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61] ‘헬스케어분야 혁신을 위해 B2C를 넘어 B2B로’ 눔(Noom) 정세주 대표
[플래텀 구슬] 시장을 ‘진정’ 혁신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하는 스타트업을 보고있노라면 기분좋은 떨림을 느낄 때가 있다. 인터뷰이가 그리고 있는 비전과 그 팀원들이 역량을 쌓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때 그 떨림은 더욱 커진다.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회사 눔(Noom, 대표 정세주)이 그런 곳이다. 각설하고.
눔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맨하탄의 서쪽 첼시 부근에 위치한 뉴욕 본사를 찾아가서 정세주 대표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눔이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어떻게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지를 조명하려 한다. 더불어 정세주 대표의 든든한 조력자인 아텀 페타코브(Artem Petakov) CTO를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려 한다.
눔 정세주 대표와 새로 합류한 팀원 크리스틴
미국에서만 7년차 기업인이세요. 그간 과정에 대해 간략히 회고해 주신다면요?
정세주 대표(이하 정) : 그저그런 앱 개발사가 아니라 ‘헬스케어 기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회사가 되기위해 7년 전에 창업을 했어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비전은 ‘건강한 삶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마케팅이나 홍보, 투자 유치 등 많은 것들을 고민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우선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비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눔 코치’가 B2C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현재 눔 코치는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2800만 건이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양대 OS 마켓 헬스케어 분야 우수 추천 앱으로 선정되았으며, 지난 6월 구글 피트니스(Google Fit)과 애플 헬스킷(HealthKits)의 파트너 앱으로도 선정되었다)
지난 2월(발표일 기준)에 70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는데요. 어느부분에 활용하셨나요?
B2C 시장에서 인정받고 난 다음에는 사업 개발 영역이 커졌어요. 눔을 찾아오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규모 또한 커졌고요. 눔의 내적 역량이 쌓이면서 우리만의 힘이 발산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70억 투자를 받았던 거에요. 투자금은 앱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다음 단계인 B2B영역으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내적 자원과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썼어요.
당초 계획했던 바는 일반 사용자용 눔 다이어트 코치를 만들어 B2C 기반으로 B2B를 가는 것이었어요. B2B라 하면 병원, 보험회사, 사내건강복지관리 프로그램 영역으로 들어가는 거죠. 하지만 B2C 기반 없이 B2B 영역으로 바로 가려고 했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눔이 B2C에서 어느 수준이상의 주춧돌을 만들었기 때문에 B2B 영역 진입이 가능했다고 봐요. 그런데 B2B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임상실험이 필요합니다. 그 임상실험을 하는데 돈을 많이 투자했어요. 지난 번 인터뷰에서 잠시 언급했는데, 2013년에 미 보건복지부(NIH)와 처음으로 일을 같이하면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떤 임상 실험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정 : 미 보건복지부(NIH)와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 미국 내 권위있는 연구전문 종합병원)과 협력하여 폭식 억제를 위한 스마트폰 기술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자체가 생활의 변화로 다가왔고, 일상에 밀착된데다 개인화된 정보를 다 담고 있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이라는 실시간 채널을 통해서 식습관을 개선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 영역을 실행하기 위해 1년 넘게 준비를 하였고, 지금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뉴욕 시에서 주관하는 ‘뉴욕 디지털 헬스 엑셀러레이터’라고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들어갔어요.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임상실험 비용을 지원받고 뉴욕 장로병원과 스토니브룩 대학 병원 등과 협력하여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현재 뉴욕 시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해 ‘실제 사업화 단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뉴욕 디지털 헬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실험을 통해 눔이 혁신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 헬스케어 시장에서 문제가 심각한 영역이 병원과 보험회사예요. 오바마가 이를 개혁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오바마 케어 프로그램이죠. 지금 미국 의료 시장의 문제점은 환자가 중증 질환을 앓아야 의사와 보험회사가 돈을 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병원과 보험회사 모두 환자가 이미 병을 얻은 후에 치료해주는 후(後)대응만 한다는 거고요. 지금 질병 예방을 도와주는 사람은 동네 헬스클럽의 트레이너뿐이에요.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아파야만 치료해주는 역할만 할 뿐, 예방 치료법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물론 대중 채널을 통해 가끔 질병 예방책을 전달하지만, 그걸 챙겨보기에 현대인은 너무 바쁘죠.
