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74] ‘제조 스타트업이라면 심천으로 오라!’ 헥셀러레이터 벤자민 조프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이지만, 제조업 분야에서도 여전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활발히 하고있다.
중국의 여러 공장지역 중에 심천(深圳, Shenzhen)은 샤오미와 메이주를 비롯한 유수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탄생시키는 발판이 되어왔고, 미래의 혁신 제조 스타트업을 키우는 토대가 되어왔다. 심천에는 800여 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대규모 공장 뿐만 아니라 소규모 부품생산이 가능한 소규모 공장형 기업이 활성화 되어 있기에 각국 제조 스타트업이 몰리는 추세다.
이렇듯 심천은 제조업 창업자나 스타트업이 원하는 부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으며, 소규모 시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들이 있기에 그들의 네트워킹 인프라와 전문 컨설팅을 기반으로 초기 시장진입 역시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심천에는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헥셀러레이터(HAXLR8R)’와 하이웨이1(Highway1)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는 여타 소프트웨어 엑셀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 시드자금과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곳으로 제조업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다.
이중에 헥셀러레이터에는 평균 3인으로 이루어진 15개 팀이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제2의 샤오미를 꿈꾸고 있다. 게중에 한 팀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심천에서 헥셀러레이터의 GP(General Partner)인 벤자민 조프(Benjamin Joffe)를 만나 헥셀러레이터와 제조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벤자민 조프는 아시아 여러 국가와 분야에서 활동한 컨설턴트이자 능력있는 개발자로 페이스북 기반 FPS 우버 스트라이크(Uber Strike)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심천 지역에서 헥셀러레이터 기반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3년전 파트너이자 헥셀러레이터의 설립자인 시릴(Cyril)이 이곳에서 핵셀러레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전에 중국에는 엑셀러레이터가 전무하다시피 했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는 더더군다나 없었다. 이유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 스타트업과는 비즈니스 부분에서 니즈가 다르고, 특별히 지원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심천이 하드웨어와 관련된 생태계가 완벽히 구축되어 있고, 제조 스타트업들이 꿈꾸는 하드웨어에 대한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심천에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와 브랜드 샵을 만들었고, 상하이에도 설립했다.
우리가 헥셀러레이터를 설립하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대부분 실리콘벨리에 있는 다른 엑셀러레이터에 합격하였음에도 헥셀러레이터로 왔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수많은 투자자와 미디어가 있는 곳이지만 이곳 심천에서처럼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실제로 제품을 제조,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인프라는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헥셀러레이터에 조인하게 되었나? 그리고 헥셀러레이터에서 어떤일을 하고 있나?
이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IT 시장 전문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당시 아시아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흥미로운 IT 서비스들을 발견했고, 아시아 국가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모바일 및 인터넷 서비스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사하여 컨설팅하는 비즈니스였다.
헥셀러레이터의 창업자 시릴을 처음 만난 건 그가 헥셀러레이터 1기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헥셀러레이터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헥셀러레이터와 이 분야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업의 적기(Right Time)가 바로 지금이고, 심천이 최적의 장소(Right Place)이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파트너들이 이 사업에 적임자(Right Person)이라는 생각에 헥셀러레이터 3기부터 파트너로 합류했다. 개인적으로는 수년간 IT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선구자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헥셀러레이터는 업계 최초의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나 다름 없다. 지난해부터 많은 이들이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사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시작하여 쌓은 자원과 경험은 그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라도 심천에서 제조업 관계자들과 하드웨어 분야 투자자 등 수많은 자원을 하루아침에 취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곳에서 이전 컨설턴트 경력을 십분 발휘해 스타트업들에게 투자와 자문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전략 수립 컨설팅이다.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포지셔닝, 미디어, 투자 등을 담당하고 있다.
헥셀러레이터(이하 헥스)의 초창기 대상 스타트업은 누구였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었나?
전 세계 모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사실 실리콘밸리나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헥스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긴 했지만, 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지금 벌써 헥스 프로그램을 운영한지 3년이 지났고, 6번째 기수를 맞았다.
첫 번째 배치 스타트업 10팀 중 9팀이 현재까지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매 기수를 진행할 때마다 스타트업의 역량 뿐만 아니라 헥스의 내부 역량 역시 함께 강화되고 있다. 현재 기수를 운영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음 기수 운영을 위해 해결책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운영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가?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제조 공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또 제품 출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유통이나 킥스타터(Kickstarter)와 같은 크라우드펀딩 이용은 어떻게 할것인지, 미디어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모두 숙제였다.
