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업 중심지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협업·지원 공간은 그 나라 창업 생태계의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스타트업 관련 주요 행사와 인재들이 몰리는 네트워크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주요 지원 공간들이 세워졌다. 이들은 모두 5년이 채 안 된 신생 기관들이지만, 창업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반면 이 공간을 작동하게 하는 배후(?)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중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스타트업만큼이나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디캠프 팀을 만나봤다.
이 기사는 [공간 뒤에 사람있어요 #2] 디캠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①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장나영 매니저 / 홍보팀 (PR, 디커뮤니티)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다가 IT와 창업의 세계로 뛰어든 장나영 매니저는 현재 디캠프에서 PR을 전담하고 있다. 생태계 내 자생적으로 생겨난 창업 관련 동호회를 지원하는 디커뮤니티의 총괄도 맡고 있다.
경력이 특이합니다. 이벤트 MC, 기획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일을 4년 정도 하다가 세종문화회관에 입사했죠. 문화 기획, 문화 마케팅, 예술 행정 쪽 일을 하면서 3년 반 동안 휴가 때도 공연만 보러 다닐 만큼 공연쟁이로 살았었어요. 그때 시작한 직장인 연극 동아리는 아직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사실 예술을 다루지만, 조직 자체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거든요. 저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그래서 우연한 기회로 IoT 스타트업에 마케터로 들어갔어요. IT 바보였는데, 공동 창업 멤버들이 모두 공대생이어서 대화가 하나도 안 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답답해서 IT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완전 신세계였어요. 내가 연못에 살다가 휘몰아치는 계곡에 들어왔구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디캠프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나요. 열심히 지원했어요. 디캠프 뉴스레터를 2년 동안 구독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이 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만. 그러다가 올해 2월 뉴스레터에 디캠프 마케터를 뽑는 공고가 올라왔길래 냉큼 지원했어요. 천성이 오지랖 넓고 관심사가 다양해요. 수많은 스타트업과 산업을 공부할 수 있는 디캠프가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운 좋게 입사해 지금 이 자리에 있네요.
PR 업무 이외에 디커뮤니티를 전담하고 계시다고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창업 생태계 내부에 자생적으로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어요. 동호회 개념이죠. 기존 창업가 분들과 예비 창업자, 대학생 등이 섞여 있는 집단입니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창업 생태계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이런 커뮤니티가 대관 신청을 하면, 승인을 호의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단체를 정기적으로 지원, 육성하자는 내부 의견을 수렴해 ‘디커뮤니티’라는 프로그램을 내놓게 됐습니다.
어떤 성격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건가요. 지금 지원하는 커뮤니티가 12개입니다. 재밌는 팀이 많아요. 대학생으로 꾸려진 한 팀은 동아리 활동 조건이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에요. 한 팀은 동아리 수료 조건이 ‘창업’인 경우도 있고요. 생활코딩, 걸스인테크(Girls in Tech) 팀도 지원하고 있어요.
공간 이외에 자금 지원도 하고 있나요. 현재는 6개월 당 한 커뮤니티당 2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통 식비 등으로 많이 사용하시는데, 생활코딩 팀은 지방 코딩 교육을 위해 숙박비, 교통비로 자금을 사용하셨더라고요. 부산과 제주도, 두 군데에서 교육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팀을 보면 아주 기뻐요.
앞으로 키워나가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디캠프 마케터이다 보니 스타트업 전반을 모두 꿰고 있는 정보통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입사 초기에는 일주일에 세 번 씩 퇴근 후에 스타트업 행사를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아직 멀었지만, 네트워크를 늘려 한 분에게라도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스타트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디캠프 처음 입사했을 때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디캠프는 입주 기관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어요. 사실이 아니거든요. 창업계를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라면 디캠프는 항상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대학생분들도 창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혼자 깨지고 부서지고 하지 말고, 다양한 기관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으니까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디캠프는 언제나 열려있답니다.
