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가, 그들은 어떻게 실패를 극복했을까?
나는 성공을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실패가 무엇인지는 안다. 성공여부는 어떤 실패를 경험했느냐에 달려 있다. –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성공을 떠나 스타트업은 잘 되는 경우보다 잘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니 실패의 사례가 절대적으로 많다. 전체를 100으로 놓고볼 때 확률상 80 ~ 90% 이상이 잘 안되는 경우다. 상품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객을 만들어내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실패는 보다 넓은 2보 전진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과거 사업실패는 신용불량자의 지름길이었지만, 현재는 실패가 과오보다는 경험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 각광 받는 것이다. 린스타트업은 적은비용으로 창업하고, 과정에 도전하고, 실패여부도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다. 즉, ‘저지르라는 것’이다.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번의 시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도전에 의미가 있겠다.
물론 스타트업을 함에 있어 실패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겠다. 스타트업은 자선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기술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면 초반부터 수익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트렌드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사업은 겉멋이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여러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어떻게 실패를 극복했을까? 그들의 사례를 정리해 봤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라기 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실패를 통해 배웠다 말한다.
“카카오는 2006년에 ‘아이윌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아이윌랩은 설립 이후 첫 1년 동안은 웹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부루닷컴(buru.com)이라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다. 사용자는 적었다. 실패한 거다. 그래서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그 이후에는 위지아(wisia.com)이라는 소셜랭킹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고 5만 명의 사용자가 있었지만, 이 서비스 역시 실패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2009년 11월에 아이폰이 론칭되면서 우리는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앞서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조심스레 준비했지만, 앞선 서비스들 처럼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세상에 완벽한 서비스는 없다. 아이디어를 내고 빨리 서비스를 만들고 유저의 반응을 보며 업데이트를 하려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카카오톡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경천동지할 서비스를 만들거라 생각했다. 팀원 면면이 너무나도 훌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가 그 과정에서 배운것은 사용자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고 업데이트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현재 카카오 서비스의 기능 대부분은 사용자가 원했던 기능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이 우리의 개별 서비스들이다. 사용자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서비스다. 그것이 우리가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이다.”
재능마켓 크몽 박현호 대표는 두 번의 창업 실패와 1억 원 빚으로 지리산 은둔 생활까지 한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분야(국내 인터넷 부업) 1위 기업을 경영하는 창업자다. 박대표는 지리산 은둔 생활을 하던 시절 우연히 한 외국 서비스(Fiverr)를 보게 되었고, 그 서비스를 자신이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크몽이다. 박대표는 자신의 실패 경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실패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뭐가 됐든 장기적인 관점과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어리기도 했거니와 열정만 넘치다보니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실패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은 단기간에 돈이 된다 할지라도 지속성이 떨어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느린 속도라도 그게 조금씩 쌓이고 장기적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지향하고. 한편으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조금 보수적으로 바뀐 것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앞뒤 가리지 않았고 조금 위험해도 열정으로 밀어붙였지만, 현재는 절대 망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간절함인 거다.”
2014년 연매출 35억 규모로 ‘개인출판계의 유튜브’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북팔의 김형석 대표도 사업과정에서 셀수 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해왔다 말한다.
“사람들이 콘텐츠 뷰어로써 스마트폰을 활용할 거라는 판단은 맞았던 것 같고, 북팔 서비스를 시작한 건 참 잘한 것 같다. 그런데 2012년도에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성과가 나오고 반응도 좋아서 착각을 많이 했다. 큰 판단 실수도 한 번 했고, 자잘한 건 셀 수도 없다. 문제는 속도감이었다. 스마트폰을 통한 변화의 속도가 우리 생각보다 무척 빨랐다. 3개월 전에 굉장히 크겠다는 서비스들이 3개월 뒤에 없어지는 경우 허다하지 않나. 우리도 처음 생각했던 것 중 착각했던 것이 열심히 해서 결과물이 쌓이면 그게 언젠가는 힘을 발휘할 거라고 오판한거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빨리 해야 되는 거였다. 시장이 100km로 달리면 우리는 150km로 달렸어야 했다. 사람들이 이미 써보고 평가가 내려진 상태에서 서비스를 출시하면 누가 쓰겠나. 돈 들여 개발하고 내놓으면 시장이 없어지더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은 안 됐던 상황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속도를 잡지 못해 실패한 경우였다. 그 뒤 우리가 명확하게 느낀 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거였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걸 빨리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직방이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외 VC들로부터 90억 원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한 채널브리즈의 안성우 대표는 NC소프트 개발자와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거쳐 창업에 도전한 사람이다. 그 정도 이력이면 다른이들에 비해 어렵지 않게 시장에 진입했을듯 싶지만, 그 역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실패 이유와 그 과정을 통해 배운점이 있다 말한다.