저희가 강하게 믿는 ‘헬스케어 혁명’은, 질병 예방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잘 녹아들도록 만들어서 헬스케어 기관과 일반 사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실제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그 모든 과정을 모바일에 맞게 구축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눔 코치를 사용해서 식습관이 어떻게 개선돼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량적 수치는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모 대형병원과 눔 코치가 경쟁했는데 눔 코치의 결과값이 훨씬 좋았어요. 모바일 디바이스는 항상 사용자 손에 붙어있기에 더 친숙하고 상기하기 쉬워서 식습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거죠.
더불어 저희에게 의미있는 소식 중 하나가 눔 코치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미국의 건강 및 예방 의학을 관리하는 공단)에서 진행하는 당뇨예방인식 프로그램(DRRP)에도 공신 승인을 받아 당뇨병 환자들을 눔 코치 앱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알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설명해 주신다면요?
저희가 B2B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당뇨병(prediabetes, 前糖尿病)’ 환자를 대상으로한 식습관 개선 비즈니스에요. 당뇨 질환 중에 제2당뇨가 있어요. 제2당뇨는 유전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체득한 당뇨증세에요. 제2당뇨에 걸리신 분들과 제2당뇨 이전 단계에 해당하시는 분들을 모두 포함해서 ‘전당뇨군’으로 분류해요. 통계로 보면 미국 전체 인구의 1/3이 전당뇨군이에요. 어떻게 보면 사회적 문제죠. 전국민이 사회적 시한폭탄과 같은 질병을 안고 산다는 거잖아요. 이 사람들의 식습관이 변하지 않는 이상 당뇨로 발전하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팀에 얼마전 합류한 팀원 크리스틴도 인터뷰에 함께 참여하했다. 참고로 크리스틴은 존스홉킨스 의대를 중퇴하고 눔 팀에 합류한 인재다. 그녀는 사람들을 치료해주고자 의학을 배웠지만 잘못된 의료시장 논리에 굴러가는 현실을 직면하고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와중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예방의학을 기조로 혁신을 시도하는 눔을 알게 되었고 눔 서비스 개발에 조력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전당뇨군이라고 말씀 하셨는데요. 전당뇨 단계에서 당뇨까지 진척되는 확률은 어떻게 되나요?
크리스틴(이하 크) : 통계적으로 전당뇨군 판정을 받은 환자 중 80%가 5~7년 안에 당뇨군으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전당뇨군 판정을 받으면 언제간는 당뇨군으로 발전한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2050년에 미국 내 20살 이상 인구 중 전당뇨군 판정을 받는 인구가 50% 이상일 것으로 예측되고요. 현재 미국 내 당뇨군 판정을 받은 사람이 9%인데 실제로는 14%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인구의 4%에 불과하던 당뇨병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국가적으로 당뇨병 환자 수를 이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 지난 10년 간 연구하여 NDPP(National Diabetes Prenvention Program)라는 당뇨 예방 건강관리 매뉴얼을 개발했어요. 16주(4개월) 동안 당뇨 예방 혹은 당뇨 질환 치료를 위해 식습관 개선과 건강관리 운동을 따라하는 프로그램이예요. 사회적인 문제라서 국가적으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거죠.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은 국가적 손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정부차원의 연구를 통해 매뉴얼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를 하는 중인데요. 모바일 서비스 중에는 눔이 최초이자 유일하게 배포처가 되었습니다. 저희에게는 큰 성과입니다.
정 : 저희가 객관적으로 리뷰를 하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유니온스퀘어 쪽에 자체 연구 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일반적인 임상실험 방법에 쓰이는 RCT(무작위대조군,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방식은 유니온스퀘어 앞을 지나가는 일반인 100명을 대상으로 광장 근처에 설치된 기기에서 자기 몸무게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소개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합니다. 50명은 다이어트를 돕는 인기 도서를 받고 나머지 절반은 눔 앱을 실행하는 거에요. 그리고 향후 12주 동안 2주 간격으로 몸무게를 측정하는거죠. 이를통해 본인 몸무게 트래킹 뿐만 아니라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리뷰해서 건강이 회복되는지를 점검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객관적인 리뷰를 얻고자 이 프로그램 운영자가 눔이라는 걸 모르게 진행한다는 거예요.
