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 김상엽] ‘세상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내 눈꺼풀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줄 알았던 시절 어느 제약회사 광고 카피가 머리를 ‘띵’하고 울린적이 있다. 문득 주변을 살펴보니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음과 동시에 긍정적 동기부여가 됐다.
창업가들은 인생의 무게가 무겁다. 다른이들의 인생 일부분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다.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을 정리해 봤다.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에 이 내용들이 그들의 머리에서 ‘띵’하니 긍정적으로 울리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마윈, 알리바바 CEO
“먼저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 한 뒤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 마윈, 알리바바 CEO
알리바바의 수장 마윈이 한 얘기는 얼핏보면 당연한 얘기인 듯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핵심을 짚고 있다. 보통 초기에 아이템을 구상한 이후 리서치를 주변 지인들을 통해 돌리는 경우가 많다. “괜찮아 보이는데?”라는 말 속엔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이라는 양념이 곁들여져 있을 수 있다. 막상 출시해놓고 보면 수요가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우가 파다하다. 실제로 CB Insights에서 조사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20가지 이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출시 이후 수요의 부재’였다.
수요란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은 말 그대로 혁신이 바탕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대다수는 이미 있는 수요를 활용해야 하는 것들이다. 많은 사업가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제품이 출시되면 수요는 자동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요증대는 홍보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수요 파악이 우선순위 가장 첫 번째임을 마윈이 증명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루어진다.” –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전세계를 하나로 묶은 페이스북, 페이스북 이전에 한국을 강타했던 싸이월드,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 등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통해 성공에 이른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마크 주커버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줬을 뿐’이라고 담백하게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관계가 느슨해졌다고 느끼던 사람들을 다시 연결해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2004년 이 연결고리 역할로 시작한 더페이스북닷컴은 2주 만에 하버드 재학생 전원이 가입했고, 미국 전역의 대학으로 퍼져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이때 필요한 창구는 ‘소통’ 하나면 충분했다. 페이스북의 성공으로 마크 주커버그는 2015년 1월 28일 현재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부호 랭킹에서 16위에 등재되어 있다.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었을 뿐인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어쩌면 IT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서 진정한 화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모든 비즈니스는 영원히 젊어야 합니다. 고객이 당신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면 싸구려 물건 밖에 팔 수 없을 것입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어려서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았던 아이는 동생이 들어오면 방에 사이렌이 울리는 장치를 만들었고, 이 사이렌은 이후 주문이 들어오면 울리는 벨로 바뀌었다. (아마존에서 처음엔 주문이 들어올 때 마다 일의 빠른 처리를 위해 벨을 울리도록 했으나 주문량이 폭주해 계속 사이렌이 울려대자 곧 없앴다) 빠른 대응을 중점으로 해서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로 우뚝 선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일화다.
인터넷이 활발히 보급되어 온라인 쇼핑이 시작되던 찰나에, 제프 베조스는 이북(e-book) 시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봤고, 디이쇼라는 회사에서 받던 연봉 10억원을 뿌리치고 나와 작은 창고에서 아마존을 시작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제프 베조스는 비용을 낮추고 배송기간을 줄이면서 배송비를 따로 받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여 인터넷 거래의 혁신을 이뤄냈다. 아마존은 책 뿐아니라 모든 것을 파는 ‘The everything store’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구글과 함께 당일배송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2018년엔 시장규모가 4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매우 밝은 상태이다.
제프 베조스의 말은 타겟을 젊은 층을 삼으라는 말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를 항상 젊게 유지하라는 말이며, 그러려면 쉬지 않고 계속 리뉴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PLC(Product Life Cycle)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의 개발이나 시장 확장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의 확장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제품이 쇠퇴기에 들어가면 곧바로 새로운 제품이 그 뒤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로열티가 낮은 저관여 제품일수록 특히 새로운 요소들이 자주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CEO
“필요를 포착해서 내 아이디어로 만들어라, 철저히 집요하게”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CEO
앞서 보여준 세 명의 CEO의 경우 기존에 없던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던 케이스였다면 이번 케이스는 좀 다르다.