“실패를 한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인 사유가 있겠다. 뭔가가 안될 땐 환경을 탓하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안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굳이 가장 큰 이유를 찾자면,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었다고 본다. 당시에는 일하는 팀원이 왜 일을 해야하고, 어떻게 일을 해야하고, 어떤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었다. 그런 고민이 없으면 경영자와 팀원 쌍방이 서로에게 실망 하게 된다. 실패했을 당시 회사 팀원이 지금과 비슷한 20명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감히 이야기하지만 회사와 일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팀원이 채널브리즈에 왜 있는지에 대한 각각의 동기부여가 되어 있다고 본다. 그렇다보니 각자의 업무 퍼포먼스도 강해졌고. 또한 그때의 실패경험이 직방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매물정보를 어떻게 모을지 고민을 많이했고, 부동산 중개소에서 정보를 잘 올리지 않았기에 1년 6개월 동안 우리 팀원들이 15,000개 건물을 다니며 영업을 통해 매물정보를 파악해 올렸다. 방문하는 집 문을 두드려 집주인에게 인사하고, 사진찍고 해서 자료를 만들어 올린거다.”
브릿지콜을 서비스중인 브릿지모바일은 지난해 하반기에 가장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채널브리즈가 설립된 것은 2011년으로 주목받기 까지 사업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최정우 대표는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한다.
“사업은 3년 전인 2011년 7월 법인 설립을 하며 시작했다. 그간 여러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피보팅(사업아이템 변경)을 수차례 진행했다. 첫 번째 아이템은 1년 동안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을 개발했지만,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파악 못해 실패했다. 두 번째 서비스는 해외 시장에 실제 진출도하고 어느정도 매출도 냈다. 그 과정에서 엔젤투자를 받았고 카카오와 제휴를 하는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 실적이 좋지는 않았다. 바로 바로 수익이 나지도 않았고 말이다. 투자자들도 지표가 안 나오니까 미래를 불투명하게 봤고. 그래서 수익을 내야겠다 해서 리워드콜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리워드콜이 무료통화 서비스인 브릿지콜로 전환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가, 불편함을 해소 하는가, 시간을 절약해주는가, 혜택이 있는가 등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가도 따져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익창출이 가능한가를 생각한다.”
버튼대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클리오니 구자룡 대표는 4번의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다. 버튼대리는 그가 내놓은 다섯 번째 서비스자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과정을 밟지 말라는 의미로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초긍적인 성격이다. 실패하더라도 나 스스로 불편했던 적은 없다. 혼자 술을 먹어본 적도 없고. 주변 시선이 불편하지도 않다. 투자받은 게 아니고 다 내 돈으로 했으니까. 사실 타인들은 내가 망했는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 비즈니스 모델은 실패할 수 있지만 내가 실패하거나 내가 하는 회사가 실패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나는 건방진 사람이었다. 내 위에 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도전적이고 좋을 순 있다. 그러나 그것의 가장 큰 폐해는 누군가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두 번 실패한 일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걸 놓친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 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는데 그걸 이용하지 않는 셈이지 비효율적이었다. 나는 비록 이렇게 해왔지만, 누군가 창업을 한다면 나와 같은 방법보다는 진정한 멘토나 스승을 두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