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미디어: 프리젠테이션 #1] 당신의 프리젠테이션은 청중의 스마트폰보다 흥미로운가?
모든 분야에서 중간자가 점점 없어지는 이 시대, 프리젠테이션은 궁극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특히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는, CEO나 창업멤버들이 자신의 회사와 그 제품, 서비스에 대해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프리젠테이션이야말로 모든 홍보, 마케팅, IR 활동의 토대가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런데 현대의 프리젠테이션 환경은 어떤가? 각종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달은 그야말로 누구나 ‘쇼’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평범한 사람도 대중앞에서 프리젠테이션할 기회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청중들의 프리젠테이션 몰입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당신은 과연 청중의 스마트폰에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이메일을 이길 수 있는가?
프리젠테이션은 자신이 연출자이자 연기자인 공연이다. 그런데, 당신의 청중인 잠재적 투자자나 사용자, 파트너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이런 ‘쇼’를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치중하여 무리수를 둔 프리젠테이션도 간혹 보게 된다. 지루한 프리젠테이션은 청중에 대한 죄악이지만, ‘볼 때는 재미있었는데, 하나도 기억나는 것이 없더라’는 프리젠테이션은 당신의 비즈니스에 재앙일 것이다.
오늘부터 4회에 걸쳐,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팁을 연재하고자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란 측면에서 볼 때, 언어와 문화권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특히 영어권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할 기회가 않은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드리는데 촛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럼 오늘은 스타트업들이 프리젠테이션 기획단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대전제 세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자.
프리젠테이션은 정보전달의 장이 아니다
우리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 하는 가장 보편적인 오해 중 하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프리젠테이션의 목적이 정보전달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할 것이다. 심지어 발표자가 아닌 청중의 입장에서도 프리젠테이션 참석 목적을 물으면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 답할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인간의 두뇌가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입력하지 못하며, 받아들인 정보조차도 일정 시간 이후에 대부분 잊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Guy Kawasaki의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 프리젠테이션 법칙 ‘10/20/30 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슬라이드가 11장이고, 슬라이드 텍스트 폰트가 30보다 작다고 해서 사형감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20분은 사람의 평균 집중력 지속 시간을 고려한 이상적인 프리젠테이션 시간인데, TED 강연이 보통 20분을 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생각에서이다. 때로는 이보다 긴 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에든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기억력과 집중력의 소유자이며, 당신을 경청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게다가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청중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사실과 정보를 가득 전달하는 대신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당신의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즉, 실리콘밸리의 프리젠테이션 전문가 Nancy Duarte의 용어대로 S.T.A.R. (Something They’ll Always Remember) 모멘트를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S.T.A.R. 모멘트는 말 그대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서, 스펙터클한 시각 효과일 수도 있고, 감동적인 개인적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정보전달에 치중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심지어 숫자나 통계조차도 제시하는 방법이나 맥락에 따라 충격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반드시 알려야 할 정보들은 후반부에 fast facts로 간략히 정리해 주고, 더 자세한 사항은 프리젠테이션 후에 별도의 자료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제안서나 리포트가 그대로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당신의 프리젠테이션이 흥미로왔을 때 추가 자료도 읽혀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프리젠테이션은 스토리텔링이다
잘 기억하지도 오래 집중하지도 못하는 인간의 두뇌는 이야기를 통해서 사물을 이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참고자료: 스토리텔링의 과학에 대한 세 가지 기사 – 출처: Lou Hoffman의 스토리텔링 블로그) 그러니 프리젠터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스토리란 무엇이며, 프리젠테이션을 이야기 들려주듯 하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흔히, 기승전결을 말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 혹은 어떤 문제의 발생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결국은 해결해 내는 해피엔딩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이 아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어떤 사회적 행동을 촉발해야 하는 경우엔 반대로 비극적 결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영웅설화의 구조를 차용하는 셈인데, 여기서의 영웅은 물론 당신의 회사, 제품 혹은 서비스이다.
이런 문제해결형 스토리텔링의 예로, 이젠 프리젠테이션 기술의 고전이 되다시피 한 Steve Jobs의 키노트 중 한 명장면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2010년 1월 iPad를 세상에 처음 선보일 때, 잡스는 우선 스마트폰과 랩탑 사이에 ‘제3의 카테고리’가 존재할 자리가 있을까 하고 화두를 던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쎄, 별로…’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컸던 위험한 질문이지만, 잡스는 곧바로 ‘이 새로운 카테고리는 몇가지 핵심기능에 있어서 스마트폰보다도 또 랩탑보다도 훨씬훌륭해야만 존재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흥미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줌으로써 순식간에 존재하지도 않던 문제를 만들어 냈다. (실로 놀라운 능력이다.) 이어서, 당시의 과도기적 제품 넷북에 대해 어정쩡하게 그 제3의 카테고리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무엇 하나 잘 하는 것 없는 신통치 않은 물건으로 소개한 후, 바로 이 무능한 넷북을 몰아내고 그 새로운 카테고리를 이끌 진정한 영웅으로서 아이패드를 극적으로 등장시켰다.
잘 짜여진 이야기는 이렇게 탄탄한 플롯이 있으면서 전반적으로 리듬감이 있다. 마찬가지로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강약과 완급을 잘 조절해 가면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동 촉발 (call to action) 이다
당연한 전제인데도 자주 잊어버리는 것중 하나이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청중은 당신의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제품을 사거나, 파트너쉽을 맺고자 해야만 한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과도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욕심부리는 대신 흥미를 유발하고 감동시키라는 것, 그러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라는 것도 다 이 마지막 순간을 위함이었다. 청중이 프리젠테이션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 웃고 즐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 영리한 발표자는 마지막 순간에 이 모든 것이 결국 무엇을 뜻하는지 key takeaways로 요약해서 각인시킴과 동시에, 청중들로 하여금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 내지는 의사결정’에 대해 생각할 순간을 주어야 한다. 그 순간 긍정적인 결정을 바로 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이 회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말이다. 이 결정적 순간을 놓치면 당신이 예술에 가까운 프리젠테이션을 했을지라도 그 모든 노력은 허공에 흩어지고 말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전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마쳤다면, 프리젠테이션은 반 이상 완성된 셈이다. 다음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개발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의 효과를 높여 줄 시각적 도구로서의 슬라이드 제작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만 안 하면 되는’ 지루한 프리젠테이션의 예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동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Every Presentation Ever: Communication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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