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IT환경 변화는 하루가 다르다. 중국 정부가 판을 깔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인터넷 기업이 주도해서 생기는 변화다. 혁신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수용도 역시 높다. 불완전한 서비스임에도 기꺼이 테스트에 참여한다. 일단 새롭고, 기업이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아 큰 지출없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엇박자없이 조화를 이룬다.
중국 정부의 비호와 거대 내수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인터넷 기업은 이제 ‘만리장성’을 낮춘다해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할만큼 성장했다. 실제 텐센트(6위)와 알리바바(8위)는 글로벌 시총 톱10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샤오미와 디디추싱, 앤트파이낸셜, 메이투안 디엔핑, 진르 터우탸오 등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스타트업들은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중이다. 중국 상위 유니콘 기업이 한국에 있다면 각각 시총 5위 안에 든다.
중국 ICT 발전상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텐센트가 내놓은 위챗은 메신저를 넘어 전 산업 영역으로 통하는 입구이자 만능열쇠가 되었다. ‘위챗 계정이 없으면 중국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말할 정도다. 특히 위챗 QR코드는 정보취득의 상징이자 중국 무현금 시대를 견인한 결제 수단의 대표 매개체가 되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가 발전한 것은 대륙의 독특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보안 등 요인으로 신용카드가 대중화되지 못 했고, 대안으로 등장한 은련(유니온 페이)은 초창기 이커머스 시장을 평가절하해 온라인 결제 분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때 온라인 PG로 자리잡은 것이 타오바오를 등에 업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였고, 뒤이어 텐센트가 위챗을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위챗페이) 시장에 뛰어들며 파이를 키웠다. 2017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55조 위안(약 9,344조 원)에 달한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솽스이(双十一, 광군제)’ 하루 결제액(알리페이 결제)은 1682억위안(약 28조 3000억원), 이중 모바일 결제 비율은 총 거래액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 결제시장에서 양사의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QR코드는 중국 모바일 결제의 상징이다. 중국서 한자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문자가 이 격자무늬 패턴이다.
올해들어서는 모바일 결제가 범용 교통수단인 지하철까지 확대되었다. 5월 광둥성 선전시 지하철 전 노선에서 위챗 QR코드를 통한 탑승이 가능해졌고, 앞서 4월에는 시범운행 지역이었던 베이징, 상하이에서도 지하철 전노선서 QR코드 승차가 정식으로 시행되었다. 베이징 지하철 전체 노선에 QR코드 승차 시스템이 시범 도입된 후 20일도 되지 않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한 승객이 연인원 530만 명을 돌파했다.
주목할 점은 베이징 지하철의 QR코드 승차 시스템 도입으로 승객들이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하는 현상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기차역과 연결된 3개 지하철역에서 승객이 줄을 서서 승차권을 구입하려면 보통 30분 이상이 소요되었으나, QR코드 승차 서비스 개통 이후 하루 평균 편도승차권 이용자수가 기존의 80만 명 안팎에서 60만 명 안팎으로 약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에 모바일 결제 도입은 다소 늦은감도 있다.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교통수단, 택시와 자전거 영역에서 QR코드를 활용한 결제는 이미 보편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시성의 경우 6월부터 고속도로 이용료도 QR코드 결제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중국에서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 영역의 대부분 결제는 QR코드를 통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로 연결시킨다. 스마트폰이 지갑이 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편리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 탄생에 큰 역할을 한다. 공유경제 대표주자인 디디추싱과 모바이크, 오포 등 기업을 성장시킨 5할은 여기서 기인한다. 모바일 결제의 편리함이 있었기에 중국 유니콘 기업의 빠른 성장이 있었다는 것이 정론에 가까운 중론이다. 공유경제의 싹은 미국, QR코드의 시작은 일본이지만 둘 다 꽃은 중국에서 폈다.
한편, 베이징시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능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안면인식 시스템은 몇몇 공항에서 테스트 중이다. 쇼핑과 보안 등 기업이 주도하는 영역에서도 생체인식 입출입과 결제 기능이 시험 중이다. 다른 국가였다면 개인정보 이슈로 테스트 자체가 논란이 되었겠지만, 여느나라와는 다른 체제로 통치되고 운영되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

중국 정부와 IT 인터넷기업은 다음을 준비 중이다. 근래 중국 IT, 인터넷 기업의 지향 키워드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그리고 ‘뉴리테일(신유통)’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를 해 혁신기술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지난 5년 간 중국 IT기업의 화두였다. 스마트시티는 인간의 신경망처럼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뜻한다. 5세대 이동 통신(5G)과 IoT, 인공지능,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빅데이터 솔루션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도로, 항만, 전기 등 도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2019년 최초 상용화를 앞둔 5G를 선점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굴기는 눈에 띈다. 이전 LTE 구축에서 상대적으로 한 걸음 늦었던 중국 기업은 5G에서만큼은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 3대 이동통신사는 세계 최대 5G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해 약 20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달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상하이 2018(이하 MWC 상하이)’의 공식 주제는 ‘더 나은 미래’였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공식 주제는 ‘5G’였다. 각국 통신사와 장비 제조사들이 자사 5G 기술 성과를 알리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5G 외교’를 활발히 펼쳤다. 특히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이통사는 5G 영역의 주인공이었다.