더불어 초창기 심천 지역 제조 회사들이 스타트업 수요 수준에 맞지 않아 어려웠다. 게다가 당시 헥스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발로 뛸 수 밖에 없었다. 현지 협력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스타트업의 제품 수요량이 많지 않지만 추후 성장가능성과 위탁 스타트업이 다양해질수록 협력 업체 또한 더 좋은 기술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요지로 그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모든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며 내부적으로 역량을 키웠다. 이제는 어떤 스타트업이라도 헥스에 오면 프로토타입부터 크라우드펀딩, 유통, 홍보 등 하드웨어 비즈니스 전반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꽌시’가 강한 문화라서 단독으로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헥스 내 중국인 전문가 혹은 현지 전문 파트너가 있나?
초기에 현지 전자제품 업체와 협력하였고, 이제는 내부 자원과 역량을 갖춰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헥셀러레이터와 같은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는 존재 자체가 흥미롭다.
우리는 하드웨어 제품이 아닌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대한 학교라고 보면 된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유경험자와 함께하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쌓인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가장 불리한 점이 바로 시간과 비용이다. 시제품이나 부품 하나 만드는 것도 중국 외 지역에서 구입하여 사용할 경우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너무 길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간극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하는 외국인에게 심천지역은 큰 도전일 수 있다. 외국인이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완제품 제조 의뢰 등 비즈니스 측면에서 맞닥뜨릴 문제는 뭐가 있나?
전혀 없다. 주문위탁을 받은 제조사들은 이미 수많은 고객들과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들은 이곳에 기반을 둔 외국계 제조사들과 협업한 경험이 많고, 다양한 레벨의 고객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해외 스타트업이 맞닥뜨릴만한 큰 이슈는 없다. 또한 제조사들은 많은 고객이 생기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간접적으로 기술을 익힐 수 있어 오히려 더 해외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스타트업들에게 ‘How to do’와 ‘How to learn’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헥셀러레이터에 참가한 기업들은 대다수가 중국을 잘 모른다. 제조 스타트업임에도 ‘공장 제조’는 더욱 모르고. 그래서 우리는 4개월간 이들이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부터 실제 완제품을 공장에서 제조하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제품 제작이 가능한 공급자를 찾아주고, 미디어나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지 등을 경험시킨다. 4개월간 로컬 회사에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3D 프린터로 시제품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
그램(gram)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심천 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가격 보다 제품의 질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속도(Speed)다. 속도면에서 3D 프린터는 시제품 제작 기간을 많이 줄여준다. 하지만 많은 하드웨어 제품들이 3D 프린터로 완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렵다. 실제 유통할 완제품은 제조 공장에서 생산을 해야 하는데,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기기는 3D 프린터와 전혀 다르다. 제조 기기와 비교했을 때 3D 프린터는 실제 판매할 제품을 생산하는데는 제약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완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기 사용법을 따로 배워야 한다.
팀들마다 하드웨어 기술력이 차이가 날 듯 하다.
맞다. 팀에 따라 기술 수준이 차이가 있다. 이전 배치에 참여한 팀 중 한 곳은 3명의 전자공학기술 전문가들이어서 소프트웨어와 센서, 지능 로봇 기술 등 여러 가지 구현 기술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팀은 기계 숙련자나 디자인 전문가가 없어서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두 가지 분야에 집중했다. 또 다른 팀의 경우 전자공학기술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기계와 디자인 전문가,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했다. 이렇듯 각 팀의 프로덕트에 따라 기술력 보유가 이슈가 될 수 있지만, 팀내에 좋은 기술자가 굳이 필요하지 않고 외부에서 도움을 얻어 해결할 수 있다면 그에 맞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고있다.
