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인의 익명토크#2]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에 도취됐다 … 어느 창업자의 소회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언행이나 실수라도 나에겐 커다란 교훈이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IT회사에서 제품기획을 맡고 있는 회사원 A씨는 한때 언론에도 몇 번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대학생 창업가였다. 그는 3년간 밤낮 없이 일하며 서비스를 운영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그는 자신이 좋은 대표는 아니었다고 말하며 자신들 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를 사업 초반과 중반, 마무리 단계에 걸쳐 설명했다.
사업 초반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었고 교육 비용이 많이 들었다.”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한 이유로는 네트워킹에 한계가 있었고 내부역량 강화를 위한 많은 초기비용이었다.
네트워킹은 사업을 홍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모델을 세일즈해야 할 상황일 때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당시 기획과 개발하기에 바빠 네트워킹에는 비중을 덜 뒀다.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을 때 이를 잘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한 회사 구성원의 내부 역량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외부 강의를 수강했다. 이 비용들은 회사 운영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VC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쉽게 고무됐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각종 데모데이를 찾아다니는 것이 중요한데 이 가운데 피칭은 더욱 중요하다. 자신들의 사업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초기엔 VC(벤처캐피털)등에게 좋은 피드백을 듣기는 어렵다. 사업모델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괜찮네요. 가능성이 있겠는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들떴었다. 금방 목표를 이룰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심했어야 했다. 그 시점에서 우리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며 보완점을 찾아야 했다.
사업 중반
“조직이 무너졌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자본도, 내부 역량도 아니었다. 팀원의 이탈이었다. 사업이 힘을 받아 나아가야 할 때 같은 목표로 함께하던 동료가 다른 길을 가고자 선언했을 때 가장 힘겨웠다.
이런 때일수록 최대한 빨리 모자라는 팀원을 채우거나 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일당백이 돼야 하는 이유다. 작은 조직은 사람이 구해지는 게 쉽지 않아 팀원이 한 명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한다.
“회사내 분야를 구분지었다.”
회사의 대표였지만 기술 개발쪽은 몰랐다. 그래서 팀 개발자 등 전문인력에게 일임했다. 그러나 창업자는 개발자가 아니어도 서비스 운영은 알아야 했다. 그래서 홍보도 했고 이를 위한 기획도 했다. 때로는 코딩도 배웠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스타트업에 직무의 구분이 어딨겠나. 마케터로 들어왔으니 마케팅만 잘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CTO, CMO라고 해도 서로 다른 분야 일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배울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술 분야는 모른다고, 혹은 법률 분야는 모른다고 다른 이에게 미루고 덮어두면 안된다.
사업 후반
“유사 서비스와 다를 게 없었다.”
당시 운영했던 서비스가 어느 단계 이상 탄력 받지 못한 이유에는 유사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비스를 꾸려가던 시절에도 우리 사업 아이템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건 없다고 인정했었다. 다만 투자자들은 팀원들의 ‘잠재력’에 높은 가치를 두고 투자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었다. 큰 착각이었다. 성공하기 위해선 사업 모델이 명확해야 하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에 도취됐다.”
치킨집 차리는 것과 스타트업 창업의 본질은 같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함이 있었다.
주변에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중엔 ‘명함놀이’만 즐기는 몇몇 창업자들도 봤다. CEO, 대표 직함을 명함에 새기고 다니면 얼마나 멋진가. 코딩 어느 정도 할 줄 알면 사업은 반 이상 이뤘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이들도 봤다. 겉멋이다.
단순히 경험이 아닌 성공하고 싶다면 이름과 자리가 주는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표 자리는 결코 화려하기만 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