이러한 리서치 연구를 7개 정도 진행하고 있어요. 100% 내부에서 하는 거고, 또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이라든지 아니면 미국 보건복지부, 한국에서는 생명보험재단과 종합병원, 의학전문 교수님 세 분(충북대 의대, 경희대병원, 서울대병원)을 모시고 진행하고 있고요. 지난 1년 동안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말 많은 연구를 해왔고, 외부 연구에도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눔 코치 말고 눔 헬스라는 다른 앱도 있어요. 이건 실제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개별 앱이에요. 헬스케어 사용에는 일정 기준과 제재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따로 개발한 앱입니다. 지금은 거의 자체 자금을 투자하여 파일럿을 하고 있는데요. 저희 수익 모델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보험회사, 제약회사, 병원을 대상으로 B2B 수요가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이 시장을 눔이 뚫어가고 있고, 장벽을 낮춤으로써 눔의 브랜딩 또한 높아질거라 예상합니다.
식습관과 관련된 임상 실험시 환자의 심리적인 요인도 클거라 보는데요.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이 요인을 어떻게 감안하여 진행 중인가요?
크 : 심리학적 요소는 정말 중요합니다. 처음 5주 동안 환자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그 심리상태가 체중감량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도 기록하고 있어요. 이때 문제를 다루는 3가지 방법을 적용합니다.
눔의 CTO인 아텀이 심리학 전문가인데, 앱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기 부여하는 방법을 연구해 앱에 접목시키고 있어요. 예를 들어, 눔 코치 앱에 과일을 먹었다고 입력하면 ‘살 빼는데 좋아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하이파이브 제스처나 15 포인트 적립 등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넣어 사용자를 즐겁게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앱 안에 인간적인(Human component) 요소를 가미하는 방법인데요, 사용자의 기분이 저조할 때 질 높은 심리상담훈련을 받은 조력자(Facilitator)를 배치하여 대응하도록 합니다. 앱 자체의 게임 요소(Gamification)를 통해 자연적인 동기 부여를 줄 뿐만 아니라 휴먼 요소를 더해 사용자의 심리 요소를 관리하는거죠.
또한, 미국 당뇨병 협회의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우울증이나 비관적 사고방식을 극복하는데 도움 되는 컨텐츠들이 많아요. 우리는 그런 컨텐츠들도 앱에 공유합니다. 앱에서 받는 피드백과 좋은 콘텐츠, 고퀄리티의 심리상담 조력자 등 이 3가지 요소를 통해 사용자의 심리 요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사실 시간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1:1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요. 눔 코치 앱은 모바일 서비스이기 때문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어 유연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큽니다.
정 : 여담이지만, 1년 전에 제품 UX 개발을 위해 심리학 박사님을 눔 팀으로 모셔왔어요. 심리학 관점에서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를 기술 개발시 잘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학센터를 운영하시던 장(長)급의 인사를 영입해서 심리학 팀을 만든거죠. 메시지 하나를 써도 의미가 있는지 테스트를 해요. A/B/C 테스트를 항상 하고 있는거죠. “어떻게 했을 때 눔 그룹의 협업이 더욱 잘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했을 때 사람들에게 실제 도움되는 결과물이 나올까?” 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조직이죠.
그리고 매일 저희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분이나 무작위로 타깃한 분을 모셔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 리뷰를 합니다. 그 과정을 녹화해서 모든 PM과 디자이너는 의무적으로 보도록 해요. 그리고 모든 과정을 스크립트를 남깁니다. 이를 3명의 팀원들이 진행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 정부기관이나 학교, 병원 등과 B2B로 협업할 때 까다로운 점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나요?
크 : B2G 측면에서 보자면, 이 분야 정부 담당자는 2020년까지 수백만 명이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일에 굉장히 열정적이죠. 눔은 협력을 통해 그 목표 달성을 도우려고 해요. 또 뉴욕시의 건강관련 부서 담당자와도 곧 만날 예정입니다. 그들은 눔이 뉴욕 전체를 이끄는 리더가 되길 원하고 있어요.
