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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알토스가 투자를 못 해 아쉬웠던 스타트업은?

플래텀에서 자체 조사하는 2016년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를 보면 11월은 총 17건, 348.5억 원 규모(8건 금액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2015년 11월 총 투자 규모가 1,637.3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약 4.6배가 감소한 수치다. 투자 건수도 28건에서 17건으로 줄었다.

*2016년 월별 투자규모 : 10월 470.4억 원, 9월 236.8억 원, 8월 1246.9억 원, 7월 688.5억 원, 6월 768억 원, 5월 313.5억 원, 4월 1,332.5억 원, 3월 263.7억 원, 2월 483억 원, 1월 736.5억 원. 2016년 누적 총 6,890.1억 원.

단순 숫자로 봤을 때 예년에 비해 투자규모와 건수가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더불어 근래 정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최순실 사태의 여파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투자경색 현상은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투자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보면 미국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크게 꺽인 것은 없다. 다만 건수는 전 영역에서 하향세고, 투자금액도 유니콘기업에 투자한 것을 제외하면 규모자체도가 줄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투자 흐름에서도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VC들이 보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현황 및 전망은 어떨까? 2일 열린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1차 포럼에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이범석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올해 투자 트렌드와 내년 투자 트렌드에 대해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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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장호영 쿨리리코너인베스트먼트 심사역,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이범석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예년에 비해 올해는 스타트업 투자가 한풀 꺽였다고 한다. 미드 대사에 빚대어 ‘겨울이 오고있다(Winter is coming)’는 말도 회자된다. 여기 VC 3사에게 2016년은 어떠했나?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이하 김) : 알토스는 2015년과 2016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했다. 아직 한 개가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 8개 신규 기업에 투자를 했고, 금액으로 따지면 300억 정도다. 투자한 기업에 우리 LP를 연결해 추가로 3~400억 투자를 하게 연결했으니, 합치면 7~800억 규모다. 금액만 놓고 봤을 때는 2015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하 문) : 2016년은 몇년 전 부활한 한국 벤처 생태계의 정점을 찍은 한 해였다고 본다. 2015년에 2조 5천억이 투자되었고, 올해 7월까지 1조 5천 억 원 정도가 투자가 집행되었다. 경제라는 것이 항상 우상향으로 올라만 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다가 멈칫하고,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고 그렇다. 다만 정점을 찍었다는 것은 내려올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기업은 떨어지더라도 자유낙하를 하면 안 된다.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올해 투자는 많이 했다. 투자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2014년에 580억을 했고, 2015년에 400억, 올해는 앞으로 투자할 것 까지 합치면 500억이 넘는다.

이범석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이하 이) : 우리는 2015년에 투자를 많이 했다. 2016년에는 전년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거의 유사한 규모로 투자를 했다. 투자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2016년에 한 투자중에 가장 잘 했다고 판단하는 딜이 있다면?

: 올해 알토스가 처음으로 투자한 서비스가 지그재그(여성 쇼핑몰 모음 앱, 서비스사 : 크로키닷컴)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심사역이 좋은 서비스이니 빨리 만나보자고 하더라. 사실 나는 반신반의했었다.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박 심사역이 그 서비스의 리뷰를 읽어보라고 하더라. 리뷰를 보니 ‘이 앱 너무 싫다. 잠을 못 잔다.’, ‘이 앱 때문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 ‘지웠다가 다시 깔았다’는 식의 댓글이 엄청난게 많이 달려있더라. 충성 고객들이 정말 많이 있는거다.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서비스라면 더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투자를 했다. 현재 그 서비스 내에서 연 기준 거래액이 몇천 억 발생하고 있다.

: 올해 인상에 남는 재미있는 투자는 트루밸런스라는 기업이다. 팀원 모두가 한국 사람인데, 타겟시장은 인도다. 우리가 투자를 했을 때 100만 다운로드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0만 다운로드다.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편 올해는 포커스를 조금 바꿨다. 한국의 투자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이 있으려면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카이스트 등에 방문하기 위해 대전에 출장을 자주 갔다.

