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인공지능이라는 이질적인 분야가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대국(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을 갖는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1월 28일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바둑 프로그램으로, 2015년 10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대국에서는 지난 10년 간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로 인정 받아 온 이세돌 9단과 1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5번의 대국을 펼친다.
이번 이벤트에 앞서 8일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이세돌 9단,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슈미트 회장은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건승을 기원하며 “결과와 관계 없이 이번 대국은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큰 수혜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내일 대결이라 긴장된다. 바둑과 인공지능 분야 모두에 한 획을 긋는 행사이자 뜻깊은 자리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알고리즘 설명을 듣고 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것이다. 내일 바둑으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과 인간 국수의 제 1국은 3월 9일(수) 오후 1시에 시작된다.
아래는 이날 내외신 기자와 이세돌9단,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알파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하사비스 대표 : 강점은 피로하지 않고 겁먹지 않늗다는 거다. 인간 프로기사 이세돌9단을 상대한다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렇지 않다. 알파고는 많은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성능이 뛰어난 것에 대한 예측치가 있다. 하지만 이세돌 9단과 같은 천재를 상대하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약점이 드러날거라 본다.
이세돌9단은 이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오늘은 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이유가 뭔가? 그리고 데미스 하사비스는 직관이 바둑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관과 수읽기가 바둑에서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는가?
이세돌 9단 : 자신감은 여전히 있다. 인간의 직관이나 감각을 아직은 인공지능이 따라오기 어렵다 본다. 하지만 알파고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인간의 직관을 상당부분 모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긴장이 된다. 일방적으로 이길거라는 생각을 하게 않게 되었다.
하사비스 : 직관은 바둑에서 중요하다. 우리 시스템이 직관을 얼마나 더 모방할 수 있는지 트레이닝과 테스트를 했다. 그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알파고의 학습패턴 상 선형적이지 않다. 인간과 같은 자가학습 능력향상에는 병목현상이 있지는 않나?
하사비스 : 우리도 테스트를 통해 알파고의 학습능력에 한계를 파악하려 했다. 현재까지는 알파고의 한계를 보지 못 했다. 앞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세돌9단은 경기에 앞서 어떻게 준비하는가?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고 인공지능을 상대하기에 방법이 다를거라고 본다. 알파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
이세돌 : 이런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다. 그래서 새롭고 기분이 좋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준비과정도 약간은 다르다. 프로기사는 기개를 읽는것이 중요하지만, 알파고는 그것을 읽을 수 없다. 혼자두는 느낌이다. 하루에 한 두시간 씩 가상훈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중이다.
알파고는 매번 대국이후 알고리즘이 향상되나? 전날보다 나아지게 프로그램을 바꾸는가?
하사비스 : 새로운 법칙을 하루만에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린다. 한 게임으로 학습을 하기에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수 천개의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이 가능하다. 물론 일부 향상되는 것은 있을거다. 대국 이후마다 다시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는다.
전세계에서 이번 대국에 관심이 크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메세지를 전세계에 던지고 싶은지? 알파고가 인류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무엇이 될거라 보나?
하사비스 : 이번 경기에 상관없이 알파고는 강력하면서 유연한 학습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인류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리고 인간의 창의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게 될거다. 알파고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기여를 하리라 보지만, 특히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이 의료분야에 도움이 될거라 본다. 데이터를 수집해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알파고에 적용된 데이터 중 낡은 수법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어떻게 훈련을 했는지 알려달라.
하사비스 : 이세돌 9단을 상대로 한다해서 바뀐것은 없다. 물론 자가학습 프로그램이 추가되었고 향상되었다. 피드백을 더 많이 받았다.
인간수준의 인공지능이 인류에 해를 끼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사비스 : 인공지능은 강력한 툴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등장할 때마다 중립성이 있다.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고, 사회가 윤리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기여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수 십년이 걸릴거다. 현재는 이렇게 게임을 하는 수준이다. 아직 도전과제가 많다.
알파고가 이긴다면 컴퓨터가 제일 잘 하는 게임이라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돌 : 질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바둑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기에 바둑의 아룸다움은 이어질거다. 하지만 이번만은 인간의 지능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이세돌 9간은 이전까지 알파고와의 경기에 굉장한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오늘은 다소 톤을 낮췄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한건가?
이세돌 :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전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수가 천 수라면 컴퓨터는 100만 수 1000만 수를 연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수를 많이 줄였다. 그렇다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내가 설명할 수 있는 한계다.
