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스타트업 창업기] ④ “돈이 꽂히려면 ㅇㅇㅇ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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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선 우리 팀원이 어떻게 투자를 유치했는지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1명의 파트타임 개발자, 2명의 동업자로 이뤄진 우리 팀은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잘 해낸 업체가 몇 없는 ‘미술작품 거래’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지 석 달, 운 좋게 투자자 한명을 만났다. 그는 우리의 어떤 면을 보고 투자하기로 결정했을까? 그리고 나는 투자자에게 어떤 평가를 들었을까?
투자를 받기 전 우린 먼저, 작품 수급을 하는데 있어 서울 내 예술 단과대학 과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이들을 설득해 작품을 싸게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 샘플을 임의의 고객에게 보여준 뒤 제시한 금액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우리 서비스의 소개 자료를 만들어 무작정 발품을 팔았다. 작품은 한 단과 대학에서 최소 10점 정도가 수급 됐다. 그들의 반응은 예상한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후엔 지인 소개로 5개 학교, 5명의 과 대표를 어렵게 소개받았다. 그 결과 총 60점의 작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10%를 2주일 내에 판매했다. 아직은 고객들 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동업자가 직접 매매를 중개해주며 판매했다. 운송 및 보관은 집 창고와 개인차량을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더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가정대로 판매자들은 어떤 플랫폼에서라도 작품을 팔고 싶어했다. 아울러 자신이 만든 작품이 누군가에게 귀한 작품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기뻐했다. 또한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이력이 추가된다는 것을 기꺼워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더 많은 작품을 수급하고 싶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서비스를 알리던 중 우리 서비스를 써본 한 고객 중 상당수가 다른 제품도 구매, 혹은 선물하고 싶다는 피드백을 해왔다. 고객에게 좀 더 큰 니즈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특히 그 고객은 국내 한 디자인 하우스의 MD였던 만큼, 우리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쉽게 얻을 수 있겠다는 판단도 됐다.
하지만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돈이 들었다. 일단 나와 공동창업자는 회사를 다닐 때 모은 돈을 투입하기로 결정은 했다. 사실 이 결정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어쩌면 이 돈은 향후 몇 년, 혹은 그 이후를 위한 용도인데 그것을 미룰 정도로 이 사업이 절실한지, 어느정도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업은 아무리 유망한 분야라해도 안전보다는 위험이 더 크다. 누가 말하길 “사업을 하기 전에는 콩깍지가 쓰여 모든 게 잘될 것처럼 느껴진다”는데, 난 잘된다는 생각보다는 반대편 쪽에 대한 조심성이 더 컸다. 아무래도 전 직장에서 일할 때 장밋빛 미래보단 차디찬 현실을 더 많이 마주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던 중 한 투자자가 우릴 찾아왔다. 친구이자 공동창업자와는 막역한 사이라는 그 사람은 우리에게 5천만원 정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투자하는 이유로
‘1.타겟이 명확하고 2.작품 수급 문제를 해결했으며 3.베타테스트의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진행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프로세스화 했고 4.실행력과 5.사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서’
라고 했다. 문과 출신에, 코딩도 디자인도 잘 할 줄 모르지만, 특히 마지막 다섯 번째 이유가 특히 좋았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사업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장 많이 본다나? 우리에게 투자를 결정한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이 질문은 공통적으로 한다고 했다.
사업을 하려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가 정신의 사전적 정의는 ‘새로운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를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슘페터가 강조한 것으로,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장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기업가의 주요 임무이며, 이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했다.
까놓고 말해서 단지 재밌어 보여서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 잘 안되면 도망가지 않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를 가지는 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전적으로 사업가를 본다. 사업가가 투자자를 믿어야 한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투자한 기업 대표가 사업이 잘 안되면 몇 번이고 사업 아이템을 변경할 지 언정, 일반 기업으로 바로 취업하거나, 팀원들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갈 지 말지를 본다고 했다. 다행히 난 그쪽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단다.
투자자는 지금이 졸업작품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해 법인 운영 금액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대신 1학기 졸업 작품 전시회 기간이 활발한 여름 시기에 지금보다 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시드 머니까지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잘 해보라는 격려와 함께 한 줄기 빛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적은 내부에 있었다.
<⑤편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