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 IOT 스타트업이라면 심천의 제조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라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제조산업으로 IoT가 각광받으면서 제조업계에 혁신적인 기술 개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 크라운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 소개되어 규모 있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으로 헥셀러레이터와 같은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를 들 수 있다.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는 일반 소프트웨어 엑셀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초기 투자자금과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면서 제조업 비즈니스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헥셀러레이터는 1년에 2회 상/하반기로 나누어 기수(Batch)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수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모집할 때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 1000여개 팀이 지원하며 15개팀만을 선정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헥셀러레이터가 미국 벤처투자사인 SOS벤처스(넷플릭스 투자사)가 투자해 설립한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이며, 약 6년간 중국 심천에서 프로토타입 제작부터 스타트업 생산 수준에 맞는 부품 수급과 OEM, 디자인설계, 물류, B2B 파트너, 미디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기업들의 성공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헥셀러레이터는 2012년에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으며, 올해 상반기에 6번째 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총 65개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으며, 현재 6기 프로그램에는 15개 팀을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미국 팀이며 20%는 유럽, 25%는 중국과 일본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가 한국에서는 최초로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3개월째 심천 헥셀러레이터 본사에 머물며 제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좌) BBB 최재규 대표 (우)헥셀러레이터 던칸 터너 파트너>
심천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르는 이유
지난 31일 강남 테헤란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중국 심천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헥셀러레이터(HAXLR8R)의 글로벌 파트너 던칸 터너(Duncan Turner)와 모바일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BBB의 최재규 대표가 만나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자를 대상으로 ‘중국 심천의 제조 생태계’와 ‘헥셀러레이터(HAXLR8R)’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던칸 터너는 중국 심천이 제조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심천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지(Heaven of Makers)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수백여 개 초기 제조기업과 대기업형 제조 기업이 밀집되어 있어, 각 기업의 수요에 맞는 제조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생산 단가도 매력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품 수급과 프로토타입 제작, 테스팅(Testing)까지 이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소량 생산에 이어 대량 생산까지 이어지는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우리(헥셀러레이터)는 심천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하는 동시에 실리콘밸리의 장점인 투자/세일즈 비즈니스 인프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최근 들어, 메이커(Maker, 제작자 혹은 하드웨어 제품 개발자)라는 용어가 떠오르고 있다. 헥셀러레이터 파트너 벤자민 조프(Benjamin Joffe)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메이커(제작자)에 불과하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메이커의 개념을 넘어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목표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31일 강연에서 던칸 터너는 헥셀러레이터가 주목하는 하드웨어 분야로 마이크로 제조기술(Micromanufacturing, ex. 볼테라 Voltera), 지능형 제조 기술(Advanced Manufacturing), 스마트 홈(Smart Home), 모바일 헬스케어(Tele Health), HCI, 지능형 센싱 기술(Advanced Sensing), 로봇공학(Robotics), 고도화된 농업 기술(Agri-Tech)를 꼽았다.
그는 “헥셀러레이터의 모든 포트폴리오사들이 IoT 기술기반 팀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연동된 IoT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팀 BBB의 경우 현재 심천에서 모바일 체외진단기를 개발하는 중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하드웨어를 플랫폼으로 삼아 헬스케어 데이터를 축적하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고 있다. 하드웨어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겸비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헥셀러레이터는 ‘Build Right Things, Build It Right, Stop Perfecting, Start Shipping’ 3가지를 원칙으로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코칭한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시장의 경쟁상황과 장벽을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실현불가능한 프로덕트를 기획, 상품화(Commodifization, ‘상품화하다’라는 신조어)에 실패하는 것이다. 헥셀러레이터는 3가지 기본 원칙으로 스타트업들이 실수하는 부분을 바로 잡아주고 필요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모색한다. 그들이 빠르게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심천의 제조 생태계를 적극 활용
BBB 최재규 대표는 헥셀러레이터에 최초로 입성한 국내 스타트업으로, 최근 국내에서 IoT와 심천의 제조 생태계가 화두로 떠오르며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최대표는 강연에 참석한 100여 명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투자자들에게 “하드웨어 개발에 필요한 PCB, 펌웨어, LCD, 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 5명이 모여 한국에서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이 제품 생산부분에서 한국의 제조 파트너들은 스타트업의 수요 물량을 맞춰주지 않는다. 하지만 심천의 제조 파트너들은 작은 회사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장벽이 낮고, 중국 정부에서도 중소 제조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많이 해주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프라가 집적된 곳이라면 심천은 제조 산업에 특화된 인프라가 집적되어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곳이다. 심천에서 시작하기를 적극 추천한다.”라며 국내 하드웨어 기업이 심천의 제조 생태계를 주목하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자와 행사 참석자들 간 Q&A 내용이다.
헥셀러레이터(HAXLR8R)의 의미가 무엇인가?