병원에 어떻게 이 시스템을 도입하냐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존 병원은 전당뇨군 환자들을 약처방으로 치료했습니다. 하지만 당뇨 예뱡약은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당뇨 발전 속도를 조금 늦출 뿐 완치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병원에게 약 대신 당뇨방지를 위해 사용할 툴이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일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약으로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시도해보길 원했고, 운좋게 마운트 사이나(Mount Sinai) 병원 같이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춘 몇몇 병원들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눔 코치 앱이 기존 약처방보다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데 효과가 좋다는 데이터를 얻기도 했고요.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는데 1년 가량의 긴 시간이 걸리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눔이 앞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의료 시장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 같네요.
정 : 예방 의학으로 비슷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저희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어요. 더불어 올해 구글 I/O 이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스마트폰이 어떻게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할지 다루어졌는데요. 눔이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었어요. 그 이후로 제약회사, 투자사, 의류 회사, 음료제조사, 라이프스타일 관련 회사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헬스케어 전반에 보면, 전 세계에서 애플 헬스킷과 구글 피트니스 양쪽을 다 잘하는 회사는 눔밖에 없어요. 구글에는 우리가 헬스분야의 프라이빗 파트너(Private Partner)이고, 애플 쪽에는 눔이 리드 파트너(Lead Partner)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퍼런스에서 소개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구글 I/O 콘퍼런스 중 구글 피트니스 소개시 ‘눔 코치’ 앱이 사례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구글 피트니스와 헬스킷은 눔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구글과 애플 모두 “우리가 OS단에서 써드파티 개발사들이 헬스케어 관련 인포메이션을 얻을 수 있도록 채널을 열어주겠다” 라고 말해요. 이는 눔 같은 써드파티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사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정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예요. 기존에는 당뇨 측정기 제조사, 만보기 제조사, 체중계 제조사 등에 개발사가 직접 찾아가 개별 SDK를 만들고 그 기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죠. 하지만 구글 피트니스와 헬스킷을 통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구글 쪽에서 인포메이션 채널만 열어주면 그 정보를 눔 앱의 데이터와 연동할 수 있다는 거죠. 헬스킷이나 구글 피트니스는 써드파티 하드웨어 제조사와 앱 개발사 중간에서 양쪽 영역이 개인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읽어갈 수 있도록 보안 영역을 만든 겁니다. 이게 바로 헬스케어의 혁명이라고 봐요. 최근에는 보험회사까지 이 분야로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어요.
이렇게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눔에게는 굉장히 많은 기회가 열렸습니다. 소프트웨어사는 가장 고민되는 것 중에 하나가 제품 개발하기도 바쁘고 인력도 없는데 사업 개발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구글 피트니스와 헬스킷으로 인해 이제 굳이 사람을 뽑아서 각 제조사별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리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온 거에요.
헬스케어에서 스마트폰이 가져다 주는 혁명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예측되는데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스마튼폰 안에 녹아 든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결정될거라 봐요. 현재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못 따라가는 추세예요. 예를 들어 Xbox가 나오면 게임 소프트웨어가 뒤따라오듯이, 하드웨어가 나오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수준을 따라가는 게 흐름입니다. 그런데 현재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흐름이기에 우리는 “하드웨어는 자연스레 더 좋은 성능으로 발전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열중하자”라는 결론으로 열심히 헬스케어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노하우가 쌓이고 있고요.
또, 외부에서 눔도 하드웨어에 진출할 것인가 라는 의견을 많이 물어보세요. 하지만 저희는 계획이 없어요. 눔 코치 앱을 비롯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제품을 잘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혁신기술 제품이 처음에 등장할 때는 비싸지만, 대중화되면서 규모의 경제와 다양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가격이 내려가게 마련입니다. 만보기 웨어러블 손목시계가 작년에는 15만원 선이었는데, 올해 샤오미가 9불의 웨어러블 손목시계를 선보인걸 보면 알 수 있죠. 제품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 봅니다. 또한, 삼성 갤럭시 S5나 LG G시리즈 폰에도 헬스케어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하이테크 하드웨어 제품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이야기로 시작해서 시장 전반을 훓었네요. 눔은 B2C로 유의미한 성과를 낸 뒤 B2B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B2C를 더 잘하고 B2B로 진입하기 위해서 그 가운데 영역(B2C를 기반으로 B2B 역량을 키우는 데)에 투자를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 시대에서 사업을 하려면 B2C가 없으면 힘이 없어요. 진정한 B2B 승자가 되려면 B2C를 잘해야 한다는 거죠. B2C 시장은 브랜드를 알리는 곳이에요. 눔은 서비스 자체가 브랜드를 말해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잘 만들어 인지도를 얻었고, 그 다음으로 B2B를 시작하는 거에요. 그게 눔 비즈니스의 철학입니다. B2C는 저희가 배울 수 있는 채널, 소통의 채널, 그리고 브랜딩 마케팅 채널입니다.
