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人사이트] “스타트업은 드라마다” 기자, 스타트업을 말하다
최근 스타트업에 대한 기존 언론사들의 관심이 보다 더 높아지는 추세다. 전담팀이 꾸려지고, 스타트업을 조망하는 기획기사들이 신년 벽두부터 다수의 매체 지면을 차지하는 중이다. 스타트업과 창업에 특화된 새로운 버티컬 매체들 역시 속속 등장하고.
본지는 그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스타트업 전담 기자 간담회’를 기획, 진행했다. 1차로 아웃스탠딩 최용식 기자(전 뉴스토마토 기자, 스타트업리포트 블로그 운영자),한국경제신문 박병종 기자, 벤처스퀘어 송현희 에디터를 초대해 그들이 체감하고 있는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아웃스탠딩 최용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박병종 기자, 벤처스퀘어 송현희 에디터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자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소개 먼저 부탁 드립니다.
최용식 아웃스탠딩 기자(이하 최) : 아웃스탠딩 최용식입니다. 뉴스토마토 소속으로 4년 반 가량 활동했고, 최근 최준호 기자와 아웃스탠딩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매체성격은 뉴스토마토 시절 함께 운영하던 ‘스타트업 리포트’의 내용이 조금 더 확장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월 말이면 베타버전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박병종 한국경제 기자(이하 박) : 한국경제신문 3년차 기자 박병종입니다. 한경은 5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스타트업 전문코너가 있어요. 기존 언론의 수익구조 관점에서 스타트업이 돈이 되는 콘텐츠는 아니지만, 국가를 살리는 것이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공감해 스타트업 전문 코너를 만들었죠. 담당 기자로서 사명감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독자들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콘텐츠이니까요.
송현희 벤처스퀘어 에디터(이하 송) : 벤처스퀘어 에디터 송현희입니다. 벤처스퀘어 합류 전에는 출판분야(국제부)를 주로 담당하는 기자였고, 벤처스퀘어에 소속된 지는 이제 석 달 정도가 됐어요. 2015년에 스타트업들에게 유용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 싶고, 스타트업의 글로벌 접점들을 만들어 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미디어 또는 스타트업 전담 기자로서 스타트업을 다루며 느끼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최 : 기자를 2010년도에 시작하면서 카카오와 티켓몬스터 등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작은 기업일 때부터 어떻게 플랫폼을 확장시켜 나갔는지를요. 분명 작게 시작했는데, 현재 한 기업은 시가총액이 8조원을 넘어갔고, 또 한 기업은 이커머스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었잖아요. 이처럼 스타트업은 역사를 만드는 기업이고, 기자로서 그 과정을 기록해나간다는 게 벅차올라요. 그게 그들의 성장에 기여가 된다면 더 뿌듯할 테고요.
동의합니다. 인터뷰로 만났던 스타트업에게 좋은 소식이 들릴 때, 마치 제가 함께 한 것 마냥 기쁠 때가 있어요. 그게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요.
송 :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책을 낼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례는 아직까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너나 서비스로서 글로벌한 인지도 또는 이용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건데, 판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각각의 스타트업이 아니라 스타트업계 자체문화가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 : 책이라는 관점에서는 결국 저자 이름으로 파는 것일 텐데요. 우리나라에서 그 사례를 찾지 못하는 건 그만한 기업이 안나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판도를 바꾸는 스타트업이 안 나오고 카피캣 위주로 이어지다보니까요. 저는 이 점이 아쉬웠어요.
반면, 스타트업을 전담하면서 젋은이들의 역량, 그들의 활동 반경 등이 기존과는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어찌 보면 바닥부터 배우는 거잖아요. 큰 기업에서는 타이핑이나 복사부터 시작한다면, 스타트업에서는 진짜 아이디어부터 부딪치는 거니까. 정말 바닥부터 맨 위까지를 다 해내야 하는 게 스타트업이고요. 그 학습능력을 다 발휘한다면 국가 인력의 수준 자체가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겠죠. 그런 열정이 실제로 느껴진다는 게 저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중에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다면요?
송 : 모바일 전자칠판 개발사 애니렉티브가 떠올라요. 제품도 독특했지만, 임성현 대표가 가진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앞으로의 계획도 아주 유연하게 그리고 있고요. 정책적인 요소도 고려하면서 제품이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만들고 접근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어요. 인터뷰어 입장에서 임대표의 화술이나 태도 역시 기억에 남아요. 스스로 미디어와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소신 있게 본인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게 홍보에서 무척 중요한데 그걸 무척 잘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박 : 인코어드, 메쉬코리아에요. 인코어드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력소모량을 체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데요. 보통 스타트업하면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인코어드의 대표님은 60세가 가까운 분이에요. 그 세대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게 저는 너무 멋지게 보였어요. 프로덕트도 멋지고요.
