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채식 버거
붉은 육즙이 가득한, 기름이 자글거리는 햄버거 패티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햄버거가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5년간의 연구 끝에 선보인 임파서블 버거가 바로 그것이다.
식물로 만들어진, 임파서블 버거. 저 햄버거에 있는 패티가 식물로 만든 패티이다. 정말로.
GET팀은 덴마크를 떠나 미국으로 가기 전부터 임파서블 푸드 체험을 계획하고 있었다. 콩고기를 한 번도 안 먹어 봤었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파서블 버거를 나이프로 자르고 한 입 베어 물 때부터 그 생각은 ‘철저히’ 부숴졌다. 시식기 전에 임파서블 버거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자.
임파서블 푸드는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2011년에 창업한 대체육류 회사다. 이들의 주력 상품은 5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해낸 식물성 햄버거 패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 8곳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가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형 식품유통업체인 시스코, US푸드와 유명 레스토랑에 납품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식물로 고기 맛을 내는 불가능에 도전한 이유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이 있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우리가 먹는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해 엄청난 환경적 비용이 초래된다. 예를 들어 소고기를 단 1kg만 생산한다 하더라도 물이 1만 5000L가 소요된다. 그런데 우리는 소 뿐만 아니라, 돼지, 염소, 닭, 오리 등 얼마나 많은 육류를 소비하는가? 육류를 소비하는 정도는 다를지언정, 전 세계에는 13년 기준으로 71억명의 육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201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약 95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따라 연간 육류 소비량도 현재의 2배인 약 1천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참고로 현재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땅의 면적이 아프리카 대륙 크기와 같은 3300km2에 달한다고 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어 육류 소비를 충당하려면 지금부터 생산량을 매년 2억 톤씩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와 물은 고갈되고, 막대한 양의 식량이 사료로 투입된다. 13년 기준 70억명의 사람들의 육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사용되는 토지와 물, 식량 등은 얼마나 많겠는가?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의 규모를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가축 전염병의 위험도 크다. 거대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분뇨와 가스 배출, 사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1/3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는 말도 어딘가에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축산업 분야에서도 녹색 기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GET이 축산업을 대체할 녹색기업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탐방하는 조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맥락에서 우리는 임파서블 푸드를 찾게 되었다.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평소 이러한 공장식 축산업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고기를 사랑하는 인류와 그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음식이 바로 콩으로 만든 피 흘리는 버거, 임파서블 버거다.
1/4 파운드인 임파서블 버거 하나를 먹는 것만으로도 10분 동안에 샤워에 쓰이는 물을 아낄 수 있고, 18마일 운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75평방미터의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 /임파서블 버거 영상 캡쳐
인기의 비결은? 당연히, 맛!
2016년 여름에 한국계 셰프인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뉴욕의 ‘모모푸쿠 니시’에서 개시된 임파서블 버거는 2017년 현재 15달러(약 1만 7천 원)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유통되는 레스토랑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하지만 이런 가격 차이와 상관 없이 임파서블 버거는 매일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임파서블 버거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기의 육즙까지 그대로 재현한 임파서블 버거의 ‘맛’ 이다.
현재 전 세계 채식 인구는 넓은 의미의 채식까지 포함하여 현재 2억여명이 채식을 하고 있다. 75억 명에 달하는 세계 인구에 미루어 봤을 때 미미한 숫자다. 아직은 건강, 종교, 환경, 생명윤리 등의 이유보다는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임파서블 버거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이들의 타겟은 채식주의자들이 아니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people who love meat)이다.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2015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모든 사람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에 대처하는 방법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고갈하지 않는 고기를 먹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임파서블 버거는 소고기로 만든 패티보다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95% 낮고, 물을 74% 절약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는 87% 적게 배출한다.
임파서블 버거는 ‘고기 마니아를 위한 채식 버거’라는 기치 아래 소고기 패티의 외형, 식감, 냄새, 맛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시키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소고기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브라운 교수는 단백질 성분인 ‘헴(Heme, 유기철분)’ 단백질이 고기의 맛과 색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콩 뿌리혹 부분으로부터 헴 단백질을 추출해 사용하는 한편 코코넛 오일로 소기름의 효과를 내고, 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섞어 고기를 구울 때 표면이 바삭해지는 효과까지 고스란히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임파서블 버거는 ‘식물로만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GET팀이 먹은 임파서블 버거의 실물이다. 질감, 육즙의 색 보이는가? 이게 식물로 만든 버거다
For me, For us, and For earth / 임파서블 푸드 캡쳐 영상
‘불가능’한 음식을 ‘가능’하게 하다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에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비롯한 구글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바이킹글로벌인베스터스 등이 임파서블 푸드에 투자했으며, 구글이 약 3억 달러로 인수 제의를 했지만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돈이 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거물들이 임파서블 푸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음식을 가능하게 한 기술력과 육즙 가득한 채식 버거의 무궁무진한 시장성에 있다.
지금은 미국, 미국 중에서도 임파서블 버거의 패티가 유통되는 일부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체육류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위해 임파서블버거는 유치한 투자금을 토대로 2017년 3월 오클랜드에 공장을 확장하며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덕분에 임파서블버거를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늘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피 흘리는 채식 버거를 먹어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촉촉한 육즙과 자글거리는 기름 소리에 절로 군침이 도는 독자라면, 기회가 생길 때 임파서블 버거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임파서블 버거가 유통되는 레스토랑들을 탐색하고 방문해보길 바란다. GET팀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지점을 방문하였다.
임파서블 버거 취급 레스토랑 들어가기 전
임파서블 버거 직접 먹어본 이야기.
