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박지웅 대표 “M&A는 기업을 키우기 위한 과정…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올해는 지난해 한풀 꺾였던(2016년 22건, 2015년 40건, 2014년 8건) 스타트업 M&A(인수합병)가 다시 활발해지는 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건수도 늘고 있지만 넥슨의 코빗 인수(인수금액 912억 원), 에스에프씨의 빌리 인수(110억 원) 등 규모가 큰 거래도 있었다. 코빗의 경우 카카오의 록앤올 피인수(626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대기업의 기술 스타트업 M&A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플런티가 삼성전자에 기술과 인력이 흡수되었고, 네이버는 D2SF 통해 발굴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Company AI’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기술기반 교육 스타트업 A와 비즈니스 서비스 B는 네이버 계열사로 합병되었거나 인수가 결정되었다.
2017년 하반기 스타트업 M&A 주요 사례
- AI 스타트업 플런티, 삼성전자로 피인수… 기술 및 인력 흡수
- 핀테크 스타트업 빌리, 에스에프씨에 피인수 돼 … 총액 110억 원
- 넥슨,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912억 원에 인수
- 알지피코리아, ‘푸드플라이’ M&A … 지분 100% 인수
- 아동복 해외역직구 플랫폼 ‘쓰리클랩스’, 인사이트디자인랩에 피인수
- 네이버, D2SF 통해 발굴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Company AI’ 인수
여러 스타트업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오고는 있지만, 결과만 알려질 뿐 M&A 과정에 대해선 공개된 것이 많지 않다. 사례 자체가 많지 않고, 합병 당사자가 함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패스트캠퍼스 주최로 열린 ‘2017퓨처컨퍼런스’에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본인이 M&A를 경험하며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이었으며 실무 단계에서 유의할 부분을 짚었다. 박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티켓몬스터,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40여 개 기업 설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한편 투자까지 집행한 인물이다. 그 기업중 12개 기업이 매각됐다. 아래는 박 대표 강연요약.
1. 이야기에 앞서
스타트업 M&A가 논의될 때 투자자, 창업자, 기업 입장이 각각 다르다. 투자자는 ‘내가 투자한 회사 중에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별로 없다’고 하고, 창업자는 일련의 사례를 언급하며 ‘M&A를 할 때 일방적인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인수 능력을 가진 기업은 ‘스타트업 살 돈이면 직접 하지, 남 돈 벌어주는 일을 굳이 왜 하냐’라고 한다. 이렇게 의견이 각각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인수 사례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는 설립부터 상장까지 평균 12년 정도 걸리며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VC가 투자금 회수를 상장에 의존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투자와 M&A 에 큰 걸림돌이다. 한국 벤처 펀드의 일반적인 만기는 7년임을 감안하면, 벤처펀드를 막 만들었는데 오늘 설립된 회사에 투자해도 상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상장 이외의 방법을 통해 자금회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설립 9년차 이상되는 기업에 투자해야 3,4년 뒤에 회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감내할 VC가 있을리 만무하다. 기본적인 미스 매치도 크게 발생할 뿐더러 인수 합병 자체도 적게 일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상황이다.
2. 단상-국내 기업의 해외 피인수 사례
아시아엔 중국과 인도가 있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매력이 없다. 미국,유럽, 중국 기업은 글로벌 진출을 고려할 때 절대적 1순위를 ‘인구 수’로 둔다. 때문에 같은 수준이라도 한국보단 중국과 인도 기업이 더 낫다고 본다. 아울러 전자 상거래 분야와 게임 분야를 제외하고 성공적인 사례가 없다는 것도 이유다.
한국과 중국 기업이 현재 각각 매출 100억원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기업 가치 차이가 많게는 5배까지 난다. 인구 수를 고려한 미래 시장의 잠재력을 전제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대적인 시장 사이즈는 해외 피인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국내에서의 기업 인수 사례
국내 M&A 또한 시장이 중요하다. 시장의 활황은 바이어들로 하여금 진출 방식을 고민하게 하는 요소다. 바이어는 시장에 직접 진출을 하든, 외부 기업과 제휴하든 혹은 이를 잘 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을 산다. 이런 상황이기에 스타트업에겐 ‘버티기’가 필요하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식품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시작했고 3년간 이들의 사업에 관심을 갖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을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먹을 것을 살 수 있다는 걸 바이어들이 인지하게 되었고,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리테일이 뛰어들며 치열한 시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헬로네이처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고, Sk플래닛에게 인수 됐다. 버텨내며 시장을 기다린 것이 컸다.