메쉬코리아는 대표의 철학이 멋졌어요. 배달 일을 하는 분들은 처우가 좋지 않은데 이를 플랫폼으로 해결하고자 하거든요. 컨셉을 말하자면, 프리랜서인 배달원에게 배달주문내역이 뜨는 거예요. 그럼 A식당의 배달을 수행할 때, 그 경로 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배달 건들이 뜨는 거죠. 한 번 배달할 때 여러 건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적화해서 제공해주는 솔루션인 거예요. 효율이 3-5배 정도 높아지는 거죠. 사실 상 메쉬코리아는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물류 서비스라고 보는 게 맞을 듯 싶어요. 곧 홈쇼핑 쪽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요. 아마존 프라임의 1시간 배달 등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는 거예요. 1-2시간 내에 모든 배달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되는 팀이에요.
대리운전 업계의 컨셉과 비슷하네요. 여타 배달앱 서비스와 시작점도 다르고요. 최기자님은 어떠신가요?
최 : 스타트업은 항상 드라마틱해요. 실제 드라마로 제작해도 좋을 만큼이요. 카카오의 경우 성공한 창업자가 또 한 번의 모범 사례를 만든 것이고, 배달의민족은 브랜딩을 무척 잘해서 성장한 곳이고, 오지큐는 수십억의 부채가 있던 창업자가 다시 성공스토리를 쓴 사례고, 티켓몬스터는 20대 창업자들이 의기투합해 키운 곳이고요. 결론적으로 몇 개를 찍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박 : 여담이지만, 스타트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시트콤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작년 한해 140여개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관점을 달리해 언급하자면요. 트러스트어스 정범진 대표님은 몇 달 사이로 두 번 만났는데, ‘이렇게 해서 사업가가 되는 거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났던 게 파이브락스 예약왕포잉 인수한지 몇 달 안됐을 때였고, 두 번째 만난 게 투자유치하고 포잉 2.0을 론칭한 뒤였는데요. 로컬서비스에 대한 신념과 그에 대한 실행력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51% 지분인수 또는 100% 자회사가 원칙이었던 옐로모바일의 지분 10%대의 첫 투자유치사가 된 것도 그렇고요. 그 외에 경영 및 조직관리 측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과 애드오피 이원섭 대표님, 서비스 측면에서는 드라마앤컴퍼니(대표 최재호)의 리멤버가 많이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무척 기대가 되는 곳들입니다.
아웃스탠딩 최용식 기자
생태계에 대해서도 조금 다뤄보고 싶은데요. 플래텀에서 발간하는 월별 투자동향 리포트 내의 수치만 보아도 생태계가 커지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체감하기도 그렇고요.
송 : 분명 성장은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봐요. 한 인터뷰이가 언급했던 게, ‘우리나라는 급성장을 했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것의 기준을 제대로 봐줄 사람이 없고, 플레이어들은 내공이 부족해 초기에만 부산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등 성장기가 매우 약하다’고 하더라고요. 각각의 작은 스타트업들 사이에 큰 연결고리를 형성해 안정화를 시키는 것에 포커스를 두면 스타트업 존속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역할은 누가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한편으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생할 수 있도록 민간에서 시작돼야 한다고도 하는데요.
송 : 벤처스퀘어 입장에서 말하자면, 미디어 역할도 역할이지만 그것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단발적 행사에서만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파급력이 클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클러스터를 형성해 아시아의 다른 클러스터와 합쳐 키우는 등의 미디에이터의 역할이 필요한 거죠.
박 :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가 상사가 더 많이 알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요.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지식의 양이나 경험의 양은 다를 수 있지만 성공을 이끄는 건 그것과는 별개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타트업에 답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투자 규모가 커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인식이 무척 좋아졌다는 거예요. 닷컴버블이 꺼진 후 벤처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잖아요? 취직이 안 되니까 한다는 식이었달까요. 그런데 지금은 인식이 바뀌었다는 거죠.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벤처’라는 용어에 비해 신선한 느낌이고요. 이것이 정부 지원책들과 합쳐지면서 뭔가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크 주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사례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더 인식이 좋아졌고요. 엘리트 산업의 전형인 것처럼 멋진 이미지가 생긴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좀비기업들이 생기고 엑싯을 노리고 잘못된 곳에 투자가 되는 등 노이즈들은 어찌됐든 겪고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보고요.