손다연 매니저 / 운영팀 (중국 파트너쉽, 디톡스, 디시전)
손다연 매니저는 디캠프 내 중국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디캠프를 찾는 중화권 인사에게 국내 창업 생태계 전반과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그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디캠프 내에 중화권 관련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시다고요. 기본적으로 중화권에 우리 스타트업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는 이미 디캠프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펴볼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인사가 방문했을 때 응대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디캠프 입사 계기가 특별하시네요. 이전 직장이 화웨이 코리아였는데, 당시 CSR 활동의 일환으로 디캠프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했던 적이 있어요. 당시 담당자가 저였습니다. 그 계기로 디캠프, 플래텀과도 연을 맺게 되었고요. 작년에는 디캠프의 활동을 지원하는 입장이었는데, 올해는 제가 직접 팀을 이끌고 테크크런치 상하이에 다녀오게 됐네요.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아무래도 테크크런치 상하이에 스타트업과 함께 다녀온 일입니다. 입사하자마자 맡은 게 그 프로젝트였고, 업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부담이 많았어요. 꼼꼼한 타입이라 마음고생도 좀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선발된 팀이 모두 AR, VR 관련 팀이다 보니 서로 시너지도 나고, 지속해서 연락하고 지내신다고 하니 보람이 컸어요.
앞으로 키워나가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아직 5개월 차라서 중화권 업무 담당자라고 해도 네트워크가 많진 않아요. 앞으로는 중국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이 분명 늘어날 텐데, 열심히 노력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한 분이라도 더 소개시켜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10월에 베이징 중관춘에서 ‘데모더월드’라는 데모데이 행사가 열립니다. 중관춘 이노웨이에서 주관하고, 저희가 한국 전략 파트너로 참여합니다. BBB, 플리토 등 기업도 이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올해도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박병은 매니저 /투자팀 (디엔젤, 투자, 디데이)
디캠프는 직접 투자와 벤처투자사에 출자하는 방식의 간접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16년 5월 디캠프 측 공식 발표에 의하면 디캠프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76억 원의 직접 투자를, 1,584억 원의 간접 투자를 해왔다. 입사 2년 차인 박병은 매니저는 데모데이 행사인 디데이와 투자 업무를 전담한다.
디캠프 내에 전문 투자팀이 꾸려진 건 언제부터인가요. 팀 자체는 재작년에 생겼습니다. 현재 체제로 꾸려진 건 작년 하반기고요. 저는 작년 10월에 입사했어요. 과거에는 벤처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 관리팀에서 일했습니다. 디캠프에서는 단순 투자뿐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고 판단했고, 좋은 기회로 디캠프 투자팀으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현재까지의 투자 현황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총 10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간접 투자까지 포함하면 설립 이후 총 23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네요. 성장사다리펀드와 해외 진출 펀드 출자 건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훨씬 큽니다.
디데이를 통해서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있다고요. 매월 진행하는 데모데이 행사인 디데이 우승팀과 참가팀이 기본적인 투자 고려 대상이 됩니다. 최대 1억까지 투자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초기 단계 벤처투자사와 공동 투자를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지표나 수치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디캠프와 연이 있어서 꾸준히 그 태도나 역사를 봐왔던 팀에게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 하반기 투자 계획이 있다면. 특정 분야로 한정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은행권청년창업 재단이기 때문에 작년부터 핀테크 관련 기업에 많은 투자를 했어요. 8퍼센트 같은 성공적인 사례도 나왔고요. 하반기에는 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초기 단계뿐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회사에도 투자하고자 합니다.
향후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싶은 분야는. 아직 투자자로서의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아 배우는 단계였어요. 앞으로는 큰 산업의 흐름을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싶네요. 디캠프를 하면서 많은 팀을 만나요. 열심히 하지만 아직 눈에 띄지 않은 기업들을 발굴하고 싶고, 디데이가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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