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현장에선 쉼 없이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로 입성해 성장을 위해 매진 중이다. 열정과 가능성 하나를 위해 달리는 그들에게 장애물은 존재한다. 열심히 만든 창작물의 유사 제품이 횡행하고, 세상에 없던 사업은 규제라는 틀에 갇혀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된다. 새로운 형태의 사업은 인식 형성에 시간이 걸려 고객과 업체간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2017년도에도 위와 같은 일은 계속 됐다. 다만 아래 소개할 세 업체는 각자의 전략으로 위기를 성장 기회로 전환시켰다. 논란을 홍보의 기회로 삼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변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혹은 좋은 사례를 스스로 만들며 규제의 범위를 완화시켜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핀테크 기업 ‘센트비’의 최성욱 대표, 푸드테크 기업 ‘이그니스’의 윤세영 이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황인범 팀장이 위기 극복기를 공유했다.
(왼쪽부터)최성욱 센트비 대표, 황인범 와디즈 팀장, 윤세영 이그니스 이사/사진=플래텀 DB
세 기업 모두 작년 한해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이하 ‘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는 무리 없이 서비스를 운영했었다. 블록체인 기반이어서 관련 법규도 없고 이에 관련한 제약도 없었을 때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해외 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취득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다섯 달 넘게 서비스를 중지하며 허가를 기다렸다. 지난해 12월에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현재는 서비스를 재개한 지 2달 정도 됐다.
그 사이 많은 게 변했다. 몇 안 됐던 경쟁 팀이 급증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갈 길이 멀어 숨가쁘게 운영 중이다.
윤세영 이그니스 총괄이사(이하 ‘윤’): 2015년 10월 크라우드펀딩으로 랩노쉬를 론칭한 이후 비슷한 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그러다 작년엔 아예 카피로 의심되는 제품이 나왔다. 병과 라벨 등 우리 제품과 디자인이 상당히 비슷했다. 소비자 제보가 폭증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걸 원치 않아 제품과의 유사점을 정리한 내용증명을 해당업체에게 보냈다. 묵묵부답이었다.
우리의 얘기를 들은 기자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여러 매체로부터 취재 문의가 오고 국회 쪽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로 일은 크게 확대됐다.
2월 현재 특허청은 부정경쟁방지법을 들어 모방 제품을 만든 업체에게 관련 제품의 생산, 판매 중지를 시정 권고했고 해당 제품을 매입했던 대형 마트는 판매를 중지했다.
황인범 와디즈 기업팀장(이하 ‘황’): 지난해 우리 플랫폼에서 펀딩을 진행해 화제가 된 상품 중 품질불량 및 기한을 지키지 못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문제가 일어난 뒤 이어진 고객의 질문에도 대처가 미숙했다. 결국 성능미달로 대규모 환불을 해주는 등 홍역을 치렀다.
윤세영 이그니스 이사
이그니스와 와디즈는 제품 관련 논란이 일었다.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건가.
윤: 사실 식품업계에선 특허라는 게 거의 존재치 않으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기업 차원에서 방어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얀 국물 라면과 허니버터칩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유사제품이 우후죽순 생겨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린 UX와 디자인 등록보단 제품 성상과 맛을 다양화해 해당 카테고리 내 선두주자가 되고 궁극적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황: 앞서 말한 사례가 앞으로 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수기로 해결하기 보단 서비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펀딩이 예상보다 더 큰 금액으로 성사되면 생산 일자를 지키는 게 매우 어려워진다. 만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은 더 충분히 이해한다. 사용자가 보기에 배송은 느리고, 제작 과정이 궁금해 질문해도 성에차지 않는다. 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다 보면 서로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그래서 제작 진행 상황을 의무 공개하도록 서비스를 업데이트 했다. 기다리는 이에겐 투명한 정보로 신뢰도를 높이고 제작 업체에겐 응원이 되도록 한 거다.
우린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신 문화는 성숙한 인식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양 이용자간의 이해가 맞지 않으면 문화보단 싸움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로의 오해를 줄이면서 보다 성숙한 크라우드펀딩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이그니스는 논란이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윤: 당시 업계의 경각심 촉구와 겹쳐 일이 더 커졌고, 유사 품목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저렴했음에도 매출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제품 품질에 꾸준히 신경 쓴다면 논란이 일더라도 고객 충성심은 높아지고 이들이 기여하는 매출이 상당함을 깨달았다.
핀테크는 국내 대표적 규제 분야다. P2P기업 중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다 서비스를 바꾸는 등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 있었고,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분야는 뜨거운 감자다. 국내외 분위기는 어떤 차이가 있나.
최: 금융 당국의 제재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존에 없던 서비스에 보이는 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듯 하다. 국내외 모든 핀테크 사업 관계자는 법률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뤄졌으면하고 바란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시작되면 이 부분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루기에 까다롭다. 미국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핀테크가 발전하는 건 이러한 방식에 기인한다고 본다.
센트비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송금 서비스 업체로 처음에 이름을 알렸다.
