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23] 계약서 시리즈_⑩투자계약의 주식 거래 제한
지난 번에는 투자계약서 중 확약 부분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해관계인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여러 규정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자자가 투자금을 납입하고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투자자의 지분율은 크지 않아 투자자는 소수주주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대주주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투자자의 동의 없이 처분해 버리면, 투자자는 자신이 믿었던 경영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주주인 회사에 소수주주로 남겨지는 처지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따로 주식 처분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대주주(및 그 관계인)는 회사 경영에 필요한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 처분해도 주식양수인에게 해당 회사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권 확보 관점에서만 본다면 구태여 소수주주의 지분을 매입할(처분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계약서에는 대주주, 즉 이해관계인의 지분 거래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제한 규정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 제한 규정 중 첫 번째는,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야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없으면 지분 처분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는데요.대법원은 주주의 지분 처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약정에 대하여 그 효력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위 제한은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없으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라고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전 서면 동의가 없을 때 거쳐야 하는 절차가 무엇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통상적으로는 투자계약 시 투자자에게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 동반매도권(tag along)을 부여하고, 지분 거래 전에 투자자에게 해당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의사를 묻고 그 의사에 따라 처분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선매수권이란 이해관계인이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할 때, 제3자 대신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낮은 가치로 처분하거나 투자자가 원하지 않는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할 때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부당하게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 다음으로 동반매도권이란 이해관계인이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할 때, 투자자의 보유 주식 또한 같은 조건으로 제3자에게 매도해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3자가 이해관계인의 주식뿐 아니라 투자자의 주식까지 같이 매수할 때 비로소 이해관계인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해관계인이 투자자를 제외하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투자계약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선매수권과 동반매도권은 소수주주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투자계약의 필수적인 조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 협상 시 인정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관계인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도록 규정되었거나 이해관계인의 지분 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투자자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으로 이해관계인에게 같이 주식을 처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drag-along)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에게 이러한 권리를 부여할 경우 이해관계인은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는 등 상당한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해당 내용을 수용할 지에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셔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