알파고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시스템화 되었다. 하지만 데이터 중 좋은 기보도 있을거고 별 볼일 없는 것도 있을거다. 이상한 수가 나올 수도 있다. 알파고에 불리한 점은 없나?
하사비스 : 프로기사는 1년에 천 건 정도 경기를 하고, 봉기를 통해 공부를 할거다. 과거 기보도 검토를 할거고. 스승의 지도도 받을거다. 알파고는 지도나 지침을 받지 않는다. 정제된 지식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기보 등 데이터 뿐만 아니라 프로기사를 상대로도 훈련을 했다. 스승이 없다는 것은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알파고도 착점을 할 때 장고를 하나? 돌을 놓는 시간 편차는 없나? 일설에 국내 바둑게임 사이트에서 딥마인드라는 닉네임으로 게임을 했다는 것은 사실인가?
하사비스 : 알파고도 시간 계산을 한다. 어려운 수라면 더 걸릴수도 있다. 한국 바둑사이트에서의 딥마인드라는 아이디로 게임을 한 것은 우리 개발자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10월 인간 프로기사와 대결한 것을 참고했는지? 전략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가?
이세돌 : 기보는 봤다. 하지만 그 대국은 데이터로 큰 의미는 없었다. 당시 알파고의 실력은 높지 않았다. 그 경기이후 5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어떻게 업그레이드가 됬는지가 관건이듯 싶다.
알파고의 경기를 봤을 때 아마추어와 프로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보는가?
이세돌 : 10월 경기 수준은 아마추어 최고수준이었다. 프로는 아니었다.
이세돌9단은 변칙승부에 강하다. 초반 변칙적인 흔들기를 할 건가?
이세돌 : 바둑은 변칙적인 수를 의도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알파고를 100% 이해는 못 하겠지만, 변칙적인 수도 어느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알파고의 대국상대로 왜 이세돌9단을 선택했다고 보나? 그리고 왜 이 대국을 받아들였나?
이세돌 :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많이 놀랐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로 호각을 이루려면 10년은 더 걸릴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3~5분도 안걸렸다. 일단 호기심이 들었다. 지켜보기보다는 내가 뛰어드는게 더 낫다고 봤다.
오늘 5:0으로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질 때 어떤 여파가 있을까?
이세돌 : 한 판 진다고 바둑계 전반에 큰 영향이 있을거라 보지 않는다. 인공지능 분야에는 큰 의미가 있을거다. 어렵다고는 말했지만, 최선을 다해 5:0으로 끝내려 할거다. 다만, 인간적인 실수가 있을수 있다. 그래서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인간 프로기사가 진 이유는 첫 판에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첫 판에 진다면 어떻게 할건가?
이세돌 : 첫 판을 진다고 생각해본적 없다. 그렇다고 크게 흔들릴거라 보지도 않는다. 프로기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더불어 다양한 상황에 대한 가상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 간 바둑경기는 상대의 반응과 시각적인 피드백도 중요하다.
이세돌 :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 없지만, 굉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것이 결여된 상황에서 임해야 한다. 그 부분을 크게 염두에 두고있다.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기던 지던 이세돌9단 역시 배울게 있다고 보나?
이세돌 : 대단한 경험이다. 이것을 통해 배우지 못 한다면 문제가 있다. 배우려고 노력하겠다.
가상훈련은 어떻게 하고있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그리고 과거 체스 챔피언이 인공지능에게 진 이후 체스종목의 인기가 하락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 매치에서 진다거나 박빙으로 이긴다면 바둑의 신비감이 떨어져 인기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세돌 : 프로기사는 머릿속에 바둑판이 있다. 거기에 추가를 하는거다. 장소와 환경을 추가해 가상으로 연출해 대국에 임하는 것이다. 컴퓨터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훈련을 한다.
만약에 진다면 바둑계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고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길날이 올거다. 어쩔수 없이 그런 시대가 온거다. 하지만 바둑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간기사가 알파고보다 더 뛰어난 점은 무엇이라 보나?
이세돌 : 연산속도 등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직관이나 감각 등 인간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알파고가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100% 따라온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점이 유리하다고 본다.
대국은 딥마인드의 리딩 프로그래머가 대신 돌을 놓는다고 들었다. 그 사람의 동작이 대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세돌 : 알파고는 손이 없기 때문에 대신 놓아준다. 착점을 잘못 한다던지 어떤 제스처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그 프로그래머도 훈련을 많이해서 우려스러운 일은 없을거라 본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