던칸, 이하 ‘던’ : 하드웨어(Hardware)와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합성한 것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라는 의미이다.
BBB에 질문하고 싶다. 헥셀러레이터에 들어가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최재규, 이하 ‘최’ : 헥스의 핵심 제공가치는 기말고사처럼 정해진 기간 내에게 제품을 만들도록 강하게 드라이빙 해준다는 점이다.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컨설팅을 해준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미팅을 진행하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헥셀러레이터가 중국에서 6년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아왔기에, 콴타(Quanta)나 폭스콘(Foxconn)처럼 글로벌 제조기업과도 대량주문 생산 비즈니스를 연결해 줬다. 이들이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했기에 중국에서 네트워킹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아울러, 중국 정부에서도 헥셀러레이터를 지원하고 있기에 시너지가 나고 있다.
프로토타이핑 비용 측면에서 국내와 심천의 차이는 있는가?
최 : 국내 제조업계에서의 15년 경력을 바탕으로 대답을 드리고 싶다. 하드웨어 개발에는 LCD, 펌웨어, PCB 제작 등 최소 5명이 필요한데, 이 인원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조 파트너들도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물량을 맞춰주기 어렵다고 본다.
반면에 심천은 작은 회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고, 작은 회사들에 맞는 지원책이 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제조업 기업들이 다 모여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접근성과 생태계 구성 자체가 다르다. 제작 비용은 3분의 1 수준이고, 비용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시간 부분에서 이득이 된다. 심천에 가서 하시길 추천한다.
헥셀러레이터에 지원하려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야 하나?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최 ” 헥셀러레이터에 지원하려면 자기 회사와 프로덕트를 설명하는 영상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프로토타입이 아니더라도 어떤 제품을 구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컨셉과 모형을 제작해서 지원하면 된다. 헥셀러레이터에서 ‘이 아이디어 컨셉을 프로덕트로 실현하고 싶다’를 제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준비하는 기간이 3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창업 시,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것과 처음부터 중국에서 가서 법인 설립하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은가?
최 : 중국에서는 직접 법인을 세우기가 어렵다. 합자 회사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 또한 프로덕트 특성에 따라 해당 시장의 법적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 “Made in China”가 아니면 판매가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법적인 요구 사항에 맞춰 법인 설립을 결정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에서 비즈니스하려면 ‘꽌시’가 큰 장벽이다. 이 점은 유념해야 한다.
한국 쪽에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가 있는가?
최 : 한국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는 초기 수준인 것으로 안다. 한국 정부에서 헥셀러레이터 등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들과 협업 접점을 모색하는 중이라 들었다. 헥셀러레이터에 한국 회사가 들어가기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진입 장벽이 높다기 보다는 지원하는 팀 자체가 적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 던칸이 심플하게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지원과 운영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아마 한국 지원자들 관점에서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헥셀러레이터 파트너들과 미팅을 해보면 이들의 의사결정이 굉장히 명확하고 빠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후속으로 많은 기업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헥셀러레이터는 한국 시장을 잘 알기에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다.
중국에서 프로토타이핑을 할 때 중국어 능통자가 없어도 가능한가?
최 :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중국 내 도시마다 차이가 크다고 설명드리고 싶다. 심천에 직접 가보니 선입견이 몇 일 만에 없어졌다. 9년 전부터 이전 회사에서 중국과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도 모든 파트너들이 영어가 가능했다. 생태계 자체가 글로벌이고 중국어를 강요하는 문화는 없다. 중국 내 일 잘한다고 알려진 회사들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헥셀러레이터 포트폴리오 기업 중 IoT 프로덕트 개발사가 어느 정도인지?
던 : 65팀이 모두 IoT 팀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하드웨어에 집중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함께 기반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BBB는 미국, 중국 동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에서 메디컬 디바이스 출시 시 허가 부분에서 헥셀러레이터가 도움을 주고있나?
최 : 정부 인증은 우리가 온전히 다해야 한다. 처음부터 잘 준비해서 나가지 않으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그들이 원하는 기간에 맞추어 출시할 수 없다. FDA 승인이나 중국 정부 허가에 필요한 서류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같이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서류 작업을 마치고 제품 출시 준비를 이어가는데, 우리는 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즉, 서류를 준비하면서 정부 허가에 준하는 기술을 프로덕트에 동시에 구현하는 프로세스로 진행 중이다. 헥셀러레이터는 원칙적으로 10만 달러(9% 지분율)를 참가 기업에 투자하고, 정부 허가 등에 필요한 부수 비용은 BBB의 자본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비즈니스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채널이 있는지?
최 : 한국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심천에 접근하려고 할 때 이용가능한 정형화된 채널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더구나 프로덕트 특성과 비즈니스 협업 파트너에 대한 니즈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채널보다는 각 개발사의 수요에 맞는 채널을 발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