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Pain Point’
2014년 1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이노베이션’ 코너에 ‘Where to Look for Insight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게재되었다. 이 글을 쓴 모한비어 소니 (Monhanbir Sawney)와 산제이 코스라(Sanjay Khosla)는 각각 켈로그 경대학원의 교수이자 선임연구원이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Fewer, Bigger, Bolder(더 작고 더 크 고 더 대담하게)’ 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하여 출간한 바 있는 전략, 혁신 분야 저명 인사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7가지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유형화했다.
여기서 ‘3의 Frustrations: 불만 또는 좌절감을 찾아내라’가 바로 pain point를 의미한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의 불만이나 좌절감’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획득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학자들도 인정한 두말할 나위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pain point인 것이다.
약혼반지 사려다가 차린 보석 중개회사
전 세계 최대 온라인 보석 중개업체인 블루나일 (Bluenile)의 창업자인 마크 베이든. 그는 1990년대 후반 약혼반지를 사기 위 해 여러 보석상을 찾아가는 중에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다이아몬드를 고르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매우 복잡했고, 업사 원의 강매나 꼬드김도 껄끄러웠다. 보석상을 떠난 베이든은 자신이 겪은 pain point에 집중했다. 즉, 자신이 보석을 사는 과정에서 의심스럽고 편하지 못한 여러 가지 것들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이점에 착안하여 각종 보석에 대한 실용적 정보와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블루나일을 창업했다. 지금 블루나일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온라인 소매사이트로 성장했다. 이 업체를 통해 미국 내 약혼반지만 연간 2억 5,000만 달러어치가 구매된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시선으로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을 생각 해보라.
pain point를 마케터/기획자입장에서 해석하기
pain point는 마케터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원 의미는 ‘통증 점’, ‘아파하는 부분’정도이지만, 마케터는 이를 ‘충족되지 못한 소비자들의 욕구’, ’소비자의 불만’, ‘불편한 것’ 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만약 우리 모두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충족된 상태에서 살아간다면 아플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 놓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솔직히 누구나 다 아프다. 또 아프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파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짜증이 난다. 이때 누군가 통증을 어루만져서 낫게 해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것이 있을까 싶다. 마케팅에도 이와 동일한 이치가 적용된다. 우리 인생과 마케팅은 아주 닮았기 때문이다.
모든 소비자는 아프다. 그래서 소비자 스스로 그 아픔을 인지하고 사람들에게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려 본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전자의 경우는 마케터가 pain point를 발굴하는 일이 쉽지만, 후자의 경우는 찾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몰랐던 나의 불편한 점을 누군가가 해결해 준다면 그것이 성공 비즈니스, 성공한 제품, 성공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 결국 마케터는 ‘소비자에 대해 넓고 깊은 이해심’을 지니고 ‘그들의 삶을 향상한다’라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불편함(=pain point)이 해결되어서, 일상에서 행복해하는 당신의 소비자를 상상하라. 그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니며 지갑을 활짝 열 것이다.
한편 필자는 개인적으로 나영석 PD를 천재에 가까운 인물로 생각한다. 나영석 PD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복잡하든 단순하든 신선하든 진부하든 어떤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느냐를 잘 알고 알아채야 한다.”
그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기본으로 삼는 하나의 모토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문장을 ‘마케팅답게’ 아래와 같이 다시 만들었다.
“복잡하든 단순하든 신선하든 진부하든 당신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생활 속에서 소비자들이 당신의 서비스와 제품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를 잘 알고 알아채야 한다.”
‘불편하게’라는 단어를 상기하기 바란다. 편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불편하면 아프고, 귀찮고, 고통스럽고, 고생스럽다. 결국 pain point는 pain이 들어가서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이를 편하고 즐거운 쪽으로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Happy Point로!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