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스타트업은 투자유치를 꼭 해야할까?
사업의 가장 좋은 형태는 투자를 받지않고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빠른 시일 내 규모의 경제로 진입하는 등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는 사업 확장 혹은 내실화의 동력을 얻는 것이다.
물론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사업계획에 비추어 상환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원금 및 이자 상환계획을 짜야 한다. 이자 및 원금의 상환을 지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는 받는 것이 좋을까? 안 받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투자가 이루어질까?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부산스마트벤처쇼 컨퍼런스에서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가 스타트업 투자유치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투자유치 무조건 해야 하는가?
투자유치는 스타트업의 주요 이슈로 이야기 된다. 투자유치를 했느냐 안 했느냐, 어느정도 밸류에이션으로 했느냐로 자존심 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투자유치는 사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과정은 아니다. 투자유치는 기업의 자금조달의 한 방법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란 말이다. 투자는 결국 남의 돈이다.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투자를 받지않고 자신의 자금 한계 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돈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투입자금을 최소화 하느냐는 것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소 자본을 투입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면?
스타트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4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선 근래 많이 생긴 창업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상금을 받는 것이다.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있다. 이를 노리는 상금사냥꾼(바운티헌터)도 있다. 이 공모전도 가고 저 공모전도 가는 스타트업을 빗댄 표현이다. 그 회사의 자구책일 수 있기에 나쁜 방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너무 상금만 노리고 다니는 것은 실제 사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안 될 수는 있겠다.
두 번째는 대출이다. 청년창업대출 등이 있겠다. 많게는 1억 한도까지 될거다. 염두에 둬야할 것은 대출 상환기일은 순식간에 온다는 거다. 자신감이 충만해 1억으로 몇 백억 벌 수 있을듯 싶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상환을 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가급적이면 받지 않는 것을 권한다.
세 번째가 투자유치다. 투자는 엔젤투자자, 전문 VC, 자산운용사, 증권사, 지역 산업진흥원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남의 돈은 종류와 상관없이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상환을 해서 서로에게 좋거나 망해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지 못 할 때다. 회사가 망할 때는 평판을 잃게 된다.
네 번째가 앞서 말했듯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이다. 처음부터 투자를 받지않고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를 준비한다면?
투자유치 관련 IR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투자자는 만나기도 힘들지만, 만난다고 해도 한 두 시간 안에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창업자가 진정성과 사업모델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면 투자자가 감동해서 투자를 할까? 그런건 영화에나 등장하는 스토리다. 요즘 투자자는 현명하고 또 냉정하다. 그래서 구체적인 수치가 들어간 IR자료가 중요하다.
VC가 원하는 IR자료는 여느 스타트업 행사에서 발표하는 회사 피칭자료와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IR자료를 작성할 때 소설을 쓰지말고 한 페이지 정도의 명확한 자료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우리와 같이 투자업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가져온 IR자료를 보고 대번에 그 회사가 어느정도 준비가 되어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소설처럼 쓰여진 IR자료 대부분에 구체적인 수치가 없다. 대한민국 최고가 되겠다. 글로벌 회사가 되겠다. 우주 최고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만 담겨져 있을 뿐이다. 구체적 사업모델 설명이 없는 몇 백 페이지 장황한 사업계획서는 의미가 없다. 한 페이지 사업계획서로 설명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IR자료다.
그리고 투자유치 IR자료에는 기승전결이 명확한 논리적 전개가 있어야 한다. 기승전결이 명확해야 하고 숫자로 말해야 한다. 좋은 IR자료는 영화 한 편과 같다. 예를들어, 스타트업에서 앱 서비스를 오픈했다 치자. ‘3개월 동안 1천 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2천 명의 회원이 이후 3개월에도 계속해서 앱을 쓰는 리텐션 비율을 50%로 유지할 것이고, 그 50%를 유지하면서 이후 6개월간 회원을 1만 명을 모집하고, 1만 명의 10%가 구체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매출을 일으킨다’식으로 서술이 명확해야 한다. 숫자가 명확하지 않은 IR자료를 투자자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반대로 수치가 명확한 IR자료는 투자자들에게 준비가 되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전문 투자자나 VC를 만나서 IR을 할 때 기껏해야 15분, 길어야 30분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 나머지는 질의응답 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회사 사업계획과 투자자의 수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설명하려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밸류에이션? 투자조건?
IR을 해서 투자결정까지 이끌어 냈다고 가정하자. 이후에는 투자조건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중요한 이슈가 몇 가지 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조건이다. 투자조건은 크게 밸류에이션과 투자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가치 산정으로 회사의 주식을 모두 산다고 했을 때 그 값을 얼마로 치느냐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은 밸류에이션을 매기기 힘들다. 시장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창업초기에는 1억에서 30억 까지 매겨진다.
스타트업이 밸류에이션을 수 백억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는 그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창업자는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 준비되어야 한다. 열정과 패기로 설명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IR자료처럼 여러 수치와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
투자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형태는 크게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전환상환우선주)다. 보통주는 소수의 엔젤투자자를 제외하면 받지 않는다. RCPS는 말 그대로 전환권, 상환권, 우선주다. 우선주라는 의미는 보통주보다 우선적으로 배당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고, 상환권은 때가 되면 상환해야 하고 전환권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 가지 의미가 다 담겨있는 형태다. CB는 투자를 받는 것이기는 하지만, RCPS가 자본으로 재무재표에 잡히는데 반해 부채로 잡히는 형태다.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라 할 수 있다. RCPS와 CB의 공통점은 둘 다 상환권이 있다는 거다. 대체적으로 3년인 상환만기 내 성과를 못 냈을 때 투자자는 상환청구를 할 수 있다. 보통 원금과 만기상환이자 6~8%를 같이 상환해야 한다.
우선순위로 놓고보자면, 할 수만 있다면 보통주로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 형태로 받는 것은 현 상황에서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RCPS, 후 순위가 CB라고 볼 수 있다.
투자는 철저히 협상이다. 하지만 피투자사는 아무래도 자금이 아쉽기에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회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 좋다.
투자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유의할 점은?
협상이 완료되면 투자사로부터 텀시트(Termsheet)라 불리우는 투자 계약서를 받게 된다. 그 안에는 회사 가치는 얼마인지, 투자하면 얼마나 받는지, 우선주인지 보통주인지 등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런 일반적인 내용 외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리픽싱, 콜옵션, 풋옵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등이 있다. 이 조항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동의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
투자는 돈 없다고 받으면 안 된다. 갚을 자신이 있을 때 받아야 한다. 실제로 갚는다는 의미보다 그 만큼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를 받고 망하더라도 그때 최대한 평판과 사람을 잃지 않아야 다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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