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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On2013] 안철수 의원, 게임이 4대 악? 소프트웨어를 몰라서 하는 소리!

개발자 컨퍼런스 ‘디브온(DevOn) 2013’의 둘째날인 27일 오전 11시에 1세대 개발자 출신 벤처기업인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안철수 의원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안의원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20여분간 공식 대담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행사장을 돌며 여러 스타트업 및 개발자팀을 격려했다. 

안의원과의 대담 세션은 이번 디브온2013에서 진행된 20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관심과 가장 많은 관중이 운집한 시간이었으며, 호응도 역시 가장 높았다.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26년차 개발자 안철수와 함께한 대담 전문을 소개해 본다.  

사회자 김국현(IT 칼럼니스트, 이하 ‘김’) : 코엑스에는 오랜만이시죠?

안철수 의원(이하 ‘안’) : 네. 오랜만에 옵니다.

: 안의원님이 뜨겁게 개발을 시작하신게 25년 전쯤 되나요? 

: 88년도에 시작했죠. (*편집자 주 : 안의원은 88년 6월 컴퓨터 전문 잡지에 최초로 V3의 첫 버전인 ‘Vaccine’의 개발을 발표했다.)

: 당시 컴퓨터 잡지에 기고도 많이 하셨었죠? 지면을 굉장히 많이 독차지 하신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웃음)?

: 많을때는 한 달에 세 건 씩 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료는 굉장히 짰습니다(웃음).

: 당시 어셈블리어를 공부하던 많은 이들이 안의원님의 기고에 있던 코드를 보고 학습을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안의원님이 원조 개발자로 유명하셨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실듯 싶어 환기시켜드리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안의원님은 개발을 마스터 하셔서 그런지 현재 대한민국의 운영체제를 바꾸고 계십니다. 그쪽(정치)에서의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이쪽은 버그가 너무 많습니다(일동 웃음). 

: 많은 이들이 개발자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안의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5년전 청년 안철수는 어떤 꿈을 가지고 개발을 하고 있었나요? 

: 보통 자기가 상상하는 것들을 현실로 이루는 것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컴퓨터는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접하면서 빠져들었던 이유입니다.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 디스어셈블(disassemble)을 하면서 소스코드 없이 바이너리코드를 바로 디스어셈블러로 분석을 했어요. 그런데 당시 그게 어떤뜻인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이 부분은 어떤 역할을 할거다.  또 이부분은 어떤 역할을 할거다’ 라고 추리를 해서 퍼즐 맞추기처럼 짜맞췄지요. 처음에 생각했던 추리가 틀리면 산산히 부서져도 도데체 뭐가 뭔지 모르게 되지만, 추리가 맞으면 한꺼번에 완벽한 그림이 나오는 과정이었어요. 전부 짜맞춰진 완벽한 그림을 봤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개발자들은 어찌보면 창조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창조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환경입니다. 개발자가 풀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회가 풀어야 할 부분도 있겠는데요. 안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2~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게 거의 없어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열악하다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보통 프로그래머들은 두 단계로 성장해요. 첫 번째 단계가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는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부딪쳐 가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업이 열악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없어요. 

20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 부러웠던 것이 있어요. 아시겠지만, 일본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규모가 매우 큽니다.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10%를 점유하고 있어요. 세계 2위죠. 그 중에 2/3가 B2B고 1/3이 B2C입니다. 균형있게 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일본 백신 프로그램이 1인용이 있고 2인용이 있었어요. 그 당시 우리나라 상식으로 봤을때 ‘1인용을 사서 카피한 뒤 두 명이 쓰면 되는데, 누가 2인용을 살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가정에서 개인용 PC를 두 대 쓰면 그냥 2인용을 사서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정당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환경이다보니 산업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야가 소프트웨어 분야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죠. 이렇듯 그 부문이 세계시장에서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기업들 대부분이 SI업체에서 만들어준 전용 소프트웨어를 써요. 이렇게 만들어서 쓰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범용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이 한국에서는 정지 상태일 수 밖에 없는거에요.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기술자보다 관리자를 우대하는 인식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훌룡한 전문가도 전문가로 남지 못하고 감투를 선호하게 되고, 감투를 쓰고 관리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개발에 소홀하게 되죠. 악순환인것 같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20년 전에 느꼈던 것이지만 현재도 여전히 적용되는 3가지 문제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일반대중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B2C 마켓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것, 두 번째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각 대기업마다 있는 SI업체들로 인해 제대로된 범용 B2B 소프트웨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 세 번째로 일반적인 전문가 보다는 관리자를 선호하는 사회인식 때문에 개발자들이 어쩔수 없이 관리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이런것들이 힘들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 관계상 사회자와의 공식대담은 이것으로 끝났고, 이후에는 청중과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청중 1 :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얼마전에 게임이 ‘4대 악’ 중에 하나로 지목되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그분들 표현에 의하면, 지금 질문하신 분이 악의 축을 담당하시는 거군요(일동 웃음). 예전에 제가 회사를 경영할때, 여러가지를 정부에 자문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반영이 잘 안되더군요.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뭔지 잘 모르더라고요. 하드웨어 세계는 알지만 소프트웨어 세계까지는 지식확장이 안되었던 거죠. 그렇다보니 제가 이야기를 해도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2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나라 다수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그렇다보니 현재의 추세나 흐름에 안맞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거죠. 그분들은 자신들이 틀린것도 모를겁니다. 

청중 2 :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대기업에 편중된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발전한 것에 대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모를 가지고 해외수출 등을 해야 하기에 거기에 맞는 구조였죠. 이러한 추격형 성장모델 시절에는 대기업들 위주의 전략들이 어느정도 통했죠.

하지만 현재는 더이상 추격할 것이 없어요. 이제는 선도형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안하는 것들을 해야하는 시대인 겁니다. 그러려면 창의력이 필요하게 되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비율을 보면 대기업이 10%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중소기업에서 90%의 창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창의력을 키우는 구조로 가야 하는게 맞습니다. 

몇 년 전에 구글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구글의 인터페이스는 똑같잖아요? 커다란 검색창 하나만 있어요. 외부에서 볼때는 검색창 하나밖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내부적인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거에요. 구글이 시장 점유율 유지를 편하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2등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계속 지켜낸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는 그것이 구글에게 이득이 되는거죠. 자기 실력으로 1등을 유지하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산업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구조는 1등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1등이 유지되는 승자독식의 구조이자 기득권이 과보호 되는 구조입니다. 2~3등이 아무리 노력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내도 1등이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이런 구조는 미래를 봤을때 1등에게도 좋을게 없어요. 한국에서 1등을 한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한국에 들어와서 산업구조를 망가뜨릴 겁니다.

이런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설파를 했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빌게이츠도 한국에 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어요. 한국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실력있는 사람이 1등할 수 있는 공정한 구조로 바뀌어야 우리 모두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승자독식과 기득권이 과보호되는 구조로 가서는 우리모두가 공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본격적으로 그러한 구조를 깨는데 무조건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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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1)

  1. Blueman 아바타

    역시 소프트웨어에 일가견이 있으신 안 의원이십니다.
    게임이 중독성이 있다지만 함부로 악으로 규정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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