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헥셀러레이터가 제공하는 핵심가치는 ‘자신감’
BBB 최재규 대표 /심천 헥셀러레이터(Haxlr8r)
하드웨어 스타트업인 BBB의 창업자로 우리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다 중국 심천에 위치한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헥셀러레이터(Haxlr8r)에 지원하게 되었다.
BBB가 직접 겪어본 ‘제조업의 성지’ 심천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초기 단계 하드웨어 개발을 위해 800여 개의 제조 회사들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이디어 만으로 제품이 실현되는 것이다. 더불어 모든 과정이 이 도시에서 모두 해결된다. 즉,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중간에 끊기는 과정이 없는거다. 샘플 부품 전문 제작회사부터 아이폰 생산 공장까지 심천은 제조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또한 심천에 도착한 처음 4주간 헥셀러레이터는 인근 지역 다품종 소량 생산 공장들을 소개해 줬는데, 놀랍게도 30년 전에 영국과 독일에서 이전해온 회사들이 여럿 있었다. 이런 의외의 개방성과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이 지금의 심천을 만들었다는 소견이다. 중국하면 폐쇄적일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제조업과 관련해서는 규모와 함께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는거다.
더불어 특정 대기업 위주가 아닌 모든 제조사에 열려있는 협력 환경은 하드웨어 개발의 본질적 목적인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구현해주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제조관련 지원도 무시할 수 없겠다. 최근 중국정부는 소프트웨어 회사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의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하여 직접 나서고 있다. 실례로 여러 합자 법인(Joint Venture company, JV)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5 테크크런치 하드웨어 배틀에서 우승한 볼테라(Voltera) 팀
실리콘 밸리 투자 기관인 SOS ventures 에 의해 운영되는 헥셀러레이터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1년에 두 번 “111일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받는다. 여기에 선정되면 하드웨어의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모두 진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50개의 회사들이 헥셀러레이터와 심천 제조네트워크의 힘을 증명했는데, 모두 짧은 시간에 믿기 힘든 수준의 제품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완성도 뿐만 아니라 킥스타터에 진행된 28개 캠페인에서 모두 100% 펀딩에 성공했다. 일례로 올해 1월에 열린 테크크런치 하드웨어 배틀(Techcrunch Hardware Battlefield 2015)에서 바로 전 기수였던 볼테라(VOLTERA)가 우승을 차지했다.
심천 헥셀러레이터 배치팀은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 실리콘 밸리로 건너가 데모데이에 참여한다. 해당 행사에서 참가팀들은 그간 만들었던 제품을 대중과 미디어, 투자자에게 선보이고 별도의 스케줄을 통해 여러 기관에서 IR을 진행하게 된다.
BBB는 헥셀러레이터의 첫 한국 기업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평한다. 더불어 헥셀러레이터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제조 스타트업들이 헥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많이 지원해 제대로 생태계가 갖춰진 곳에서 하드웨어 기반 사업을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