최 : 생태계가 커지는 것은 분명 체감하고 있고요. 이제는 스타트업에서도 마케팅이나 브랜딩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차세대주자들이 분명 잘하고 있고, 인식도 좋아지면서 야망 있는 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사실 그런 신호들을 긍정적으로 판단했기에 저도 독립한 셈이고요.
한국경제신문 박병종 기자
다만 그렇게 커지는 과정 속에서 반대급부로 형성되는 노이즈들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트렌드로 접근하는 창업이라든가, 학력위조라든가, 상금 헌터라든가, 스타성만 강하다든가, VC들의 이면계약서라든가요.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플레이어보다 주변인들이 많아지는게 보입니다.
최 : ‘실행하는 자는 실행을 하고, 실행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사점은 있다고 봅니다.
박 : 주변인이 많아진 것에 대해 동의하지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봐요. 분명 문제는 있겠지만 그를 통해 생태계 내에서 부가가치는 분명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사견이지만,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 게 차라리 긍정적인 경향이라고 봅니다. 결국 그 도전정신이 스타트업을 이끄는 거니까요.
또 스타트업 네트워킹은 특정인이 나서서 중재할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스스로 찾아가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을 제공하는 수준 정도에서 경진대회와 같은 행사를 주최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기존 행사들은 너무 보여주기식에 치우쳐져 있어요.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자리라면 스타트업이 주인공이어야 하잖아요? 그러나 그게 바뀌어있는 행사가 대부분이에요. 국가가 지원한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보여주기식 행사는 정책이 바뀌면 없어질 수 있어요. 그런 불안감이 이미 조성되고 있는 것 같고요.
‘시작하려면 이번 정부 때 해야 한다’며 서비스를 급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 : 그런 식의 창업 때문에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봐요. 진짜 알맹이가 없다는 거죠. 저는 다른 것보다 창의성이 부족한 것, 가져다가 베끼는 것, 조금 비틀어서 서비스를 내놓는 것 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혀 파급효과가 일어나지 않아요.
그의 연장선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저는 BM에 대한 고려 없이 사용자 늘리는 것에 급급한 것이 큰 문제라고 봅니다. 유저만 많으면 BM은 나온다는 식으로 광고에 집중을 하죠. 수익에 대한 전략이 없다면 비즈니스인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투자를 받고 미디어를 타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습니다.
최 : 동의합니다. 환경의 문제냐, 플레이어의 문제이냐로 따지자면 우선적으로는 플레이어의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악의라기보다는 역사가 짧은 탓에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봐요.
일단 첫째 문제는 비즈니스나 팀의 내실이 약하다는 거예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에 올인 하는 것인데, 그게 약하다는 거죠. 언론 홍보를 해야 하나, 정부지원을 받아야 하나 등으로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스타트업이 근태가 약한 편이잖아요. 이렇다보니 몇 명만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근태의 문제라기보다 태도의 문제라고 봐요. 사실 이것도 깊이 들어가 보면 이유가 다 있어요. 스톡옵션이 약하다든가, 누군가에게 지분이 쏠렸다든가요. 그게 아니라면 의지가 약한 거겠죠. 두 번째 문제는 철학의 부재인데요. 본인이 이걸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 목적성이 약하니 내실이 약해진 것일 테고요.
VC와 스타트업 간 문제를 언급하고 싶어요. 소수이겠지만, 한편에서 이면계약서를 통해 불합리한 지분을 요구한다든가, 우선주로 계약하면서 악성조항을 추가한다든가요. 스타트업은 모르고 당하기도 하고 알더라도 투자가 절실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받게 되기도 하고요.
박 :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는 봤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네요. 아무래도 권리가 몰리면 부정도 있겠죠.
최 : 우선주로 계약을 할 때 투자계약서를 따로 쓰는 거예요. 거기에 악성조항을 집어넣는 거고요.
엔젤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성장가도에 올랐을 때 지분정리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 경영권에 문제가 된다든가,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든가 하는 말도 나오는데요. 잘못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측면에서 저는 엔젤투자자는 ‘엔젤’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보는데요.
박 : 엔젤투자자라고 해서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발굴한 거잖아요. 저는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권리가 있다고 봐요. 그걸 키워놓은 사람은 혜안을 가지고 끌어줬는데 나중에 들어온 이가 나가라고 하는 건 옳지 않죠.
그러나 대표 지분에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박 : 지분 유지가 안 된다는 건 그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럼 대표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끝까지 한 사람이 끌고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봐요.
