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미디어: 프리젠테이션 #4] PowerPoint, Keynote, Prezi 그리고?
지난 3편의 연재를 통해서,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는 도구일 뿐이니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는 조언을 여러 차례 독자들께 드린 바 있다. 하지만, 현대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일 뿐 아니라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일종의 번외편으로, 몇 가지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PowerPoint와 Keynote 같은 대표적인 슬라이드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슬라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본 연재 2편에서 다루었으므로 오늘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키노트에 대해서만 한 두 마디 드리고 싶다. 파워포인트와 키노트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운영체제 하의 인터페이스 차이 정도겠으나, 키노트만의 두드러진 개성은 유난히 화려하고 다양한 화면전환 (slide transitions) 기능이다. 실제로 애플 키노트 행사에서는 이런 슬라이드 전환 기능들을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잘 쓰고 있는 반면, 어떤 회사는 자체 프리젠테이션 스타일 가이드라인에서 슬라이드 전환을 부드럽게 해 주는 디졸브 (Dissolve) 기능외에 다른 기능은 사용하지 말라고 못박고 있기도 하다. 정답은 없고,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긴 하나 지나치게 현란한 효과에 치중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해당 기기상에서 키노트앱을 뷰어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제작도 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의외로 매우 쉬워서, 정식 프리젠테이션은 아니더라도 아이패드 상에서 간단한 키노트 슬라이드를 즉석에서 만들어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활용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효과적이다.
그럼 이제 다른 소프트웨어와 대안 툴들에 대해서 알아 볼 차례이다.
‘생각의 지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Prezi
5월초에 cloud computing의 의미를 담아 ‘대운학(大雲學)’이라고 재미있게 이름지은 Prezi 행사에 다녀 왔었다. SDF (서울디지털포럼) 발표차 방한한, Prezi CEO이자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Peter Arvai도 참석한 행사였다.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이 ‘Peter Arvai에게 파워포인트란?’하고 짖꿎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의 답변이 압권이었다. “(파워포인트는) 3차원 세상을 페이지로 표현한 프리젠테이션이다 (paginated presentation of the three-dimensional world).” 부정적인 표현은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입체적인 세상을 평면적으로 표현한다고, 지극히 담백한 표현으로 완곡하게 꼬집은 셈이다.
Prezi는 2009년도에 혜성과도 같이 등장한 클라우드 기반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로서, 위에서 언급한 Peter Arvai를 비롯, Adam Somlai-Fischer, Peter Halacsy 등 세 명의 공동창업자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Adam Somlai-Fischer가 건축가이며 interaction designer라는 사실은, 전체와 부분을 넘나들며 각 부분들의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표현하기에 최적인 프레지의 본질과 관련,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슬라이드형 프리젠테이션이 지루해지기 쉬운 이유는, 실제로는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인간의 사고를, Arvai도 암시했듯이 ‘페이지속에 가두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간의 사고는 사실 지도에 더 가까우며, 이런 ‘생각의 지도’를 표현하고 청중들을 발표자의 사고 과정으로 직접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레지는 분명 매력적인 툴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고궁을 관람한다고 할 때, 그 동선은 일직선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체 궁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각 전각과 그 디테일을 감상하고 전각과 전각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전체와 부분을 넘나들며 공간을 이해하게 된다. 프레지는 우리가 이렇게 입체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탁월한 툴이다. 그러므로, Prezi의 핵심 기능인 ZUI (Zooming User Interface)는 ‘전체와 부분을 넘나들며’ 어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단순히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가 아님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프레지를 만들 수 있다.
Prezi는 필자에게도 아직 연구할 것이 많은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이다. 아래는 프레지에서 직접 제작, 제공하는 공식 프레지로서, Prezi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실제 프레지 제작시 도움되는 팁 및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기획하는데 있어 유용한 조언이 가득해서, 독자들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하는 자료이다.
Prezi on Prezi: Presentation on Presentations
대안 프리젠테이션 앱 Haiku Deck
iPad 전용 초간단 슬라이드 앱. ‘하이쿠 (매우 짧은 일본의 전통시 형태)’ 라는 이름에서 말해 주듯, 앱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나 소장하고 있는 이미지 중에서 선택하여 슬라이드 전면을 채우고 몇가지 위치 옵션 중에 선택하여 한 두 줄의 텍스트를 배치하면 슬라이드 제작 끝이다. 이를 바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슬라이드 포맷이면서 웹상의 공유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즉석 프리젠테이션에 활용해 볼 만한 툴이다.
구글 드라이브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Google Slides
Google Docs 를 즐겨 사용하는 독자라면, 특히 점점 더 MS 오피스 보다도 Google Drive 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면, 이제는 Google Slides를 사용할 때다. 기본적으로 파워포인트와 비슷하면서 Google Docs를 써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되어 있다. 위에 소개한 Haiku Deck 이 너무 파격적으로 느껴지고, 기존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이되 웹 상에서 쉽게 띄워 보고 팀내 협업이 가능한 툴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Chrome Web Store에서 무료로 Chrome Extensions에 추가할 수 있다.
온라인 튜토리얼 ShowMe
ShowMe는 엄밀히 말하면,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라기보다는 온라인 교육용 툴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서 설명하는 것을 지켜보듯이, 손으로 쓰거나 그리는 과정 그대로 화면을 촬영하고 육성으로 설명하는 내용도 녹음해서 한 편의 튜토리얼로 완성할 수 있다. 원격으로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활용하면 좋을 툴이다. 제작해서 올려 놓으면 웹 상에서 볼 수 있고, SNS 공유도 가능하지만 제작에 필요한 ShowMe Whiteboard 앱이 iOS 버전만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상으로 몇가지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및 대안 툴들을 살펴 보았다. 필자는 회의실 통유리가 화면으로 바뀌고 홀로그램을 띄워가며 프리젠테이션할 미래를 꿈꾸고 있는데, 아마도 근시일내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생활코딩’ 열풍이 분다는 요즘, ‘나도 프로그래밍을 배워 내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볼까’하는 엉뚱한 공상을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테크놀로지의 경이가 가져다 주는 시각적 효과가 아무리 황홀할지라도, 두서없는 프리젠테이션의 죄악을 덮어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괘도 (flip chart)를 한 장씩 넘기며 프리젠테이션하던 시대, 파워포인트가 등장했을 때도 처음엔 발표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청중들은 거대 스크린에 띄워진 슬라이드가 그저 경이로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현혹의 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이란 결국 한 편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오늘 당신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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