: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투자는 야놀자다. 2015년에 100억을 투자했고, 2016년에 추가 투자를 했다.

각 회사의 투자철학이 궁금하다. 

: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VC는 돈과 어느정도의 경험이 있다. 투자실패를 통해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를 겪어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경험과 자금을 정성스레 모아서 마음과 연이 닿는 곳에 전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것 외에 거창한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지그재그, 우리는 검토만 하고 투자를 못 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야놀자에도 못 했다. 투자사들은 투자를 같이 하기도 하고 따로 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투자사가 투자해 그 회사가 잘 되길 바란다. 그래야 생태계가 보다 더 활성화 되리라 본다.

: 투자철학이라고 할 것은 없고, 내부 방향성은 회사의 서비스다. 내부적으로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은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다. 돈을 써서 느는 것과 돈을 안 써서 느는 것을 구분해서 본다. 돈을 안 쓰고 느는 것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사랑한다는 의미인데, 그것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를 관찰하고, 돈을 써서 늘린다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넓히느냐를 살핀다. 회사가 성장해서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돈이 든다면 주저하겠지만, 1~2년 정도 우리가 커버가 가능하다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집행하는 편이다.

: 투자는 결혼상대를 찾는거다. 배경도 봐야하고, 당사자(창업자)를 오래 지켜봐야 한다. 이 사람이다 생각하면 구애활동을 하는거고. 그 과정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주고 스킨쉽도 필요하다. 그것이 과정이라 본다. 투자를 하지 말아야할 이유는 수백가지겠지만, 그중에 투자를 할 이유 한 두 가지를 찾아 함께가는 것이 투자라 본다.

투자를 못 한 회사 중에 정말 아깝다고 생각한 회사가 있다면? 

: 우선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있겠다. 몇년 정도 돌다리를 두드려보다가 놓친 케이스다. 사실 우아한형제들과는 인연이 깊다. 3~4년 전인가 김봉진 대표를 처음 봤을 때 ‘전세계 통틀어서 B급문화의 최고수’라고 생각했다. 정말 크게 되거나 망할거라 생각했다. 결국 잘 되고 있다.

: 제대로나 살펴보고 놓쳤다면 안 아쉬웠겠지만 그런 경우가 좀 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한 알스퀘어가 기억에 남는다. 나름 관찰은 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미국 펀드로 투자를 하던 때고 한국 펀드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 펀드가 결성되면 투자하려고 했는데 클로징되었다.

: 스마트스터디가 기억에 남는다. 투자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루지 못 했다.

2017년 투자 전망을 이야기해 준다면? 

: 다른 VC가 어떻게 투자를 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알토스는 올해보다 많이 하면 많이 했지 적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망하는 회사가 많을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망하는 것이 당연한 거다. 확률적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중 절반 이상이 망하는 게 맞기도 하고. 스타트업은 풍족치 않은 환경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다. 그것이 성공적으로 귀결되면 큰 것을 얻는 것이고. 우리는 투자를 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성공할 가능성보다 높다고 판단하고 투자한다. 그래서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망하고 또 도전하면 된다고 본다. 실패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 앞서 벤처생태계가 올해 정점을 찍었다고 이야기 했는데, 사람들 마음속에 막연하게 잘 될거라는 허상이 피크를 찍었다는 의미다. 벤처 생태계의 악화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창조경제’라는 키워드지만 여러 정부에서 창업 지원은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고 있고 그 강물은 더 불어날거다. 현재는 그 위에 현재 ‘창조경제’라는 유람선이 떠 있을 뿐이다.

: 근래 내년 경제전망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흐름은 이어가리라 본다. 과거 금융위기 때 벤처투자가 가장 많았었다.

내년에 각사는 어떤 분야 투자를 고민하고 있나?

