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촹커 생태계 탐방] 엑셀러레이터만 80곳 … 심천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지난 6월 열린 메이커페어 이후 중국 심천 남산구(區)는 행사장을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로 명명하고 중국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창업지구로 변모시켰다. 베이징 중관촌(中關村, Inno Way)과 같은 창업밸리를 모티브로 한 이 단지의 특징이라면 도시 인프라에 걸맞게 제조업에 힘이 실린 형태라는 것이다.
심천은 글로벌 제조기업 800여사의 제조공장이 존재하는 곳임과 동시에 자체 공장을 꾸리기 어려운 기타 중소기업 및 제조 스타트업을 활용 가능한 공장형 기업 역시 다수 포진해 있다. 더불어 모든 제조사에 열려있는 협력 환경은 하드웨어 개발의 본질적 목적인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구현해주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제조관련 지원도 무시할 수 없겠다. 최근 중국정부는 소프트웨어 회사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의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하여 직접 나서고 있다. 실례로 여러 합자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와 시정부의 기조에 부응해 민관 협력으로 조성된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에는 현재 80곳에 달하는 민간 엑셀러레이터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시드스튜디오와 같은 소규모 공장형 기업 및 창업카페 싼더블유(3W) 카페의 지점까지 자리를 잡고있다.
이곳에 위치한 엑셀러레이터로는 텐센트가 지원하는 ‘레전드 스타(聯想之星)’와 중국 2위 이커머스기업인 징동(JD.com)이 운영하는 ‘JD플러스 인큐베이터’가 대표적이다. 다수의 엑셀러레이터가 메이커페어 이후 문을 열었다면, 두 기관은 행사 이전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업무를 진행해 왔다. 더불어 지원기업이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이라는 것에 창업자들의 신뢰도 역시 높은 곳이다.
중국의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는 기본적으로 창업자에게 공간제공, 교육, 투자유치 연계, 네트워킹, 마케팅 등 기본업무를 진행하는 한편 각 기관마다 운영기업의 특성에 맞게 특화된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들어 텐센트와 징동의 경우 유저 트래픽이나 확산채널, 온라인 마케팅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엑셀러레이터다. 중국계 엑셀러레이터는 아니지만, 심천을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인 헥스(HAX, 이전명칭 ‘헥셀러레이터’)의 경우 선정된 배치팀의 하드웨어의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함께한다. 또한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는 실리콘 밸리로 건너가 투자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데모데이까지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중국의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가 중국 VC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변주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창업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전성시대다. ‘창업자보다 엑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농담이 들릴 정도다.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를 기조로 “창업은 모든 것의 기초”라 설파하는 리커창 총리와 중국 정부의 영향이 크다. 정부와의 관계, 기업 이미지 재고 등 여러 이해득실이 얽혀있기에 정부기조가 바뀌면 언제든 수치에 변동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큰 리스크없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창업에 의지를 둔 중국 청년들에게 크게 어필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중국 창업자들에게는 알라바바 마윈과 샤오미 레이쥔 등 확실한 롤모델이 존재하기에 동기부여 또한 크다.
레전드 스타에서 창업 보육을 받고있는 ‘마융(馬勇)씨는 “정부의 지원도 의미있지만, 마윈 등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창업자는 존경받는 인물이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이 아니라 사회를 아우르는 중국식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들은 우리의 롤모델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은 급속한 변화가 느껴지는 나라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청년들의 사회생활 첫 단추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자국 기업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더불어 창업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겨 젊은층에서 열렬히 호응중이다. 무서운 것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레전드 스타 정문. 리커창 총리의 방문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레전드 스타 인큐베이팅 공간 내부전경
3일 레전드 스타 관계자가 한국에서 방문한 기업,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센터 소개를 하고있다. 이날 중국 스타트업의 서비스 IR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레전드 스타 정문 좌측 10m 지점에는 중국 2위 이커머스 기업인 징동(JD.com)에서 운영하는 ‘JD밀크티’ 창업 카페가 위치해 있다.
중국의 대표적 창업카페인 싼더블유 카페는 레전드스타가 위치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창업카페이자 코워킹스페이스인 이노밸리 카페도 같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여담이지만, 한국 프렌차이즈 카페베네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레전드 스타 정문쪽에 신축중인 텐센트 사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