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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말고 뭐라도 하다보니 고용주가 된 엄마들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 데모데이 현장/사진=플래텀DB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중에 가장 좋은것을 꼽으라면 주저 않고 ‘엄마를 위한 캠퍼스’라고 답한다. 동료 기자들에게도 눈여겨보라고 압력(?)을 넣곤 한다.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지원 규모가 큰 프로그램이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유지되길 바라는 사심을 담았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시그니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육아 때문에 꿈을 미루고 있었거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필요했던 엄마, 아빠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2015년 7월 1기를 시작으로 4기까지 100여 명의 엄마-아빠 창업자가 배출되었으며, ‘자란다’, ‘모이’, ‘그로잉맘’, ‘베이비프렌즈’ 등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다.

프로그램은 마켓 리서치, 비즈니스 모델 플래닝, 마케팅과 브랜딩, 팀 빌딩, 펀딩, IR 등 실제 창업에 필요한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며, 졸업생 CEO, 각 분야별 전문가, 투자자 등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멘토링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에는 투자자와 구글러 등 전문가 멘토단을 대상으로 사업 내용을 발표하는 데모데이가 진행된다.

시각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적인건, 자녀를 둔 참가자들을 고려하여 프로그램 진행 기간 동안 업무 공간 옆에 18개월 미만의 아기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는 거다. 아기들이 프로그램 시간 동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돌보미 서비스도 함께 제공됨으로써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던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편안한 환경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24일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2016년) 멤버 6명의 성장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들은 얼마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육아 말고 뭐라도’/세종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용기와 실행력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왼쪽부터)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매니저(모더레이터), 김혜송 스타일앳홈 대표,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원혜성 율립 대표, 김성 코코아그룹-뻬통 대표, 김미애 아트상회 대표, 양효진 베베템 대표/사진=플래텀DB

2016년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 멤버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지원했나. 3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나.

김혜송 :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엄마를 위한 캠퍼스’ 공고가 보였다. 당시 아이가 8개월이라 움직이는게 쉽지 않았는데, 아이와 함께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막연한 마음으로 창업을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무엇에 중점을 둬야할지 차근차근 알게 되어 스타일링이 가미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기로 했다. 브레인스토밍이 되었다.

이다랑 : 프로그램은 우연히 접해서 지원했다. 엄마들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다. 아이키우면서 하다보니 빠르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년에 서비스를 론칭했다. 캠퍼스에서 많이 배웠다. 특히 내가 원하는 걸 만드는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 설계하는 것을 배운것이 컸다.

원혜성 : 캠퍼스에 와서 두 번 정도 사업 아이템을 바꾼뒤 2017년에 6월 결과물인 천연성분 립스틱을 크라우드펀딩에 올렸다. 당시 크라우드펀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반응이 좋아 시장성이 있음을 인지했다. 목표금액 이상을 달성했다.

김성 : 캠퍼스에 오기 전에 1인 비즈니스로 번역 에이전시와 강연 쪽 파트타임을 했었다. 캠퍼스에 와서 이론적으로 배우고 네트워킹도 활발히 해서 처음 생각한 목적은 이루었다. 캠퍼스를 마친 뒤에 용기를 내서 육아용품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세 가지 일을 적절하게 하고있다 .

김미애 : 시작디자인 일을 하다 육아를 하게 되었다. 캠퍼스에 9주간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괜찮은 디자이너를 소개시켜달라’는 거였다. 그런 니즈가 있다면 내가 해보는게 어떨까 싶었다. 처음에 생각한 아이템은 다른거였는데, 막판에 바꿔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100여곳과 디자인 일을 하고있다.

양효진 : 캠퍼스 막바지 데모데이서 아이템을 발표하고 반응을 본 뒤 본격적으로 할지말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 자리서 한 VC가 ‘시장성이 있다’라고 평가해 줘서 용기를 내서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부지원사업 등에 선정되어 사업과 마케팅을 했고, 올해 히든트랙과 M&A를 했다.