: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없다.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가 보기에 좋은회사, 크게 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할거다.

: 테마를 정해 투자를 하는 VC라면 백전백패할거다. 언론에서 유망한 분야라고 앞다투어 말하는 분야에 투자를 하면 망한다. 스타트업은 어떤 분야를 몇년 앞서 이끌어 가는 기업이다. 그래서 벤처다. 분야보다 중요한 것이 질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완성도다. 이제는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시장이 어느 영역은 클지 모르지만, 또 어떤 영역은 매우 좁다. 예를들어 지난 20년 간 한국에서 B2B 소프트웨어 사업을 해서 살아남은 벤처는 거의 없다. 정부의 도움이 없었으면 거의 다 사장되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를 하겠다는 인재들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시선을 세계로 돌리게 해주고,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국 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이 있으리라 본다.

: 뭐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는 어렵겠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커머스 분야에 관심이 있다. 내년에는 그 분야를 많이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초기투자를 크게 받아 주목받던 스타트업이 추가투자유치를 못 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조언해 줄 부분이 있다면?

: 추가 투자유치가 안 된다면 지출비용을 줄이면서 실적이 날 때까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다. 못하면 새로운 것을 해야하고 할 수 있으면 그때까지 버텨나가는 거다. 초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회사 구조를 잘못 짠 경우을 종종 본다. 예를들어 초기에 너무 높은 규모로 투자를 해서 그보다 낮은 규모의 추가 투자유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다. 그런 곳은 우리가 들어가기 어렵다.

우아한형제들이나 직방 등 분야 선두기업의 IPO 등 엑싯이 나와야 투자와 생태계가 활성화 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O2O스타트업의 위기도 회자되고 있다. 

: 알토스가  투자한 우아한형제들이나 직방 등 회사는 매우 잘 하고있다. 이들 기업이 엑싯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책임도 있다. 알토스는 엑싯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안하고 빨리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엑싯하지 말고 더 키우라 요구한다. 3년 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에서 IPO이야기가 나왔었다. 다들 충분히 갈 수 있기도 판단했다. 그때 안된다고 내가 반대했다. 매출 1000억 찍을 때까지 아무도 엑싯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기로 했다 엑싯이 필요한 투자자, 마무리되는 펀드가 있으면 여러 방법으로 구주를 사준다고 까지 했다.

올해 배민이 우리가 목표한 1000억 정도는 달성했다. 하지만 현재는 매출 2000억까지 찍으면 다시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도한 욕심일 수 있지만, 몇몇 회사에는 그런 욕심을 부린다. 왜냐면 5년 기다려서 이정도 기업가치가 나왔는데, 1~2년 안에 두 배 규모가 된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못 기다릴 이유가 없다. 여담이지만, 내 카카카오톡 아이디가 ‘더더더’다.

우아한형제들이나 직방 외 O2O영역에서 잘하는 기업들 많다. O2O 분야가 위기라고 말하고 망한 회사가 회자된다. 잘하는 회사는 잘 하는게 맞는거고 망하는 회사가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잘 되는 것을 증명하려고 대외적으로 사기업이 재무재표 다 공개할 수는 없다. 잘 하는 투자자들은 분야를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 하나하나를 살핀다.

: 투자자들은 우아한형제들이나 직방이 잘 하고있다는 것을 안다. 내년에는 큰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미국의 벤처캐피털처럼 투자를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한국의 VC가 인터넷 기업에 투자한 기간이 길지 않다. 내년에는 더 달라질거라 보고, 기술력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거라 전망한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 결성된 뒤 첫 행사다. 포럼에 제언할 것이 있다면?

: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 해체되길 바란다. 악담이 아니다. 창업자들은 사업하기 바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업만 하기에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포럼이 결성되었다고 본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적으로 활성화되어 포럼 없어도 잘 돌아가길 바란다는 의미다. 해체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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