- 기술 기반 스타트업 M&A
작은 기술 기업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바이어는 작은 기업의 완성된 기술을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바이어가 기업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기술적 완성도’보단 ‘기술을 완성시킬 수 있는 팀’을 더 중요하게 본다. 물론 그 결정엔 기술 완성도 및 특허도 포함된다. 반면 규모가 큰 기업에겐 로드맵에 대한 상호 공감대 형성이 돼있을 때 과정이 자연스럽다. 기술적인 로드맵을 잘 정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기술 기반 인수의 특징이다.
KT에 매각됐던 동영상 검색 엔진 서비스 기업 ‘앤써즈’의 경우 두가지 모두 적용됐던 사례였다. 엔써즈의 기술은 당시 완성됐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가장 빨리 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팀이 있었다. 그게 매각의 주요 이유였다.
3. 대기업과의 M&A vs 창업자 중심 회사와의 M&A
바이어는 주로 대기업과 창업자 중심 기업으로 나뉜다.
대기업과의 M&A | 현금 거래를 선호해 딜이 깔끔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단점은 보고와 결재라인이 많고 인사 이동 등의 외부 변수가 있으며, 회사 내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가 포함 돼있다. 우군의 보이스파워도 유지 등 업무 외적인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창업자 중심 회사와의 M&A | 빠른 의사결정 및 본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원활하다. 다만 게임 업계를 제외하면 자금 유동성이 풍족한 회사 자체가 별로 없어, 외부 투자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등 딜 종결까지 변수가 꽤 많다. 주식 스와프가 포함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
4. 거래 규모
몇 십억 원대의 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대기업 부서의 인식 변화가 최근 몇년 간 달라진 것이 크다. 담당자가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수십억 원으로 회사를 사서 운영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빈도는 점차 늘고 있다.
다만 몇백 억대 거래의 경우엔 이해관계자가 많아진다. 그들 간 합의를 이뤄야 하기에 시간이오래 걸린다. 게다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실무담당자는 그런 거래 자체가 본인 부서 위상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기에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몇 천억 대는 몇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전체 패러다임 크게 바뀔 때, 시대가 바뀌며 주목 받아 매출이 많이 발생할 때 나온다.
5. M&A시 유의점- 실사, 기업 가치, 청산우선권, 진술과 보장, 손해배상 청구 등
협상이 잘 이뤄지면 계약은 4,5장짜리 텀시트(Term Sheet)로 체결되고 이후 기업 실사가 이뤄진다. 문제는 M&A 실사는 투자 유치 실사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투자 실사는 회계사가 하루이틀 정도 사무실에 와서 하는 정도지만, M&A 관련 실사는 가장 큰 법무,노무,세무 분야 회사를 통해 검토한다. 이때는 5년 전에 했던 것도 다 보기 때문에 당시 신경 쓰지 못했던 작은 일이 큰 장애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가치는 양측이 납득할 수준의 실사 뒤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조항이다. 조항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기에 법정까지 갈 수 있다.
진술과 보장에 관한 항목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사려는 자와 팔려는 자 모두 아는 문제를 공개 목록으로 적어 놓고, 삽입과 배제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범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텀시트에 매각대금을 200억이라고 적었다해도 한 번에 바로 못 받을 수도 있다. 일부는 에스크로(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계를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에 묶일 수 있다. 반면에 세금은 한번에 낸다. 200억을 매각하기로 했으면 그걸 기준으로 법인세 등을 내는거다. 에스크로에 넣는게 많아지면 처음에 받을 것보다 내야할 게 더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6. 투자자, 기업가, 바이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기업가에게 M&A란 기업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기업이 사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인수를 당하는 것도 아닌, 인수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긴 사례가 많다. 큰 회사라면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도 사서 투자한 금액 이상 회수하는 경험을 쌓길 바란다. 과감한 배팅이 생태계를 성장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