GET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임파서블 버거를 영접했다.
임파서블 버거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정말 어떻게 콩으로 이런 고기 패티의 질감과 맛을 내지? 말 그대로 ‘임파서블’했다.
<시식기>
시청에서 수 분 걸어 Jardinere라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여기 임파서블 버거 있다면서요?”
“아, 맞습니다. 잘 찾아오셨어요”
저 뒤에 있는 것이 바로 임파서블 버거의 콩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이다. 좀 더 자세히 보자.
음~ 겉보기에는 일반 버거와 전혀 차이가 없어 보인다.
햄버거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도 군침을 돌게 한다.
햄버거의 속살을 보기 위해 한 번 잘라 보았다.
썰리는 느낌이 일반 햄버거 자를 때와 별다른 위화감이 없다.
포크로 패티를 조금 뜯어내 보았다.
빨. 갛. 다.
왜 빨갛지?
순간 눈을 의심했다.
저 패티의 색과 질감이 보이는가?
저 사진을 보면 콩고기라는 것을 알겠는가?
우리에겐 그냥 맛있어 보이는 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였을 뿐이다.
우선 눈과 코는 임파서블 버거에 감명받았다.
패티라는 것이 꼭 고기와 비슷하게 생겨야 하고 빨간색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 패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비슷하게 생기고 빨간색을 띈 것이 지속가능한 식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정말 콩고기가 맞는지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이 사진으로 설명을 대체하겠다. 버거는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특히 패티에 집중하여 음미하며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고기로 만든 패티와 맛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냥 ‘맛있는 햄버거’였다. 눈으로 보기에도 고기의 질감이었으며, 혀로 느끼고 이발로 씹는 질감 역시 고기의 것이었다. 또한 코로 맡는 것과 다른, 입 안에서 느껴지는 향기 역시 고기로 만든 패티의 것이었다. 맛 역시 고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종합적으로는 오히려 맛있는 편에 속했다.
건강에도 좋은 임파서블 버거
임파서블 버거는 ‘식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에 많은 흔히 ‘안좋은 콜레스테롤’로 여겨지는 LDL이 적다. 또 두부, 채소, 밀, 감자 전분, 코코넛 오일, 콩 등을 활용하여 제작하였기에 육류를 섭취할 때 걱정되는 호르몬이나 항생제 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임파서블 버거의 경우, 칼로리는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이는 풍부한 단백질 때문이었다. 고기보다 지방은 적고 영양은 더욱 풍부하여 더 영양이 우수하다.
임파서블 버거의 패티는 과학의 산물이다. 고기와 같은 외관, 맛을 내며 영양이 더 좋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임파서블 버거만의 기술덕분이다. 햄버거를 잘랐을 때 패티가 고기처럼 붉은색을 띄고 있어 매우 놀랐었는데, 이는 붉은색을 내는 ‘헴(유기철분)’이라는 단백질 때문이다. 헴 단백질은 주로 동물의 근육에 많이 존재하는데, 이 헴이 고기의 맛이 나도록 해준다고 한다. 임파서블 버거는 연구를 통해 식물에도 이 ‘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용하여 ‘붉은’ 식물 패티를 만들었다.
‘붉은색’ 외에도 고기를 재현하기 위한 요소들이 있다. 밀가루와 감자 전분 등을 섞었기에 구웠을 때 고기를 굽는 것처럼 표면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며 표면이 바삭해진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은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였는데, 우리가 방문한 레스토랑의 쉐프분 말을 빌리면 열을 가하면 녹아내려 요리하는 과정에서 까지도 정말 고기를 굽는 것 같다고 한다.
대체 육류가 지속가능 하려면 1) 정말 맛이 있어야 하며, 2)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3) 건강에도 좋아야 한다. 이 세가지가 충족된다면, 흔히 마케팅에서 말하는 소비자의 요청에 의한 자연스러운 PULL전략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유통 채널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소비자를 접하게 될 것이며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기업이 늘어나는 수요만 감당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가파르게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의 제품이 ‘충분히’가 아니라 아주 만족스러울 때(1-3)번을 만족할 때만 가능한 긍정적인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임파서블버거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기에 ‘아주’까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충분을 넘어서는 정도의 만족을 주었다. 기존의 대체육류였던 콩고기가 1번부터 충족시키지 못하여 시장에서, 심지어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외면받는 것과 아주 대조된다.
GET 팀은 임파서블 버거를 직접 체험하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외면 받은 사례가 많던 축산업 대체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우선 맛있다. 그러면서도 건강에도 좋다. 가격도 기존 버거와 큰 차이가 없다. 임파서블 버거는 생산량이 증가해 감에 따라 가격은 더욱 낮아지면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창업자 브라운의 말처럼 나와 같은 비채식주의자들도 건강과 맛, 주머니 사정을 모두를 위해 대체 육류를 소비할 것 같다.
임파서블 버거를 만드는 녹색기업 임파서블 푸드는 햄버거 패티뿐만 아니라 스테이크 등 다른 용도의 대체 육류 역시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른 대체 육류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제품까지 진출하여 축산업 자체 전반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기존 축산업을 대체하는 녹색기업들이 탄생하고, 성공함에 따라 건강에도 좋으면서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지속가능 한 식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인류가 지구가 건강해지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글 : Project GET(Green Enterprise Travel) / 일상을 지키고 만드는 기업, 녹색기업을 만들어나가는 패기넘치는 청년들입니다. 300일 동안 세계를 돌며 수많은 녹색기업들을 직접 탐방하며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일상을 만들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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