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우주선과 레모네이드, 그리고 기업가정신

우주선과 레모네이드의 공통 분모

해외의 유명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클리셰(Cliché)처럼 반복되는 일화들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 작은 아이템을 통해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고, 그 경험을 살려 우리가 알고 있는 큰 기업을 만들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Two young boys at lemonade stand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레모네이드 장사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5가지 질문’을 생각해보아도, 작은 장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깨달음이 큰 사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레모네이드 만들어 팔기 우주선 만들어 팔기
창업자 창고 세일 근처에 사는 어린아이 엘론 머스크
1.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 창고 세일에 온 사람들의 목마름 국가들의 우주 자원 개발에 대한 욕구
2.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제공 비용 효율이 좋은 우주선 개발
3. 돈은 어떻게 버는가? 레모네이드 생산 판매 우주선 생산 판매
4. 왜 지금이 이 사업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인가? 창고 세일이 열리는 며칠간, 마침 날씨가 더움 지구 자원 고갈로 우주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기술적인 발전을 보았을 때 비용 효율이 좋은 우주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5. 왜 당신이 이 사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나? 집에서 가까워서 재료를 나르기 편하고(=유통비 경쟁력), 부모님의 도움을 공짜로 얻을 수 있음(=인건비 경쟁력) 자본을 가지고 있고,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장치 산업들을 아우를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음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방법이나, 우주선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방법 둘다 근본은 같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처럼 ‘작은 돈을 벌어본 사람이 큰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팔아야 할 레모네이드는 무엇인가?

당연히 나는 좋은 사업가가 되려면 반드시 저런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학 입시’라는 벗어나기 어려운 틀을 가진 대한민국과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나라에서 각각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만약 사업을 꿈꾼다면, 언론에서 포장된 위대한 사업가들의 최종 결과물에 현혹되어 내가 실행할 역량도 없는 어떤 아이템을 시도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레모네이드 장사’ 같은 아이템을 찾아서 해보길 권한다는 말이다. 스스로가 사업에 재능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레모네이드 장사’에 성공했다면 본인의 사업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것이니 계속 해 나가면 될 것이고, 실패했다면 또 어떤가? 어차피 손해본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본인이 갈 길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다른 분야의 ‘레모네이드’를 찾아보면 된다. ‘최고지휘관의 양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최고지휘관은 학자일 필요가 없다 (전쟁론 2권, 클라우제비츠)’는 문장처럼, 어떤 분야에서의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타고난 재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본인의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어떤 분야의 ‘레모네이드 장사’를 실행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의 레모네이드 장사

우리나라의 많은 훌륭한 창업가들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순간부터는 여지없이 ‘레모네이드 장사’를 시작했다.

덧붙임

포켓몬 고‘가 열풍인 미국에선 요즘 이런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장차 위대한 기업가가 될 재목이다.

밤에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포켓몬 고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안전 반사판 배지를 파는 아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是以聖人爲腹不爲目 (시이성인위복불위목)
故去彼取此 (고거피취차)
이러하기 때문에, 성인은 배를 위할망정 눈을 위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 노자 ‘도덕경’ <12장>

원문우주선과 레모네이드

서울대 재학 시절 창업동아리 SNUSV.net 활동을 통해 창업에 눈을 뜨고, 2005년 첫 창업을 했습니다.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에서 일한 후, 2011년 두 번째 회사를 창업하고 한국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과학-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 2기이며, 2002년부터 꾸준히 수련을 하고 있는 검도인입니다. www.rocketpunch.com/@mi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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