이미 시장에 UPS라는 성공한 운송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한 대학생이 보기엔 문제점이 있었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그는 두 지점간의 최소거리만을 따지는 기존의 운송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가운데 허브에 물건을 다 모은 뒤 한번에 분배하는 시스템(허브&스포크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전거 바퀴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며 그의 아이디어에 C-라는 학점을 줬고, 그는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남긴 유산과 자신의 재산을 모두 날리고, 직원들의 급여를 못 줘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연히 딴 돈까지 털어 봉급을 주는 등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언젠간 빛을 보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밀고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 회사는 항공 운송을 장점으로 미국 내 점유율 1위의 운송회사로 성장했다. (전세계 점유율 1위는 DHL) 페덱스의 CEO 프레드 스미스의 얘기다.
주변의 대학생 창업가들을 보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새며 고민을 한다. 제 2의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필자도 창업이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선구자가 시장을 리드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맞지만, 프레드 스미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이미 시장에 있는 것을 보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성공 할 수 있다.
또한 프레드 스미스처럼 명확한 비전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J커브의 J자 아래 둥근 부분이 다소 길어진다 하더라도 참고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위의 경우는 창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부호들의 이야기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이긴 하지만 자칫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국내 스타트업계 현역들의 인터뷰 중 도움이 될 만한 문구 몇 가지 역시 뽑아보았다.
정세주, 눔 대표
“현 시대에서 사업을 하려면 B2C가 없으면 힘을 받을 수 없다. 진정한 B2B의 승자가 되려면 B2C를 먼저 잘해서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B2C는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리뷰를 수용하면 제품과 내부역량이 동시에 발전이 되므로 최고의 학습이 된다.” – 정세주 대표, 눔
최근 1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의 정세주 공동대표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기업에게 B2C는 항상 어려운 요소다. 고객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선 그러한 고충이 더 컸을 터. 하지만, 정세주 눔 공동대표는 인터뷰에서 그럼에도 사업은 B2C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B2C에서 받은 피드백이 반드시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세미나에서 업계 종사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만족한 제품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갖다 놔도 성공할 것이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러 한국을 먼저 베타 테스트 대상으로 삼는 외국 기업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은 까다롭고 날카롭다. 이를 불만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굳이 한국을 베타테스트 대상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서 기업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운동선수들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주성진, 여행박사 대표
“최고의 리더는 맨 마지막에 분배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동물 세계에서도 리더는 독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와 나눈다. “ – 주성진 대표, 여행박사
‘행복을 파는 여행회사’를 표방하는 여행박사는 최근 한국 소비자원이 조사한 패키지여행 고객 만족도에서 모두투어, 롯데관광, 하나투어, 한진관광과 함께 최고등급인 ‘상’등급을 받았다. 행복을 중시하는 여행박사의 주성진 대표는 인터뷰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직원을 만족시킨다”고 말했다.
기업에는 각양각색의 리더들이 있다.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자포스의 토니 셰이가 있는가 하면, 칭찬에 인색하고 직원들의 복지보다는 눈에 띄는 성과를 중시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있다. 리더의 타입에서 옳고 그른 건 없다. 리더의 본분은 올바른 방향제시에 있는 것이므로. 이것은 개인 성향이나 추구하는 비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중 주성진 대표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례에 속하는 것일 뿐이다.
박용호, 드림엔터 센터장
‘청춘, 넘어져도 괜찮아. 그대 이름은 열정이야.’ 제가 좋아하고 자주 쓰는 문구예요. 저는 10대, 20대만이 청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전 정신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청춘이에요.” – 박용호 센터장, 드림엔터
코워킹 스페이스계의 공립학교로 불리는 드림엔터는 창조경제교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드림엔터의 박용호 센터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에서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도전과 열정을 강조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스트리트 파이터형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길 마다하지 않는다. 필자는 플래텀에서 인턴기자 역할을 하면서 부딪히고 깨지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젊은 또래 CEO들을 통해 많은 자기반성을 했다. 나는 무엇이 그리 두려웠는지, 왜 나는 이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타고난 배짱 역시 달랐겠지만 그들이라고 두려움이 없었으랴.
또한 젊은 20대의 CEO가 아니어도 비전을 자신있게 말하는 30,40대 CEO들의 눈에선 20대의 눈에서 보이는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박용호 센터장이 말한 청춘의 열정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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