졸업한 스타트업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현재까지 약 50여 팀이 졸업하였고, 대부분이 B2C 프로덕트이기에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했다. 그중 25개팀이 킥스타터에 프로덕트를 출시했고, 그중 몇 팀은 제품을 상용화하여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 스마트폰 연결 사진 프린터기를 아이템으로 한 팀의 경우, 킥스타터에 펀딩한 지 1주일만에 60만 달러(한화 6억5천만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렇듯 헥스에서 스타트업은 여러 부분을 배우게되는데, 그 모든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이곳에 합류해 시작한다면 초기 스타트업이 더욱 유리하다. 빠른 기간 안에 아이디어를 정립하고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부터 실제 공장에서 제품을 제작하고, 크라우드펀딩 유치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한곳에서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천지역은 제조 스타트업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심천 지역으로 반드시 와야 한다. 빠르고 저렴하게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고, 신속하게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물류/유통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또한, 이곳 제조 공장 업체들은 최근들어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세션을 열어 참가 스타트업들이 프로젝트를 얼마만큼 진행하고 있는지 시연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시드스튜디오의 메이크페어와 같은 행사다.
또한 전문적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 헥셀러레이터 건물 주변 10분 거리 이내에 있는 기술장비 업체(Mechanical Shop)에 방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헥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계는 3D프린터다. 많은 이들이 시제품 제작하는데 3D 프린터가 필요로 하고. 하지만 3D 프린터는 사용방법이 다소 까다로워서 미숙한 경우 애로사항이 있다. 그럴때 근처에 있는 전문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뢰할 수 있다.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헥스의 기수에 들어가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그리고 배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선 온라인으로 지원신청서를 받으며, 시제품 시연을 담은 영상 데모 파일을 받고 있다. 이후 실제 인터뷰를 진행한 후, 배치 프로그램에 합류할 최종팀을 선발한다.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심천지역에서 활용가능한 리소스(resource)를 소개한다. 어디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수 있는지, 부품이나 장비 도구의 단가와 구입처 등의 정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선 팀의 비즈니스 전략 검토 및 수정을 하고, 두 번째로 시제품(Prototype) 완성과 공급망(Supply Chain) 확보를 진행하며, 세 번째로 제품 출시 준비 및 마케팅이다.
헥스 프로그램은 스타트업들이 기존의 브랜딩 전략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초기에 세운 전략은 잘못 수립된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수정과정을 거친다. 목표 시장이나 소비자 접근 전략, 브랜드 등 전반적인 부분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시장 진입 시 필요한 공급망 혹은 유통 채널에 대해 노하우가 부족하다.
당연하다. 이곳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선발된 스타트업들도 여기 오기전까지는 대부분 중국 시장을 잘 모르고, 중국어도 못하고, 공장 제조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공급망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전혀 없다. 미디어나 크라우드펀딩을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곳 헥셀러레이터에서 그들은 전반적인 모든 것을 배워 전략적으로 실행해나간다고 보면 되겠다.
헥셀러레이터의 멘토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나를 포함해 헥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3명의 파트너가 있다. 또 3명은 전략과 포지셔닝,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부분에서의 전문 컨설팅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 졸업을 알리는 데모데이도 열리고 있다고 들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참가 스타트업 15개팀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헥셀러레이터 데모데이를 열어 여러 미디어와 투자자, 창업가들 앞에서 최종 프로덕트를 시연하고 투자나 미디어 홍보 기회를 갖는다.
심천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전히 제일 큰 시장은 미국이다. 더불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크라우드펀딩이나 미디어들을 통해 소개되면 스타트업에게 다시없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어떤 팀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비즈니스를 이어가거나 어떤 팀들은 오퍼레이션 이슈 혹은 프로덕트를 더 개발하기 위해 심천 헥셀러레이터에 입주하여 비즈니스를 이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스타트업들이 그들의 본 기지를 이곳 심천 헥셀러레이터로 옮기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재 헥셀러레이터 사무실을 사용하는 스타트업 중에 이전 기수 참가팀들이 몇 팀 있다. 심천에서 이뤄지는 오퍼레이션을 조율하면서 프로덕트를 더 개발하고자 헥셀러레이터 사무실을 일부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헥셀러레이터는 샌프란시스코의 투자자, 기관, 미디어 등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이곳 심천의 스타트업 간 가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은 가능한한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천은 프로토타이핑과 제조에 있어서 최적의 도시이고, 시장과 투자 부분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최적의 도시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든 심천에 있든 스타트업의 니즈에 따라 양쪽 시장에서의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 헥셀러레이터에 합류했다.
맞다. 한국팀은 이번이 최초다. 그 팀이 준비하는 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대외적으로 비밀이라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다. 다만 그 팀에게 ‘왜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할수도 있는데 여기 들어왔는가’를 물었더니, ‘글로벌 하드웨어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시작했다고 하더라. 이 팀은 미국과 중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국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다. 한국에 훌륭한 기술개발력과 제조능력을 지닌 엔지니어들이 없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속해 있다.