눔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나 데이터는 어떤 부분인가요?
‘마켓 리뷰’와 ‘리텐션’이에요. 굉장히 자세히 봅니다. 잘 만든 제품이라면 사람들이 오래 쓰잖아요? 리뷰와 리테션으로 그 지표가 나옵니다. 헬스케어 문제가 심각한 병원, 보험회사, 사내임직원 의료복지 분야에 그 지표를 들고 가서 설득합니다. 시쳇말로 ‘먹히는 아이템’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병원이나 회사에 납품하는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낮습니다. 기능 하나에 집중하여 일반 사용자에게 친숙하지 않은 앱을 만들어오거든요. 기능은 있지만 세련되지 못하고, 불편하고, 버그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아요. 반면에 눔 코치 앱은 다운로드가 2,800만이 넘어서 굉장히 많은 리뷰가 있어요. B2C는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많이해요. 하지만 그 리뷰를 수용하면 제품과 내부 역량이 커지는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원천이 됩니다. 학습 채널로 최고입니다.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눔 개발팀과 디자이너팀
한국을 비롯하여 선진국에서 50~60대 인구층이 두터워지는 중입니다. 장년 이상의 연령층이 모바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을텐데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중인가요?
고령층도 카카오톡에는 익숙해요. 플랫폼에 대한 이해는 없지만, 공짜 문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용하시잖아요. 저는 그 다음단계가 헬스케어라고 생각해요. 이유는 그 연령층 대부분 경,중증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이예요. 특히 전당뇨군에 속하시거나 당뇨에 속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눔과 같은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거라고 봅니다.
전당뇨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처방약이 없어요. 당뇨 확정시에 처방약이 나옵니다. 이는 당뇨를 예방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당뇨에 걸려야 병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지혈증이나 뇌종양 위험이 높으면 예방약을 먹을 수 있는데, 전 세계 인구가 식습관으로 인해 쉽게 걸리는 전당뇨에 예방약이 없다니요. 당뇨 직전 단계에 속한 사람들은 바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100% 당뇨로 발전합니다. 5~7년 사이에 전당뇨군 환자 80%가 당뇨로 발전한다고 말했지만, 의사들은 100% 걸린다고 말합니다. 그때부터 통원치료 받느라 일상이 바빠지는 거죠.
20~40대처럼 젊고 아직 아프지 않은 사람들과 달리 50~60대가 모바일 헬스케어 기능을 받아들이는 데는 온도차가 분명히 있어요. 그 연령층에게 스마트폰은 그저 게임이나 검색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 헬스케어에 필요한 거라고 봅니다. 혈당 측정기나 건강 기록하는 등의 기술과 치료 방식은 이미 나와있는 기술이예요. 우리는 기존 기술을 일상의 매개체가 된 모바일로 잘 살려보고자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B2C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개발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것이고, 사용자가 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노력이 있었죠. 현재 한국, 미국, 일본에서 임상실험과 연구에 참여하면서 대학병원 교수, 의사, 병원총책임자와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을 솔루션에 적용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고, 지금 그 과정에 있어요. 한국에서도 주요 병원들과 이야기를 한 상황이고요. 그리고 당뇨,전당뇨군을 시작으로 연계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심혈관계, 뇌졸증, 고지혈증, 고혈압, 골다공증, 이쪽은 전부다 식습관으로 80%이상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럼 앞으로 모바일 시대에 무엇으로 치료를 할까요? 기존처럼 건강 서적을 참고하기 보다는 모바일로 할겁니다. 즉각 데이터 입력하고 확인도 가능하고, 기록이 남고, 원격 측정도 가능하고, 다시 또 모든 데이터들이 디지털화되어 기록되고, 이전의 방식과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5~60대를 비롯하여 전 연령층이 모바일 헬스케어 제품을 필수 아이템으로 소유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게 바로 저희 회사의 비전이고 미션이고 회사가 최근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성장하는 이유입니다.
