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타트업 창업자는 어떻게 팀을 구성했을까?

스타트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팀원 상시모집이란 문구를 자주보게 된다. 더불어 스타트업 대표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맞다. 스타트업은 항상 사람에 목마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수도권보다 지역 스타트업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ICT 스타트업은 사업 아이디어만큼 함께하는 팀원이 중요하다. 아니 사업 아이디어 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디어와 아이템은 바꿀수도 엎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바뀌거나 팀에 안맞으면 기존 아이디어의 보완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현도 원활치 않다. 초기기업 투자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결정할 때 ‘팀을 본다‘라고 말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스타트업에는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이 필요하다. 경력을 쌓기위해 혹은 일을 배우기 위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일을 배우기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와 구직자 간 매칭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곳이 이 생태계다.

그렇다면 팀원은 어디에서 삼고초려를 해야할까? 우선은 창업자의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력이 주변에 없다면, 스타트업 관련 행사들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는 수도권에 치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매해 다양한 스타트업 관련 신규, 정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들 행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행사의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네트워킹을 하러오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멘토링)받으러 오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함께 구현할 개발자, 디자이너 등 팀원을 리쿠르딩 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실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어떻게 팀을 구성했을까? 그들의 사례를 정리해 봤다.

15274291724_a861d0f348_b-horz

개인네트워크, 추천을 통한 팀결성

어찌보면 가장 많은 유형이고, 나름 검증과정을 거친 형태다. 더불어 창업초기 사람을 찾은데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조심스런 형태이기도 하다. 실력위주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검증에 머무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업과 인간관계는 별개 아니겠나. 하지만 최근 약진하는 스타트업들은 마음이 맞으면서도 실력까지 보유한 이들을 영입하고 있다.

더웨일게임즈 배승익 대표의 사례가 전형적이겠다. 배대표는 “현재 우리 팀은 총 8명으로 개발자 4명, 디자이너 1명, 서비스 운영 1명, 콘텐츠 소싱 1명이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이력이 재미있다. 대표적으로 CTO는 초-중-고-대학 친구다.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되는 사이다. 회사 설립하고 그 친구를 10번 넘게 찾아가서 설득했다. 또 COO는 학교 후배로 대기업 출신이다. 지금은 서비스 기획 및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 회사를 관두고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업을 했던 이력도 있고 창업이력도 있는 친구다. 회사로 놀러왔길래 붙잡아서 합류시켰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합류시켰다”

엔씽 김혜연 대표는 대학교 창업동아리를 통해 초기 팀빌딩을 한 사례다.

“학교 친구 셋이서 교내 창업동아리로 시작했다. 아이템을 정하고 시작한게 아니라 우선 사람을 먼저 모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했고. 그러다 2013년 6월 ‘글로벌 K스타트업’ 공고를 보고 멤버들과 합심해서 부리나케 서류를 접수했는데, 그게 현재 사업 아이템이다. 서류가 합격된 후에 우리에게 부족한 디자인 역량을 가진 친구들도 학교에서 찾았다. 디자인 관련 학과 회장을 찾아가서, 디자이너 좀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게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같은 데서 상 탈 만한 디자이너 좀 소개시켜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진짜로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디자이너들이 학교에 있었다.”

말랑스튜디오 김영호 대표 역시 대학교 재학시절 창업을 했다. 하지만 학교가 아닌 직무별 네트워크에서 리쿠르팅을 했다.

“대학교를 2년 다니고 이후 병역특례 포함 6년 가까이 일반 회사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과 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서 말랑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됐다. 창업 초기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찾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이기도 했고. 처음에는 대학생 친구들 5명이 뭉쳐서 시작을 했다. 그 5명을 만나는데 까지 세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디자인 멤버쉽에 가서 디자이너를 찾고, 소프트웨어 멤버쉽에 가서 개발자를 찾는 등 각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모으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다보니 특징아닌 특징이 학교가 같거나 선후배 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거다.”