최: 처음엔 암호화폐만을 이용해 서비스를 운영했다. 초반엔 라이선스가 필요치 않았고 감독 대상도 아니었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융당국의 감독 하에 사업을 운영해야 하고, 정책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의 소지가 있어 하지 않는다. 관련 특허도 보유했고 여타 업체보다도 많이 활용했는데,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아쉽다. 비트코인이 법제화가 된다면 당장에라도 하고 싶다.
지난해 외국환거래법이 개정 됐을 때 ‘비트코인 관련 규정은 애매모호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법 개정은 다양한 기관이 맞물려 있는 만큼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우리 사업과 관련한 법엔 금융위와 기재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과 한국은행 등 다양한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다행히 각 기관이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해서 우리가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현재로선 큰 문제 없이 운영하고 있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
크라우드펀딩도 마찬가지다. 올 초 관련 개정안이 마련될 거라는 얘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와디즈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황: 내부에서 법 개정에 따른 대응을 준비중이다. 법을 개정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음식점과 숙박업 등에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관련 업체가 법을 우회해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해외 크라우드펀딩 중 ‘먹튀’로 의심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아직 국내에선 해당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황: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내부적 절차도 있다. 파는 곳과 사는 곳 모두 책임이 최소한 갈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 뒀다.
기본적으로 펀딩 전 기업 심사 과정을 거칠 때 돈이 빨리 필요하다는 곳은 일단 제외한다. 마음이 급할수록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드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펀딩을 진행하는 기업과는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지가 명시된 개별 계약을 체결한다.
크라우드펀딩 성향은 국가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황: 미국 크라우드펀딩 기업 일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을 점차 높이고 있다. 펀딩이 늘어날 수록 문제도 같이 증가한다. 그렇게 됐을 때 미국 기업은 문제가 발생해도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해외 기업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테이크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는 등 간편식 분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그니스도 펀딩이 진행중인데.
윤: 지금까지는 푸드테크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사례가 많지 않아 투자 받기가 어려웠다. 투자금이 흘러 들어올수록 시장이 커지는 좋은 모멘텀이라고 보는데, 이번 사례는 긍정적인 신호탄이라고 본다. 우리도 한창 펀딩 중이며 조만간 결론이 날 듯 하다. 시장에 좋은 선례가 나올수록 나머지 업체도 운영에 탄력을 받을거다.
센트비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최: 모든 가상화폐거래소는 비즈니스모델 영속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를 인식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고. 코인원이 우리에게 투자한 이유 중 하나는 자체 해외송금시스템과 시너지 때문이다. 핀테크는 한 업체가 독점 가능한 시장이 아니다. 업체간 협력이 필요한데, 이 중 해외 송금은 국가마다 송금루트가 다양하다. 코인원도 마찬가지다. 각 국가에 모두 진출하기 어려우니 함께할 수 있는 형제회사로 우릴 선정한 거다. 마케팅 노하우 및 협력 방안을 공유하며 함께갈 계획이다.
세 기업 모두 사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큰 타격을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각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을텐데. 어떤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가.
최: 핀테크 기업은 규제가 가장 큰 외부 요인일 거다. 이와 관련한 상황을늘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간트차트를 쓰는 등 미래를 예측해도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대응이 느리면 아무 소용 없다.
윤: 국민소득 3만불 이하 시장에선 가정 간편식(HRM, Home Meal Replacement)시장이 크다. 그러다 소득 수준이 오르면 기능식에 대한 니즈가 커진다. 미국과 일본이 그랬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개념을 넓히는 것보다 기능성, 미래식 등 정의를 좁히는 데 집중했고 성과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여기서 시장 파이가 커지지 않고 정체돼, 전반적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들어와 인지도를 단번에 키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제품력엔 자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탄 덕에 국내 대형 유통채널에서 먼저 연락이 와 유의미한 매출도 올리고 있다.
황: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스스로 규모화 하며 성장하고 있다. 다만 성장을 위해선 기술환경도 함께 개선돼야 하는 이슈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황인범 와디즈 팀장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 기존에 익숙했던 것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다. 보편적으로 해외 송금을 할 때 은행에 가지만 기존 제도권 은행에선 대중이 잘 모르는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 돈이 1,2만원이라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최고의 팀원이 똘똘 뭉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니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한다.
기업 이미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센트비가 블록체인으로 시작한 기업인 건 맞지만 블록체인회사는 아니다. 핀테크 기업을 지향한다.
윤: 우리 제품은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편이다. 각종 소셜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피드백도 많이 온다. 다만 그 의견을 바로 반영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내 의견은 언제 반영되냐는 말씀을 주실 때마다 죄송하다. 내부에선 이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황: 와디즈엔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와 투자 유치를 원하는 기업, 이들을 다양한 형태로 후원하는 분들이 있다. 즉 우리에겐 양쪽 지점에 고객이 있는 거다. 그러니 모두에게 각각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펀딩을 희망하는 기업이 보기엔 와디즈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지 않다. 기업 및 펀딩 규모에 상관 없이 진행할 수 있으니 많이 진행해 주시면 좋겠다.
고객 입장에선 크라우드펀딩의 의미를 새기며 임해주는 분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에코백 하나를 만들더라도 해당 기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를 들인다. 이들이 왜 이 가방을 만들었는지 등 취지를 이해하면서 참여한다면 크라우드펀딩 본연의 의미가 더욱 잘 충족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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