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24] 계약서 시리즈_⑪투자계약의 경영감시권
지난 번에는 투자계약서 중 이해관계인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투자자가 회사로부터 정보를 받고, 회사의 일정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서마다 해당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데요. 통용되는 투자계약서에서는 주로 ‘투자자의 경영감시권’, ‘투자자의 감독권’, ‘투자자의 정보요청권’ 등으로 명시되고 있습니다.
투자가 이행되더라도 투자자가 피투자회사에 상주하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투자자는 피투자회사의 협조 없이는 해당 기업의 경영 현황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투자자에게는 정해진 기간마다 회사로부터 일정 정보를 받거나 일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가 제공됩니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의 경영감시권(감독권, 정보요청권)입니다.
투자자는 단순히 회사에 돈만 주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동반자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았으므로 그 자금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의 경영감시권은 투자자가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전에 IT 버블 때 적지 않은 회사들이 투자를 받으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그 돈으로 직원 회식을 하고, 심지어 대표의 개인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에서 투자자는 회사 또는 경영진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거나 명백하게 잘못된 판단을 하는데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투자계약서에는 (가) 동의 사항, (나) 협의 사항, (다) 투자금의 사용용도 등의 규정이 반영되었습니다.
먼저 ‘동의 사항’이란 회사 또는 경영진이 어떠한 행위를 하기 전에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을 의미합니다. 투자자의 동의가 없으면 회사 또는 경영진은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그 행위에 대한 거부권(veto)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협의 사항’은 회사 또는 경영진이 어떠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을 의미합니다. 성실하게 논의를 하면 족하고 투자자의 결정에는 따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동의 사항과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금의 사용용도’는 투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를 의미합니다. 이를 너무 좁게 정할 경우 회사 경영상 꼭 필요한 항목인데도 사용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제대로 규정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위 조항들은 경험적, 이론적으로 필요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투자계약서 중 일부는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도 투자자의 동의나 협의 없이 시행할 수 없도록 규정된 것들이 있다는 점입니다.기존에 발생했던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계약을 맺는 회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경영활동을 할 때 해당 항목을 실행하면서 투자자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협의를 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자 역시 회사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려는 목적으로 해당 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협상하여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하고 난 다음에는 계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각 항목에 규정된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에 규정된 절차를 지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