최근 세계에서 5G 협력 파트너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 화웨이는 이번 MWC상하이에서 가장 크고(1100㎡ 규모) 주목받는 부스를 꾸려 5G 관련 기술과 장비를 선보였고 다수의 기업과 협력체결을 이끌었다. 화웨이는 올초 스마트 디바이스와 3GPP(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의 5G 기술 표준을 지원하는 상용 ‘5G 고객 댁내 장치(CPE)’를 선보였으며, 업계 처음으로 5G 상용 제품의 엔드투엔드 제품군 및 자율주행차, 무선 의료용 로봇, 클라우드 AR, 클라우드 VR과 클라우드 PC 등 주요 5G 앱도 공개했다.
MWC상하이에서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ZTT, 파이버홈 등 규모가 있는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역시 5G와 연동되는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커넥티드 카, 무인 자동차, 드론, 수술장비, VR, AR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냈다. 이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에서 5G를 통한 경제효과는 약 81조 원(4천840억 위안), 2025년 5G 시장이 중국 GDP의 3.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IT 인터넷 기업의 기술지향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개발 신(新) 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와 연계해 2020년까지 중국내 500개 스마트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천명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장려하고 있다. 500개 스마트시티는 각각 주제가 다르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는 2025까지 2조 달러(2,234조 원)를 넘는 시장 가치를 지니며 중국이 아시아 지역 스마트 시티 중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일견 IT기업과 이통사의 영역으로 비춰지지만 가장 대중에게 근접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은 텐센트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업이다.
텐센트는 2015년부터 정부와 협력해 10억 이용자 수(중국 인구 약 14억 명)를 자랑하는 위챗을 통한 공공 서비스 연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여기에 주식 관리, 영화표 예약, 전자상거래 구매, 의료서비스 이용 등 사용자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위챗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다.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 사용자와 모든 서비스가 연결되는 올커넥티드(All-connected) 환경, 즉 스마트시티의 인프라를 쌓는 것이다.
더불어 텐센트는 위챗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량 측정과 사건/사고 신고 기능을 넣어 주요 도시의 문제점이었던 교통체증 해소도 연구 중이다. 이 데이터를 통해 정부는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고 텐센트는 새로운 사업의 기틀을 쌓을 수 있다.
텐센트의 스마트시티의 일면은 지난해말 완공된 신사옥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이 건물의 특별함은 내부에 있다. 텐센트 IT 기술과 인프라가 구현된 ‘IOT실험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옥을 선전의 IT 기술 발전상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라 부르기도 한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알리클라우드를 통해 하이난성에 스마트시티 플랫폼 ‘ET시티브레인(ET城市大脑)’를 도입해 독자적인 스마트시티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돼 입지를 넓히고 있는 하이난을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에 버금가는 스마트 시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이 프로젝트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전세계에 선보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텐센트가 위챗 플랫폼을 스마트 시티의 열쇠로 만들었다면,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기술적 토대에 뉴리테일이라는 개념을 얹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허마셴셩, 따룬파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동력을 찾고있다.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대다수 온라인 기업이 뉴리테일을 내세워 오프라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처럼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고, 오프라인 시장은 여전히 온라인 시장보다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 기업들과 협력해 양측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각자의 장점을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구조로 진화를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는 거대한 실험장이 되어 여러 기업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가 선보여지는 중이다. 배경에는 안정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빅데이터, AI, AR 등 기술이 존재한다. 과거 사람 수로 산업부흥을 이끌었던 중국이 기술국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비단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기존 리테일이 붕괴 중인 여타 국가에서도 알리바바와 중국기업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중국 IT 서비스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 현금이 필요없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통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온라인 기반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 모바일을 활용한 편리한 검색, 혁신적 물류 배송 시스템 등으로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률을 단시간에 뛰어넘었다. 그리고 현재는 오프라인까지 통합하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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