12046225725_c9e83a58e0_b-horz

스타트업 행사, 네트워크, 엑셀러레이터 활용형

개발자 출신 대표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팀빌딩을 했을까? 게중에 한 명인 모두의주차장 김동현 공동대표는 발로 뛰어서 개발자를 찾았다 말한다.

“내가 개발 베이스가 전혀 없다보니 좋은 개발자인지 판단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일 해보는 방법을 통해서 인력확보를 했다. 그래서 2013년 하반기 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해커톤 행사에 8번 정도 참가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해커톤은 짧게는 1박 2일에서 길게는 3박 4일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잖은가. 이 행사에 직접 가서 우리 개발자 헌팅을 했던거다. 이력서나 면접만으로는 그 사람을 파악하기 힘들기에 짧게라도 일을 같이 해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커톤이 밤을 새서 하는 작업이 많다보니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의 성향이나 대처능력 같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같이 가도 되겠다, 아니겠다가 판단이 되더라”

현직 VC이자 쫄투(쫄지말고 투자하라!)로 유명한 IDG Ventures Korea 이희우 대표의 또다른 직함은 스타트업 먼데이펍의 대표다. 이희우 대표는 해커톤(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스타트업 창업의 동기를 얻었고, 본인이 진행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쫄지마 창업스쿨)에서 인연이 된 이들과 팀빌딩을 한 사례다.

“쫄지마 창업스쿨’에서 인연이 된 제자와 술 한잔 하는데, 이 친구가 말하는 아이템이 너무 좋은거다. 될 것 같았다. 둘 다 직장이 있으니, 관두고 창업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기에 버추얼로 팀으로 활동했다. 대신 월요일에 오프라인에서 한 번씩은 보고, 주중 회의 주말 회의는 카카오톡으로 했다. 이후에 합류하는 팀원에게는 지분 10%씩 나눠서 책임감을 주기로 했고, 영역이 겹치는 사람은 합류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서버 하나에 안드로이드 클라이언트 하나로 시작했다. 그리고 MVP를 확대 구축하고 팀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월요일마다 술집에 모여서 앱을 개발했다해서 회사명이 ‘먼데이펍’이 된거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통해 자연스레 팀빌딩을 한 사례다.

“처음에는 프라이머에서 도와준 부분이 컸다. 서비스를 만들 개발자가 필요했는데, 능력있는 개발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줬다. 그렇게 소개받은 개발자가 현재 CTO가 되어 있고 개발팀장님이다. 처음에는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도와줬고, 직장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식으로 팀에 합류해 줬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 선배, 후배들을 소개받아 팀이 커졌다. 게중에는 지인을 소개해 주고 본인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회사 마케팅 팀장님도 우연한 기회에 합류해 3년 동안 함께하고 있다. 공채는 어느정도 연차가 쌓인 다음부터 진행했다.”

15695413461_c268eeb10d_c-horz

지역 스타트업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제조업은 다르다.

대구에서 사업을 진행중인 조동인 미텔슈탄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팀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채용공고를 6개월 가까이 올려두고 있는데 지금까지 두 명이 합류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팀원을 구할 때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항상 올려두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실력차다. 이를 테면, 웹 개발자에 지원하는 사람이 웹을 개발하지 못하더라. 학원 몇 달 다녀보고 웹 개발자로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잘하는 이들은 이미 서울로 가 있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그렇고. 서울도 개발자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솔라이브 개발자 그룹(SDG, Solive Developer Group)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를 통해 대구 지역의 스타트업 인재 확보 및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같은 지역이라 해도 제조업은 조금 다른 이슈다. 부산을 근거지로 사업을 진행중인 소셜벤처 바이맘 김민욱 대표는 팀빌딩 보다는 공간이 이슈였다고 한다.

