하듯 실시간으로 상담 예약을 신청하면 된다. 상담 신청란에 이메일, 성명, 휴대전화 번호, 상담시간, 상담방법(채팅/문자/대면)을 입력한 후 예약금 1만 원을 안내되는 계좌로 입금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최근에는 사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각종 법률 서류를 작성해드리는 서비스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의견서, 소장, 준비서면, 고소장, 내용증명, 신청서 등을 작성해드리고 소정의 비용을 받는 서비스이다.
서비스의 강점이 무엇인가.
우리는 업계 최초로 실시간 예약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변호사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선택권을 사용자가 가져간다는 점에서 첫 번째 강점이 있다.
두 번째 강점으로는, ‘내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기본적인 학력과 업무 분야 정보 외에도 성공 사례를 통해 해당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고, 어떤 분야 전문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사용자가 작성한 상담 후기를 볼 수 있어서 같은 고객 입장의 언급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법률시장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변호사와의 상담 서비스를 토대로 하여 플랫폼으로서의 발전을 꾀하려고 한다. 변호사 3명이서 시작한 서비스이지만 앞으로는 상담 가능한 변호사 수를 10,000명까지 늘려 국내 변호사와 고객이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법률 상담과 서류 작성 외에도 등기, 회생 업무, 사건 수임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변호사뿐만 아니라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같은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분들과도 충분히 협업할 수 있으므로 서비스 공급 계층도 넓힐 예정이다.
서비스를 출시한 후 ‘내 고객, 내 사람’을 만나 고민을 해결해 드린다는 보람이 크다. 과거 로펌에 근무하면서 만나 뵈었던 고객분들은 ‘변호사 박효연’을 보고 찾아온 고객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만나 뵙는 분들은 나를 신뢰하고 찾아오는 분들이기에, 더욱 무거워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헬프미의 도전을 지켜봐 달라.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40] 영화 예매하듯 손쉽게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을 예약하는 플랫폼, ‘헬프미’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