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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5개월 동안 225개 창업기업을 띄운 스타트업 데모데이

월례 스타트업 데모데이 ‘디데이’ 현장 / 사진=플래텀DB

디캠프에서 열리는 월례 데모데이 디데이는 대중적인 행사는 아니다. 생소한 스타트업이 낯선 서비스 소개를 하고, 심사위원과의 질의 응답도 보편적이지 않은 용어가 오고가기에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행사는 2013년 6월 첫 행사 이후 45회 동안 열리면서 한산했던 적이 없다. 매번 150여 명 이상의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본래 데모데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터가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외부 투자자에게 발표와 제품 소개를 통하여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이 개발한 데모 제품, 사업 모델 등을 투자자들에게 발표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포괄적인 말로 쓰이고 있다.

디데이의 행사 포멧도 여느 데모데이와 다르지 않다. 신청을 받은 스타트업 중 디캠프가 사전에 선정한 다섯 팀이 5분 간 발표를 하고, 각 스타트업의 발표이후 심사위원과 10분 간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5분 발표시간은 정확히 지켜진다. 더 발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질의응답에서 현직 VC인 심사위원이 해당 스타트업을 호평하거나 칭찬을 하는 경우는 없다. 날카롭게 서비스의 약점을 파고든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당황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가 4년 3개월 동안 주목을 받은 이유는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디데이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 9월까지 225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거쳐갔다. 디데이에서 우승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은 디캠프로부터 보육공간 입주와 최대 1억원의 종자돈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행사 이후 진행되는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초기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엔젤투자 이상을 유치한 어느정도 검증받은 팀들도 통과의례로 디데이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디데이를 거쳐간 팀 중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틀 전 912.5억 원에 넥슨에  피인수된 비트코인 거래소이자 동명의 스타트업 코빗, 간편송금 어플리케이션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P2P 신용대출과 함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열었다 평가받는 에잇퍼센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 행사를 ‘스타트업 등용문’이라 부른다.

2017년 9월 데모데이 발표팀 /사진=플래텀DB

9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28일 늦은 6시, 어김없이 디캠프 선릉센터 6층 다목적홀에서 디데이의 막이 올랐다. 이날 무대에 선 스타트업 다섯 팀, 심사위원도 다섯 명. 객석은 역시나 꽉 채워져 있었다.

무대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태그바이컴퍼니’, 글로벌 VR웹툰 플랫폼 ‘코믹스브이’, 빅데이터 기반 주택 투자분석 기업 ‘집펀드’, 소셜미디어 마케팅 영상 제작 앱 콘텐터(Contenter)의 개발사 ‘인디씨에프’, 패션SCM ‘컨트롤 클로더’가 순서대로 올랐다.

박정화 인디씨에프 대표와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인디씨에프는 9월 우승팀으로 선정되었다. / 사진=플래텀DB

우승이라 할 수 있는 우수상은 ‘인디씨에프’에게 돌아갔다. 인디씨에프의 콘텐터는 도달률이 높은 포멧으로 영상을 자동편집하여 초보자라도 쉽게 영상제작자가 될 수 있게 돕는 앱이다.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에 최적화된 영상제작 앱 답게 저작권에 자유로운 음악과 폰트로 수천개의 영상 아트웍이 제공된다. 로고와 사진을 영상에 워터마크로 넣을 수 있는 로고워터마크 기능을 제공, 고품질 브랜딩 영상을 60초만에 만들 수 있다. 올해 2월 대중에 공개된 콘텐터는 고도화 작업을 통해 최근 사용자 편의성을 더 높였다는 평을 듣는다.

박정화 대표는 “감사하다. 가문의 영광이다. 잊지 않겠다.”라는 짧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인디씨에프는 청중의 투표로 결정되는 인기상도 거머쥐었다. / 사진=플래텀DB
9월 디데이 심사위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강석흔 본엔젤스 대표, 쿠팡 정상엽 투자개발총괄 / 사진=플래텀DB

이날 심사위원으로 나선 5인의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여러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건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창업자들은 하늘나라에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해 지상에서 이루려는 사람이다. 다만 하늘에 있는 것이 땅에서 안 되는 것이 많다. 본인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과 하고 싶은 것, 하고 있는 것, 했던 것을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 관념적인 것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사업은 철저히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현실 세계의 일이다. 그것이 구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피칭을 하면 ‘경진대회용 사업계획서’가 된다. 하고 싶은 것 보다 현재 하고 있는 것, 했던 것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은 하늘나라에서 본 이상적인 제품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현재 내가 하고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몇몇 스타트업에게 보이는 것이 시작부터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듯 인식하는 것이다. 가장 위로 올라가려면 1층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빨리 올라가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 확실하게 올라가는 방법을 제시하면 더 나은 피칭이 될거라 본다”고 부연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김 센터장은 전자신문과 서울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에서 28년 재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2015년 2대 센터장을 맡았다. 취임 뒤 창업지원 프로그램 고도화와 스타트업 문화 전파로 디캠프의 역할을 확대했다. 

한편 디데이 주최자인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행사 모두에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스타트업 거리축제 IF2017 행사에 대한 총평과 의의를 설명하며 “디캠프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월례 데모데이 ‘디데이’ 9월 현장 / 사진=플래텀DB
D.DAY MAKETH STARTUP. / 사진=플래텀DB

[2017년 디데이 우승팀]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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