“IT 기반이냐 제조업 기반이냐에 따라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생산 쪽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이슈가 더 컸다. 현재는 팀원이 늘었지만, 처음에는 두 명이서 1년 정도 버텼다. 그 한 명은 멀리서 찾지 않고 주변에서 찾았다. 그 사람이 장진권 본부장이다. 같이 하자고 했고 뜻을 함께 해줬다. 이렇게 먼저 두 명이서 시작하면서 성장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미래에셋에서 투자를 받았다. 우리가 영입한 팀원들을 한 명 한 명 다 스토리가 있다. 물론 근간에는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다. 팀원중에 새터민 친구가 한 명 있다. 이 친구는 15살에 한국에 왔다. 지금껏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열정이 가장 대단한 친구다. 또 한 팀원은 스탠포드에서 박사 공부를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온 사람이다. 그 친구는 유엔산하기관인 국제 보건 기구에 있었던 친구다. 어느 날 이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보니, 바이맘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미쳤냐고 했다. 억대 연봉을 받던 친구였으니까. 고속도로 특산품을 파는 공장에서 일을 했던 자폐 장애우도 있다. 처음엔 이 친구를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으로 같이 시작했는데, 업무 효율로 따지면 다른 사람보다 두 배의 양을 한다.”

15205777163_6e2736a442_c-horz

본투개발자 유형. 개발보다 회사.

글로벌 1억 4천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카메라 필터앱 레트리카 개발사 벤티케익 박상원 대표는 본인이 개발자다. 벤티케익은 불과 얼마전만 해도 1인 개발 기업이었다. 여타 스타트업들이 팀원 구성하고 비전 만들고 아이템 찾는 과정을 겪는다면, 벤티케익은 대표 개발자 혼자 여러 어플을 개발해 내놓았고, 그 중 하나인 레트리카가 글로벌 히트를 친 사례다. 연간 수익역시 왠간한 스타트업의 매출을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현재 벤티케익은 박 대표 포함 6명의 팀이다. 그는 왜 팀을 구성했을까? 박대표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개발만 했을 뿐인데 내가 한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이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도움 줬던 사람들,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함께 하면서 기여를 많이 할수록 많이 나누고. 그런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 법인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개인 개발할 시기에 만나 친분을 쌓았던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합류해 있다. 더불어 우리 서비스가 좀 잘 되다보니 카피제품들이 계속 생기더라. 이를 보면서 마냥 편하게 일하다가는 빨리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팀을 꾸린것도 있다. 그들과 빨리 호흡을 맞춰서 지분도 쉐어하고,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이나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거다. 마냥 큰 회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회사가 커져야 할 시기가 온다면 나는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거고. 회사의 성장이 우선이니까.

크몽 박현호 대표도 개발자 출신이다. 박대표는 두 번의 창업 실패와 1억 원이 넘는 빚으로 지리산 은둔 생활까지 했지만, 현재는 당당히 분야(국내 인터넷 부업) 1위 기업을 경영하는 창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대표는 크몽의 초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창업가보다는 개발자 역할에 충실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박대표는 개발보다는 사업영역을 우선시 하고있다.

“나는 매일 밤새면서 개발하는게 몸에 뱄던 사람이다. 그게 제일 편했고.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개발자들을 모시게 됐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내가 같이 개발하고 있으면 다른 개발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발에서 빠지고 나니까 처음에는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좀 놀았다. 조금 일찍 퇴근하고 운동하고 하니 다소 안좋았던 건강이 좋아지더라. 그러면서 느낀 게 내가 개발을 계속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거였다. 돌이켜보니 개발에 빠져있는 사이 다른 것들을 못보고 있었다. 내가 직접 개발을 직접 할 때는 개발 외 부분을 인턴 친구들한테 맡겼거든.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계속 작은 것만 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경영이나 재무 부분에 대한 공부를 병행했고, 이게 내가 회사에서 해야 할 부분이라고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 문화나 비전을 보강하고, 콘텐츠, 외부대응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이벤트

비긴메이트-서울창업허브, 스타트업 팀빌딩 세미나 열어

트렌드

[더팀스 커리어피드] 중국 역사 속 인물로 보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스타트업 팀빌딩 플랫폼 비긴메이트, 정식 서비스 오픈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스타트업 팀빌딩 플랫폼 ‘비긴메이트’ 베타 서비스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