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기의 진화 ‘스마트 만보기’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과 함께, 우리의 관심/흥미, 행동, 위치가 추적되어 ‘데이터’화 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접근이라기 보다는, 정보를 쉽게 모으고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가 플래폼 위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그리고 그 경쟁은 결국 ‘자랑하고’, ‘훔쳐보고’ 싶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에 재미라는 동기를 얼마나 잘 융합시켜 나가는지가 그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마케팅, 게임, 리테일, 미디어, 헬스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셜이라는 이름으로 그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데이터 중에서도 나의 물리적 행동 데이터는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왜냐하면 나의 개인 행동을 트랙킹한 데이터는 나의 관심 데이터 보다 더욱 민감한 정보이기도 하고, 단순히 쌓아 놓고 공유하는 기능만으로는 흥미 이상의 지속 가능한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기해 하며 몇 번 사용하겠지만 거기서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아주 오래전 ‘만보기’는 행동을 숫자화 하여 ‘걷는 흥미’를 이끌어 냈지만 지속적인 활용가치가 떨어져 그 한계가 드러나고 말았다.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포켓 피카츄’는 어떨까? 디바이스 자체에 피카츄 캐릭터를 입혀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주인’을 행동하게 만들었지만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게임성이 잘 적용되어 재미라는 동기를 유발한 좋은 사례이지만 데이터가 공유되고 순환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이 역시 지속적인 서비스가 되지 못했다.(물론 단순 장난감 이상의 것으로 기획된 제품은 아니다.)
그렇다면 요즘 진일보 하고 있는 수많은 스마트 만보기들은 예전의 만보기 한계를 넘고 있을까?
일단 상당히 예쁘다. 그것 하나만으로 써보고 싶을 정도이다. 만보기와 포켓 피카츄가 나왔을 때와는 달리 행동 데이터를 자동으로 쉽게 쌓고 공유하는 환경 때문에 활용 분야도 많다. 비록 기능적으로는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단순 일상 행동부터 운동, 수면, 식습관, 의료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지향 점이 매우 다양해 졌다. 나 혼자만 보는 데이터를 넘어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공유하기 위해, 또는 어떤 스토리를 소비해 가며 데이터를 만들어 간다. 즉 사용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이 전과 매우 다른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와 재미요소를 통한 동기유발’이라는 시각으로 보았을 때 많이 부족해 보이는 제품/서비스들도 있다. 디자인과 편의성이 높아진 장점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고 한 두 번 사용해 볼 것 같지 그 이상의 인게이지먼트는 높이지는 못할 것 같다. 커뮤니티와 미션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지만 그 정보가 확산되지 않고 내부에 갇혀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 메커니즘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어떤 행동 결과에 대한 데이터는 반드시 확산과 동시에 분석되어 새로운 행동 디자인에 반영 되는 ‘루프’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스마트 만보기(life tracking device)가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나이키 퓨얼 밴드로 인해 스포츠 마케팅 회사 나이키(nike)가 헬스케어(healthcare) 회사로의 가능성이 보일 정도로 비즈니스 확장성도 매우 크다. 결국 라이프로그(lifelog)는 ‘건강’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상통하기 때문에 이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향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