현재는 경쟁자가 없지만 결국 최종 경쟁자는 데이터를 더 많이 갖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이 되는 거 아닐까요? 이 두 빅 플레이어가 직접 B2B 헬스케어 시장을 진입할 수도 있을텐데요.
여러 미디어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이 영역에서 일하는 제 입장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직접 코칭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헬스케어 플랫폼을 안정화하고 보안 강화에 더 힘쓸거라고 봐요. 그래야 눔처럼 이 분야에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하드웨어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할 테니까요. 예를 들어, 애플은 ‘시리’라는 브랜드를 사와서 그 기술을 애플에 녹아들게는 했지만, 그걸로 서비스를 만들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눔 코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눔 코치와 눔 헬스 등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만든 회사예요. 애플이 눔 코치와 유사한 앱을 만들어 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눔과 같은 강소 소프트웨어 기술 회사들이 애플이랑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플과 구글이 대단한 부분이 우리처럼 써드파티 개발사들을 존중한다는 거예요. 저는 그 점을 굉장히 높게 봐요. 눔이 알아서 잘 만들면 그들도 같이 성장하고, 그들 역시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강소 개발사를 우대합니다.
눔이 현재 스페인하고 중국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B2C 사업과 B2B 사업을 유지하면서 해야할텐데요. 실제 부스팅하는 시기는 언제쯤인가요?
올해 말에 스페인 버전 출시하고, 내년 초에 중국어 버전이 나올 예정입니다. 부스팅 시기는 지금이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그쪽 시장 진입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게 항상 하는 말이, “실패하는 순간에도 배우라”는 거에요. 잘하는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탄력성이 좋아요. 일이 잘 안되도 실패라고 보지 않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기획하고 전략을 짜서 또 실행하면서 마켓에서 배웁니다. 우리는 그런 연습을 많이 해온 팀이기 때문에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서비스를 시작하는 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 시장 진출은 오래전부터 생각했기 때문에 백엔드(Back-End) 단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요.
국가경쟁력으로 봤을 때, 스페인 언어권과 중국어권 시장이 헬스케어 분야의 선진 시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가 그 시장에 나중에 들어가면 진입할 때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제 전략은 누군가 들어가기 전에 빨리 들어가서 눔 코치 서비스를 다 뿌려놓자 입니다. 그리고 이 두 언어권의 헬스케어 시장이 선진국을 따라갈 거라 예상하기도 하고요.
대표님은 생각하는 헬스케어시장의 선진국은 어디인가요?
미국, 일본, 한국입니다. 한국도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선진국으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곳이 미국, 일본, 한국이예요. 순서대로 따라가는 거죠. 이렇게 저희가 쌓고있는 역량이 나중에 중국어권과 스페인어권에 가면 정말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인정받은 서비스라면 당연히 이용할거라 보고요. 그때는 진정한 글로벌 사이즈로 비즈니스가 커지겠죠.
추후 진출하는 시장에서도 B2C와 B2B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네, B2C는 반드시 유지해야해요. 왜냐하면 나라마다 입맛이 다르거든요. 그 입맛을 배우는 방법은 제품을 론칭하여 직접 소비자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이 제품이 쓸만한지 아닌지는 마켓 리뷰에서 판단할 수 있어요. 또 리뷰에 대한 이메일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관리를 할거고요. 리뷰와 리텐션 지표가 정말 좋습니다. 돈 안들이고 시장을 배울 수 있으니 아주 좋은 학습 채널인거죠.
눔의 아텀 페타코브(Artem Petakov) CTO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 눔 본사의 꽃 카페테리아 공간
(↑) 정세주 대표의 책상, 그의 바쁜 일상을 대변한다
(↑) 팀원 개개인과 가벼운 인사와 함께 근황을 묻는 정 대표 / 현재 팀원이 40여 명으로 늘어나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정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유대감을 잃지 않고자 시간을 내어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 외부 손님들에게 꼭 소개하는 눔 본사 옥상
(↑) 2007년 정 대표와 아텀 CTO가 창업 초창기에 개발한 싸이클 머신 / 낡고 고장났지만 그때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상징으로 회사 한 켠에 비치하고 있다.
인터뷰 공동 진행 : 플래텀 구슬 매니저, TechforKorea 최세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