최 : 간단히 보면 스타트업은 선수고, 투자사는 프로모터예요. 그런데 스타트업이 글로벌 선수가 되어버리면 작은 곳의 프로모터냐 글로벌 프로모터이냐에서 이슈가 생기는 거죠. 이사회 선임권 등은 도의적으로는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단, 엑싯은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이를 테면, ‘IPO까지는 기다려달라’는 등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충돌이 좀 있는 듯 해요.
박 : 동의합니다. 서로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거지, ‘나가줘야 하는 것 아니야?’하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의무가 아니니까요. 후에 다른 VC가 들어왔는데 선임권을 가지고 싶다면, 보상을 더 잘해줘야 하고요. 대표 역시 항상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인지해야 해요. 경영을 잘한다면 VC들도 인정해줘요.
벤처스퀘어 송현희 에디터
스타트업과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은데요. 특히 미디어 입장에서 할 말이 있을듯 해요. 보도자료에 대한 것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최 : 2~3 명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에서는 홍보할 여력이 없어요. 또 제품에 충실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생존하는 건 결국 시장이 결정하니까요.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해요. 무작정 써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콘텐츠적인 완성도를 갖춰주면 좋겠어요. 어려운 게 아니고 몇 개만 살펴보면 파악이 되거든요. 정말 소소한 건데, 이메일을 보낼 때 파일을 첨부하는 게 아니라 본문에 좀 실어줬으면 좋겠어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가 한 두개 들어오는 오는 게 아닌지라 메일을 열자마자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송 : 보통 홍보대행사들이 보낸 보도자료는 시작문구부터 달라요. 전체적인 트렌드에 대해 언급하며, 이 가운데 우리 서비스는 이렇다는 흐름이죠. 무조건 자찬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고하실 필요가 있다고 봐요.
PR 에이전시가 아니라 스타트업 내의 홍보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을까요?
최 : 스타트업 홍보담당자는 언론만 상대를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컨퍼런스에도 참석해야하고 오피니언 리더들과도 교류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계에서 보자면 파이브락스 이미나 이사님, 에스이웍스 김희연 매니저님, 본엔젤스 김경범 팀장님, 프라이머 장선향 매니저님 같은 분들이 무척 대표적인 분들인데, 이 분들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 줄 아시는 분들이에요. 이런 유형의 인재를 육성하고 신뢰하는 게 ROI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 잘 둔 홍보인 한 명이 몇 천억의 가치를 뽑아내게 된다고 봐요.
박 : 스타트업은 PR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척 크다고 봐요. 빠른 시간 안에 유저를 늘리는 것에도 한 몫 하고요. 그러려면 자질이 훌륭한 분에게 PR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도 자료에 형용사가 많으면 다 쳐내야 해서 힘들어요. 그런 형용사들 대신에 프로덕트에 대한 명확성을 잘 드러내주는 게 좋고요. 이런 관점에서 PR담당자들은 본인이 기자라고 생각하고 자료를 만드는 게 좋다고 봅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고 이해가 쉬운 콘텐츠면 기자들도 좋아해요.
좋지 않은 태도로 미디어에 접근하는 분들도 간간히 있습니다. 사실 미디어라는 요소는 본질이 있는 상태에서 얹어지는 부분인데, 본질이 없는 상태의 서비스나 회사에서 무작정 접근하면 다소 곤란할 때가 있어요.
박 : 홍보를 하고자 하는 건 성장하겠다는 노력 중 하나이기에 미디어가 게이트키핑을 잘 해야 한다고 봐요. 당연히 무작정 실을 순 없죠. 그래서 저는 ‘어떤 부분을 소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물어봐요. 준비가 된 이들은 명쾌한 답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아직 아니구나’를 알게요.
스타트업 기자로서 남기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박 : 저는 스타트업 기자가 하고 싶었어요. 취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우리나라가 살 길은 스타트업이라는 거고요. 재미도 있지만 사명감이 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를 위해서’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랄까요. 그렇게 서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 : 스타트업리포트에서 아웃스탠딩으로 새롭게 찾아뵙게 됐어요. 당연히 스타트업이 위주이고, 모든 IT가 벤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확장해서 다루려고 해요. 볼만한 콘텐츠, 디지털에 맞춘 콘텐츠로 독자를 우선순위에 둔 매체로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송 :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한 눈에 볼 수 있는 콘텐츠, 그런 DB를 만들어 내는 게 제 올해 목표예요. 스타트업에게 활용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LC : 김상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