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혁신기업과 기존 이익집단이 충돌한다면?
“기업은 혁신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시대의 적응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지 정부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늘 존재해 왔고,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그게 맞다. 기존 낙후된 이익집단, 고착된 기업의 상황을 정부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수년 전부터 리커창 총리가 주창한 ‘대중창업, 만민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은 중국 내 창업 열풍의 표어가 되었다. 리총리의 발언은 창업을 통한 혁신이 향후 중국의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제2, 제3의 TAB(텐센트, 알리바바와 , 바이두)가 나와야 경제부흥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마치고 ‘신창타이(新常態 중국판 뉴노멀)’시대에 진입한 것을 알리는 변곡점이자 향후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 창업이라는 것을 대외에 알린 정부 정책 기조이기도 했다.
말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는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한화 7조 2000억 원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인도기금을 조성했으며, 창업 등기비용 철폐, 창업 행정절차를 지역정부에 이양하는 등 창업 등록 절차를 간소화 했다.
과거의 사업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시작하는 것이었다면, 현재 중국에서의 창업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게끔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에 창업에 의지를 둔 중국 청년들은 앞다투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마윈과 레이쥔 등을 롤모델 삼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지역정부 공무원들의 역할도 크다.
중국 선전시 바오안구에서 창업과 IT혁신 부문 실무 책임을 맡고있는 인지아린 과장은 선전과 바오안구 창업지원정책의 기본 골격을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의 역할은 환경조성’이라 설명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전시와 바오안구의 쌍창(쐉창 双创)’ 정책 골자는 민간주도다. 정부는 기관과 회사가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뒤에서 세제혜택 등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이다.”
그의 말대로 선전시는 창업 환경을 민간 영역에 힘을 싣는 형태로 조성한다. 바오안구의 경우 따공팡과 같은 액셀러레이터와 코워킹스페이스에 지원해 민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등을 밀어주는 형식이다. 이에따라 창업팀의 입주비용 등을 보조해서 초기 리스크를 관리하고, 복잡한 행정적 절차는 관이 찾아가는 서비스로 해소해준다. 창업가와 창업팀이 사업을 하는 것에만 매진하게끔 절차를 간소화시킨 것이다.
“정책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창업 기업과 관련 기관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때문에 자체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창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기업과 학계, 정부 등 각 영역이 협력하는 모델을 추구한다.”
인 과장은 정부의 권한이 큰 중국의 특수성으로 인한 자국 내 창업의 어려움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정부가 민간에 개입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밀접한 역할이 창업팀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돌아갈 필요없이 정부가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는데 있어 중국이라는 국가 구조가 더 좋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하 8일 중국 선전 바오안구 구청에서 만난 인지아린 과장과의 일문일답.
한중 양국 모두 창업촉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오래된 법률로 인해 수년 간 사업을 못 하거나 불법 취급을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비즈니스가 커나갈 때까지 관망하다 일정 수준으로 커질 때 쯤 정부가 규제를 검토한다. 중국에서 그게 가능한 배경은 뭔가?
개혁개방이후 30년 간 중국인의 머리속에 자리잡은 것이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났다. 그런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선전은 없었다. 공유경제 서비스가 중국서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국민 정서, 문화와 부합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서비스가 유럽등지에서는 난항을 겪고있지 않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부가 지향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구체화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고, 그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중국 정부는 재량으로 파괴적 혁신을 허용한다. 공유경제 모델 상당수가 사실 중국 법에는 저촉되는 모델이 아니었나. 근거는 뭔가.
파괴적 혁신이 국가의 기초법을 저촉하는 것이라면 막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무작정 막는 것은 아니다. 선전이나 바오안구의 경우 기관이나 부서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거나 공무원의 자세가 바뀌면 되는 거라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경우 규모가 커지면서 공공의 불편과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래서 관련 부서가 존재하는 문제와 파생되는 비용을 감당하고 양보하는 형태로 처리를 했다. 금지를 시킨 것이 아니라 정부 비용을 들여 무분별하게 세워놓는 자전거를 정리하고 정차지역을 명확히 지정하는 한편 공공비용을 투입해 인력을 고용해 관리하게 했다. 정부가 양보해서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양보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과 공익이 부딪치는 부분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방침인가?
지역 정부의 자발적인 대응이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것이 옆으로 위로 파생되었다. 사실 중국에서 규제와 관련된 대책은 아래로부터 위로 간 것이 더 많다. 국무원에선 ‘의견’이라는 형태로 기조가 내려오기는 한다. 명확하게 문서화된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해야하는 강제성도 없다. 세부적인 시책은 성과 시, 구가 재량껏 한다.
공유경제 서비스는 어느정도 조율이 가능한 범위라고 본다. 하지만 스타트업으로 대변되는 혁신 기업은 기존의 판을 흔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존 이익집단, 산업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나?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국에서도 많이 있었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었고, 근래에는 둘 다 아우르는 형태로 가고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뒤쳐져 있다면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부입장에서 혁신기업으로 인해 기로에 선 기존 산업과 기업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그들의 편에 서서 규제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는 미래 국가에 도움이되는 건강한 방향으로의 혁신이라면 권장하는 편이다.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 하자면, 기업은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시대의 적응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지 정부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이러한 혁신 흐름은 늘 존재해 왔고,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 기존 낙후된 이익집단, 고착된 기업의 상황을 정부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혁신 기업이라 불리우는 산업군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시장논리,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
중국 창업 생태계에 공무원의 역할이 작지 않다. 때문에 책상물림이아니라 기업과 산업을 보는 제대로 된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그것을 어떻게 얻고 있나?
정보와 방향에 대한 청취를 쉼없이 한다. 민간 기관과 교류를 통해 실제 시장 정보를 듣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IT와 창업을 지원하는 부서는 그런 과정이 더 많이 필요하다. 민간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과 정책을 만드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래야 어느정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중국 공무원도 순환보직인가? 몇년 간격으로 바뀌나.
중국에 순환보직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있지는 않다. 최장 10년 간 한 부서에서 일 할 수 있다는 규칙은 있다. 다만 기계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해당 공무원에게 필요한 경험을 쌓게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심천 시정부나 바오안구가 바라는 바람직한 기업주기는 뭔가.
정부가 선호하는 형태나 입장은 없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나가 큰 기업이 되는 것도 좋고, 대기업과 M&A를 하는 것도 좋다. 그건 시장 논리에 따르면 된다. 기업을 키우거나 넘기는 것은 창업자의 결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오안구에서 있는 회사가 텐센트와 같은 큰 기업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것을 강조하거나 강요한적은 없다.
선전시 각 구는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지원도 한다. 스타트업과 지원규모 차이는 어떻게 되나.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지원규모는 상징적인 수준이다. 창업자와 창업팀을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창업지원 기관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으로 정부 관계자 입장에서 바람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이 키워드가 된 시대다. 내가 속한 바오안구는 하드웨어에 특화된 지역인데, 더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 곳에 와 지역 기업과 협력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