6명의 사업 분야는 육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김혜송 대표는 홈스타일링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현재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어떻게 본인의 비즈니스를 차별화하고 있나.

김혜송 : 처음 시작할 때는 수요 대비 공급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경쟁사가 5배는 늘은듯 싶다. 그래서 지금은 다르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차별화된 제품을 디자인하고 공급하는게 철칙이다. 일부러 카테고리 별로 제품수를 늘리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제품으로 우리만의 스타일이 가미된 것을 내놓고 있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객에게 장애가 된다. 선택을 최소화하고 우리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 것을 기획-구성한다.

그로잉맘을 통해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알게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콘텐츠로 시작해 근래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쉽지 않았을텐데.

이다랑 : 처음에는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글이나 영상은 부모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더라. 그래서 일자리 창출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그게 플랫폼으로 가게 된 배경이다. 콘테츠와 플랫폼은 너무 달라서 많이 배우러 다녔다. 정부사업을 비롯해 에스오피오오엔지 등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치며 한 단계씩 가는 중이다. 캠퍼스에서의 과정도 소중했다. 덕분에 고객에게 우리 서비스를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율립은 크라우드펀딩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크라우드펀딩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겸험을 이야기해 준다면.

원혜성 : 크라우드 펀딩 2번,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앵콜 포함해 6번 했다. 매번 피가 마르는 과정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게 아니라면 진정성있는 콘텐츠, 신박한 아이템이 중요하다.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진정성에 많이 감동한다. 그리고 용기도 내야한다. 나는 많은 사람한테 뻔뻔스러울 정도로 연락했다. 펀딩을 오픈하면 다음날까지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12시간동안 연락을 돌리곤 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연락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험판매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처음에는 호응하더라도 여러번 하면 식상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하는 1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건 하나의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성 대표는 육아를 비롯해 세 가지 일을 더 한다.

김성 : 내가 필드에 나가는게 아니라 중간관리 역할이기에 고강도 텐션이 필요하지는 않는다. 저글링하듯이 시간을 관리해 유지하고 있다. 아이 학교, 유치원보내고 저녁까지 온전히 일만했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중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사전에 약속을 잡아서만 했다. 하지만 주말만큼은 컴퓨터를 안 켜고 가족한테 할애한다. 그렇게 3~4년 지켜내다보니 체력과 정신의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

아트상회는 B2B 비즈니스를 하는 디자인 기업이다. 클라이언트 확보와 유지가 중요할텐데. 어떻게 하나.

김미애 : 아트상회는 건 바이 건이 아니라 한 업체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형태로 일을 한다. 클라이언트 회사가 성장하면 우리도 성장하는 모델이다. 한 업체 디자인을 잘 하면 입소문이 나서 이후 연결도 된다. 한번도 홍보나 마케팅을 한적이 없음에도 고객이 확보된 배경이다. 아울러 클라이언트 회사 대표도 창업자고, 나도 창업자라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수시로 소통하면서 외주사가 아니라 친구가 되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양효진 대표는 대학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고, 창업 전에는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했다. 창업 이후에는 피봇팅, M&A까지 경험했다. 

양효진 : 1년 정도 내가 생각한 아이템을 밀고나갔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다음 아이템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에 등에 올려보고 반응을 살펴봤다. 광고를 돌려봤는데 냉혹한 결과치가 나오더라. 그중에 클릭률이 높은 것으로 피봇팅을 했고 정부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소비자나 VC 피드백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이달 초 회사가 히든트랙에 인수합병 되었다. 베베템과 히든트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히든트랙의 관심 일정 구독 플랫폼 ‘린더’는 1~20대 위주의 서비스이고, 베베템은 그 위 세대가 주 이용층이다. 해당 M&A는 타깃층 확대에 방점이 있다. 아울러 양사가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결도 맞았다. 히든트랙 오정민 대표는 함께 인턴십을 하다 알게된 인연이다.

여성창업, 엄마창업이 어려운 점은 뭔가 있다고 보나. 

