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85] 벨루가, 서비스 재개 100일의 기록
창업 생태계 일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규제 혁신이다. 현 정부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에 호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업계가 원하는 속도가 나오는 형국은 아니다.
올해도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크고 작은 스타트업이 각종 규제와 제지로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운영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수제 맥주를 추천해주고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한 ‘벨루가’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던 업체는 결국 7월 31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
하지만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휴식기를 거치는 동안 서비스 모델을 재편했고, 위기를 기회로 본 공동창업자급 팀원이 합류했다. 그 결과 셰프의 야식과 함께 찾아가는 맥주 서비스로 리빌딩해 10월 다시 사업을 재개했다.
자신의 꿈을 묵묵히 펼쳐가고 있는 김상민 대표, 김민경 매니저를 만나 100일의 소회를 들어봤다.
김민경 매니저, 김상민 대표 / 벨루가
서비스를 재개한 지 100일 된 날이다.
올해 3월 법인 설립 후 7월 31일 서비스를 중지했다. 이후 몇 달 간 절치부심한 뒤 지금은 ‘비셰프’와 매달 야식 메뉴를 개발해 같이 서비스하고 있다. 이전 서비스 모델(세계 수제맥주 정기구독)에 비해 좀 더 다양해졌다. 그만큼 바쁘지만 즐겁게 운영 중이다.
사업모델에 변화가 생겼다. 서비스가 ‘부활’한 셈이다.
지난해 7월 음식 법령이 바뀌며 음식과 함께 맥주를 배달하면 합법인 것으로 부분 완화되었다. 사업 기회를 포착한 뒤 만든 게 ‘벨루가’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수제 맥주와 반건조식품을 함께 제공하며 시작했다. 서비스는 급성장했지만 민원도 늘었다. 당국은 ‘치킨일 때에만 맥주 배달이 가능한 관련 법령의 취지와 서비스가 다르다’며 권고했다. 결국 올해 7월 ‘음식에 부수하여 맥주배달이 가능하다’는 법령이 우리 때문에 생겼다. 바뀐 법에 맞춰보려 노력했지만 충당할 여력이 부족했다. 법률적 검토를 세밀히 하는 한편 법적 테두리 내에서 운영 해야겠다 결심해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뒤 서비스 표현 방식 등을 당국 의도에 맞게 바꾸는 등 개편을 해서 재오픈했다.
규제로 인한 서비스 중단이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리스크가 있다고 여겨 중단한 거지 법적 규제 때문에 과태료 처분이나 영업 정지를 당한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민원을 먼저 넣고 확인하며 문제 소지 부분에 대한 방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통해 지금은 위법 소지 가능성을 배제한 채 운영 중이다. 참고로 벨루가는 멤버십 형태로 운영 되기에 미성년자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사업이 멈춰서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냥 잘 안 됐거나, 가능성을 봤지만 여러 이유로 멈춰야 하는 경우다. 우린 후자였다. 가능성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위기가 닥쳤을 때 고객으로부터 고마운 격려가 쏟아졌다. 그 시기에 김민경 매니저가 합류했다. 혼자 버티는게 어려웠는데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존 업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주류업계는 어떤가.
주류 업계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다. 영역침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기존 업계와 신생 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유형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업모델을 만들며 참고한 것이 있다면.
미국의 면도날 정기구독 서비스인 ‘달러쉐이브클럽’, 중국의 견과류 제품 기업인 ‘싼즈숑슈’ 등 여러 기업 모델을 참고했다. 싼즈숑슈는 흔한 견과류에 귀여운 캐릭터를 입혀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 유년 시절 책을 2주에 한 번 4권씩 랜덤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언급한 세 서비스 모두 ‘정기구독, ‘큐레이션’, ‘브랜딩’에 강한 기업이다.
페르소나가 흥미롭다. ‘30대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이라고.
현재 우리 고객층은 맥주 마니아보다 일반인, 그리고 여성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중에 영유아기 아이를 둔 여성 고객이 많다. 아이가 있어 쉽게 나가지 못하는 주부 고객에게서 호응이 좋다. 실제로 맥주 배달을 검색하면 ‘맘카페’에서 작성된 게시물이 많다.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엣지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이 되는데, 독특한 페르소나를 찾게 돼 좋다.
가격이 아니라 브랜드를 통한 성장을 지향한다고.
브랜드로 남고 싶다. 이름을 내건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겠단 말이 아니다. ‘한달에 6만원 내면 추천한 맥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느끼게 하고 싶다. 단순 가격 경쟁은 후발 주자와 큰 메리트가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 물론 초기 브랜드 구축이 쉽지는 않을 거다. 다만 감정 소구를 유발한다면 단단해 질 거라 본다.
추천 서비스로 브랜딩 하는 이유는.
사용자 조사를 하며 고객은 서비스가 익숙해지면 정기결제를 끊는다는 것, 호기심이 결제를 유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중은 수제맥주를 해외여행과 비슷하게 여긴다. 일본,유럽,남미산 맥주를 마시며 대리만족을 하는 거다. 그렇다 보니 가격보단 서비스 컨셉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맥주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형태가 적합하다고 봤다. 현재 기술력도 없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브랜딩이 구축된다면 큰 무기가 될 거라 본다.
브랜딩에선 ‘팬덤’이 매우 중요하다.
매달 맴버십 데이를 연다. 우리로선 고객의 의견을 받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고객끼리 친해지도록하는 데 의의를 뒀다. 이외에도 생맥주 디스펜서와 이용권 제공 및 여행 업체와 양조장 투어를 가는 등 액티비티 연계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맥주를 매개로 하는 기획사라고도 할 수 있다. 고객이 질리지 않도록 자극을 주려는 의도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는 ‘1천명 고객 확보 보다 서비스에 미친 50명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우리도 그렇게 운영하고자 한다.
진정한 팬덤이 형성되기까지의 지점을 어디로 뒀나.
온라인 기준 500명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 진 몰라도 오프라인에서도 상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서울, 경인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장 되지 않을까 싶다.
500만원으로 시작한 3번째 창업이다. 현재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 중인가.
외부자금 없이 운영 중이다. 1차 목표인 500명 고객을 유치하게 되면 투자유치도 진행하려 한다. 공간 개선도 하고 싶고. 이 사업은 비즈니스 특성상 일반 상가에서 해야 한다. 적은 금액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지하 1층에 햇빛도 잘 안 드는 곳에서 운영 중이다. 포장 작업도 해야 하는데 20평 남짓한 공간에선 물건이 꽉 차 움직이기도 어렵다. 이를 개선해 물량을 늘리고 싶다. 또한 ‘맥주’라는 포괄적인 이미지로 기억되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 열심히 달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