일본과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대형 제조브랜드사에 묶여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곳이 캐나다와 핀란드다. 캐나다와 핀란드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대부분 블랙베리(Blackberry)와 노키아(Nokia)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블랙베리와 노키아가 모바일 시대에서 낙오되면서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들은 임금이 낫더라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기존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부족한 기술력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아직 안정된 직장과 월급 때문에 쉽사리 스타트업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 같다.
아시아권에서도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해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한 곳이 개소를 했고, 대만에서는 폭스콘이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기관을 하나 건립하여 올해 1분기 내로 오픈할 예정이다. 잠재 경쟁자일수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매주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설립에 대한 문의를 받는다. 또 얼마전에는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가 하드웨어 분야 엑셀러레이팅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그들은 헥스가 심천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만 폭스콘의 경우, 클라이언트의 위탁생산을 해온 제조사이기에 스타트업을 육성하더라도 고객사가 원하는 기술 개발에 치중될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자립적으로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해줄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폭스콘뿐만 아니라 TCL, PCH 등이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이 필요한 제품 디자인 개발과 특정 제품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헥스는 입주 스타트업들에게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진행하도록 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내 사내벤처가 독립과 함께 다시 대기업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외주업체로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제법 된다.
한국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부문별 SCM 지원과 공장 제조 인프라 확보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역량을 닦으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창조경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것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자원이 어디에 가장 많이 있는지를 고려하고 도와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차이점이 뭐라고 보나?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과 비용이다. 우리는 매주 참가 스타트업 15개팀과 미팅을 한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다르게 하드웨어는 성장률이나 성장률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전략 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고, 문제점을 해소하고, 완제품 제작, 유통 부분이 더 중요하다.
헥스는 배치팀들에게 ‘필요한 SCM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고, 대기업과 같은 유통망은 맞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스타트업이 지닌 자원과 비즈니스 진행 방향에 적합한 SCM을 이해하고 찾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뻔한 이야기겠지만, 시장에서 통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의미없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목표 시장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자사가 지닌 이점을 파악해가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살펴야한다.
그런 다음은 제조공정을 빠르게 이해하고 실제 제조비용이 얼마나 들지 예상해야 한다. 만약 어떤 물건을 10달러에 판매할 경우, 제조 비용은 최대 2~3달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제조비 외에도 물류, 유통 등에 돈이 들기 때문에 그 이상 수준으로 제조비가 높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사업 전반에 걸쳐 이해를 해야한다.
세번째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제품이 뛰어나고 비즈니스 모델이 완벽하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고, 그들에게 합리적이면서 필요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소비자 접근 전략이다. 어떻게 팔아야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는지가 중요한데 아무도 그 얘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끝나는 것이다. 앱스토어의 예를 들어, 정말 좋은 어플리케이션이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시장에서 꽤 호응을 받을 법 한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얼마나 완벽한 게임인지 실제 소비자가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 실패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도달하는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본다.
스타트업 특성상 포지셔닝과 시장 분석, 솔루션 전략 부분에 있어서 취약할 수 있다.
맞다. ‘시장’이 아닌 ‘제품’에 먼저 접근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시장 분석과 마케팅 전반에 약한 건 사실이다. 물건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처음부터 ‘물건’을 만들기 보다는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을 그들에게 조언한다. 내가 기존 제품의 제조 단가를 10% 낮추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판매한다면 팔리까? 아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동일 제품이라면 브랜드 제조사의 제품을 사고 만다. 내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50%를 낮추더라도 비슷할 수 있다. 차라리 가격 인하 대신에 기능을 좀더 다르게 한다면 어떨까? 필요성과 흥미가 높아질거다. 그래서 포지셔닝 중요한거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해하고 접근했다면 그에 맞는 솔루션은 고안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접근 없이 ‘제품’만을 제작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있다.
사실 내가 꼽은 3가지는 기술적 요소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 3가지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제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팀이다. 제품만 만든다면 그저 ‘제작자(Maker)’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하드웨어 비즈니스(Business)를 해야 하기에 달라야 한다고 본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이곳까지 찾아와줘서 고맙다. 한국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건승 기원한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다면, 심천과 헥셀러레이터를 기억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