양효진 : 남성 창업자와 여성 창업자 성향 비교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남성 창업자는 100을 넘어 150을 목표로 말하지만, 여성창업자는 80정도를 이야기한다는 거다. 남성 창업자의 그런 성향이 자신감으로 비춰진다고도 하더라. 내가 VC한테 자주듣는 말이 ‘어디까지 갈건지 상상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거다. 생각하는 것 이상을 꿈꾸는게 여성창업자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여성이어서, 엄마여서 창업에 도움되는건 있나.

원혜성 : 없다. 밤에 애 재우고 일하는건 쉽지 않다. 국가지원에서 2점 정도 가산점 받는 것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이다랑 : 여성 창업자에게 주는 혜택을 많이 누리지는 못 했다. 일단 정보 자체에 접근이 어렵다. 근래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연수나 면접, 컨설팅 등 절차 자체가 난관일 때가 많았다.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교육이라거나, 1박 2일 워크샵 등은 육아를 하는 여성창업자한테는 시간적으로 적절한 접근법은 아니다. 포기했던 경우가 여러번 있다.

캠퍼스에서 했던 프로그램 중 도움이 된건 뭐였나.

이다랑 : 캠퍼스에 처음 왔을 때 당황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때는 용어 자체를 이해 못 했다. 집에가서 공부 열심히 했다. 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대표라고 불러주니 조금씩 대표화되는 건 있었다. 아울러 계획한 일에 대한 주인의식, 주체성도 가지게 되었다. 디자이너나 개발자와의 소통, 서비스 개발 과정, VC만나는 법 등 배웠던 내용이 사업에 도움이 되었다. 또 냉정하게 평가를 주고받는 네트워크가 큰 수확이다. 인연이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필요한 시점에서 도움이 되었다.

제조업 리소스 관리는 어떻게 했나. 인하우스 개발자는 어떻게 구했나.

원혜성 : 제조자금이 없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인증절차나 제품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은행권 대출은 안 되었다. 그래서 제 2 금융권까지 봤을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펀딩한지 3일만에 목표를 넘었다.

양효진: 남편이 개발을 해줬다.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배워서 했다. 남편을 VC처럼 생각하고 아이템 리서치를 할 때도 참관시켰다. 출퇴근 시간을 쪼개가서 도와줬다. 물론 세부적인건 외부 개발자를 썼다. 초기 스타트업은 CTO나 개발자를 영입할 때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쉽게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개발자와 네트워킹 하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가는걸 추천한다. 좋은 사람을 영입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마케팅을 해야 알려진다. 초기 홍보를 어떻게 했나. 

이다랑 : 사업초기부터 커뮤니티는 있었다. 다만 콘텐츠 소통과 서비스 제공은 달랐다. 규모있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건 아니었다. 우리 서비스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의 임계치를 채우는게 필요하다. 지인을 통해 이루어지는건 서비스 지속성이 없다. 나는 제품을 들고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방문판매처럼 팔았다.

원혜성 :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홍보에 도움이 되었다. 소비자인 엄마들이 착한제품이라 생각하고 주변에 알려줬다. 지금도 전화로 문의가 들어오면 일대일로 상담한다.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는듯 싶다.

양효진 : 기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창업자들을 못 만난다’라는 거다. 나는 ‘은둔의 고수’ 그런말 안 믿는다.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런 기회와 자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PR도 서비스 개발만큼 열심히 해야한다.

이번에 6명이 공동으로 책을 썼다. 계기는 뭔가.

김성 : 캠퍼스를 졸업한 이후에도 서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쌓인 연대와 네트워킹으로 지금까지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자 따로 자신의 일을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팀원이었다. 경력단절 기로에 있을때 캠퍼스와 다른 대표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성공은 아니지만 강을 먼저 건너본 입장에서 같은 입장에 있는 누군가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싶었다. 버티다보니 어느정도 성과까지 있다를 말하고 싶었다.

김미애 :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 아니다. ‘육아말고 뭐라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왔는지를 말한 것 정도다. IT에 엄마가 결합되어 발생하는 새로운 것을 이야기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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