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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고객만족(CS)은 기업을 좀 먹는다.

요즘 업계에선 방어적인 자세의 홍보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다. 과거 방식이 미디어 관계를 구축하고 기사 노출로 기업이나 단체의 인지도를 올리는 적극적 홍보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위기 대응을 신속하게 하고 외부에 알리는 것을 지양하는 방어적인 홍보 형태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둘 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고객이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믿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다. 기업의 겉과 안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선 홍보와 CS가 함께가야 한다. 최전선에서 고객과 교감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자리에서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홍보와 CS는 양 극단에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닮은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사과’를 잘 해야 한다. 홍보는 기업의 이름으로 대중에게, CS는 고객에게 사과를 한다. 둘 모두 1)사안에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2)관련 문제를 언급할 때 변명과 이유를 밝히지 않으며 3)차후 재발 방지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하 O2O, 커머스, 배달 등 일반 소비자가 고객인 국내 스타트업이 마주했던 CS 대처 방식이다. 아래 사례에 위 3가지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Case 1. 고객의 이사 비용, 휴대폰번호 변경 비용까지 부담한 ‘우아한형제들’

올해 1월 배달 o2o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에서 내 점주와 고객간 갈등이 불거졌다. 어플을 이용하던 고객이 안 좋은 리뷰를 작성한 게 발단이었다. 업주는 협박성 댓글을 달며 거기에 고객의 주소와 휴대폰 번호까지 명기했다. 관련 댓글이 계속 올라오자 고객은 플랫폼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선 해당업주가 게재한 보복성 댓글을 전부 차단했으며, 피해자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업주에게는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해당 업소와는 가맹 계약을 끊었다.

피해자에 대한 대처는 단순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정신적 피해보상을 비롯해 피해자가 이사에 드는 일체 비용, 휴대폰 번호 변경에 따른 비용 지급까지 약속했다. 피해자와의 만남은 상담사, 변호사를 대동해 일처리를 진행했다. 자칫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기를 신속하게 대처한 사례다.

Case 2. 배송 문제가 생겨도 환불 0% 기록한 ‘핀즐’

아트 프린트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즐’은 지난달 자사의 월간 간행물 일부가 배송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제휴를 한 배송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약속된 기간에 총 고객의 30%가 제품을 받지 못했다. 핀즐은 즉시 전 고객에게 대표 명의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배송 지연에 대한 사과 및 제품 재발송, CS담당자를 추가 채용 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핀즐은 일주일 뒤에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해 다시 사과했다. 해당 월 비용은 받지 않았으며 약속대로 CS 담당자를 추가 채용했다.

배송은 핀즐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배송사 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핀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핀즐 관계자는 “우리가 잘못한 일이라 판단했고 대처했다. 이번 일로 인해 탈퇴 및 환불을 요청한 고객은 한 명도없었고 오히려 우리 CS의 체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기업인 만큼 실수도 잦고 시행착오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처음 겪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것 또한 그들의 과제다. 특히 고객과의 문제가 발생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CS 매뉴얼을 어떻게 확립하는지에 따라 고객 충성도가 결정됨을 핀즐의 사례로 알 수 있다.

Case. 3 가짜송장으로 이미지만 나빠진 A커머스 기업

A커머스 기업은 오픈 마켓 플랫폼에 입점하며 주문 폭주를 겪었다. 예상을 한참 웃도는 주문량으로 고객 중 일부는 최대 한 달 넘게 물건을 받지 못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A업체는 이때 악수를 둔다. ‘가송장’을 발부한 것. 배송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배송 중이라 허위로 기재해 시간을 벌어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꼼수는 금새 고객에게 들켜 큰 항의를 받는다. CS에 전사 인력이 매달려 한 달 넘게 처리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 되었지만, 상당수 고객이 이탈했으며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 업체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A커머스에 근무하던 당시 관계자는 “배송이 늦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공지하고, 늦어지면 빠르게 이유를 설명해 고객을 설득했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만시지탄이지만 교훈을 얻었다. 커머스의 CS는 단순 고객응대, 게시판 관리가 아니다. 마케팅 최전선 부서로 생각하며 불만 사항을 데이터로 축적해 재구매로 이끌어야 하는 일이다’이라 말했다.

Case. 4 사건을 대충 무마하려다 문제만 키운 B식음료 기업

B식음료 기업이 운영하는 직영점에서 C씨가 화상 사고를 당했다. 고객은 매장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결국 병원에 스스로 갔다. 화상의 정도가 심해 업체 측에 손해 배상 이슈를 제기했다.

업체는 해결을 위해 만난 첫 자리에서 자신들이 입점해 있는 건물주인 대기업에게 잘못을 돌렸고, 직원의 100% 잘못이 아닌 이상 변상 의무가 없다며 보상이 불가하다고 했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시작부터 대응이 석연치 않았다. 먼저 적절한 보상 범위를 정하기 위해 CCTV를 판독한 뒤 C씨와 만나자고 했지만, 만난 뒤에는 사정이 있어 CCTV를 보지 못해 보상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했다. C씨가 확인 후 사실 관계를 바로잡자, 이후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있었다며 10만원짜리 자사 상품권을 최종 위로금이라 건넸다. 업체는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 대응방식이 미흡하다, 작은 업체라 실수했다. 양해 부탁 한다’는 식으로 인정에만 호소하려 했다.

해당 업체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동안 C씨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동시에 분노만 키웠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적절한 보상과 사고당시 매장 내 미온적 대처에 대한 명확한 사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상을 요구해야만 하는 사태로 확대되었다. C씨는 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B업체는 모든 순간에서 CS오류를 범했다. CS는 시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업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과’만 했다. 사과로 무마될 수 있는 건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만 해당되고, 상해를 입은 이후엔 회사에서 적절한 보상을 빠르게 진행했어야 했다.

긍정적, 부정적 사례 2가지로 나뉘지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같다. 모두 문제를 인지했으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 했다는 점이다. 다만 방법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다. 앞선 두 업체는 최대한 빨리,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100% 잘못이 아님에도 자사 문제로 인식해 처리했다. 후자는 문제를 감추거나 피하기 위해 ‘거짓’까지 동원했다.

고객은 한 순간의 대처로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존재다. 한 명의 개인이라고 무시하고, ‘눈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결국 기업 근간을 좀먹는 행위다. 화사한 홍보와 브랜딩만으론 기업의 어두운 면을 다 가릴 순 없다. 이름뿐인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은 의미없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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