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어촌이었던 중국 선전(深圳, 이하 심천)은 20여년에 걸쳐 구축된 제조 인프라를 토대로 중국과 세계의 IoT 하드웨어 분야를 선도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천에는 대규모 공장 뿐만 아니라 선전에는 산업 디자인,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및 진공 주조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공장형 기업도 다수 포진해 있다. 근래 선전을 ‘하드웨어의 성지(城地)’, 혹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잘 갖춰진 제조 생태계에서 기인한다. 또한, 현재 스타트업 트렌드가 제조업으로 다각화하면서 선전의 인프라 활용을 위한 세계 각국 스타트업의 선전행 러시가 진행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선전 촹커(创客) 생태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직접 방문했던 선전의 주요 창업 기관을 정리해 봤다.
액셀러레이터만 80곳 … 심천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지난해 6월 열린 메이커페어 이후 중국 심천 남산구(區)는 행사장을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로 명명하고 중국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창업지구로 변모시켰다. 베이징 중관촌(中關村, Inno Way)과 같은 창업밸리를 모티브로 한 이 단지의 특징이라면 도시 인프라에 걸맞게 제조업에 힘이 실린 형태라는 것이다.
심천은 글로벌 제조기업 800여사의 제조공장이 존재하는 곳임과 동시에 자체 공장을 꾸리기 어려운 기타 중소기업 및 제조 스타트업을 활용 가능한 공장형 기업 역시 다수 포진해 있다. 더불어 모든 제조사에 열려있는 협력 환경은 하드웨어 개발의 본질적 목적인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구현해주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제조관련 지원도 무시할 수 없겠다. 최근 중국정부는 소프트웨어 회사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의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하여 직접 나서고 있다. 실례로 여러 합자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와 시정부의 기조에 부응해 민관 협력으로 조성된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에는 현재 80곳에 달하는 민간 엑셀러레이터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시드스튜디오와 같은 소규모 공장형 기업 및 창업카페 싼더블유(3W) 카페의 지점까지 자리를 잡고있다.
이곳에 위치한 액셀러레이터로는 텐센트가 지원하는 ‘레전드 스타(聯想之星)’와 중국 2위 이커머스기업인 징동(JD.com)이 운영하는 ‘JD플러스 인큐베이터’가 대표적이다. 다수의 액셀러레이터가 메이커페어 이후 문을 열었다면, 두 기관은 행사 이전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업무를 진행해 왔다. 더불어 지원기업이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이라는 것에 창업자들의 신뢰도 역시 높은 곳이다.
현재 중국은 창업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전성시대다. ‘창업자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농담이 들릴 정도다.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를 기조로 “창업은 모든 것의 기초”라 설파하는 리커창 총리와 중국 정부의 영향이 크다. 정부와의 관계, 기업 이미지 재고 등 여러 이해득실이 얽혀있기에 정부기조가 바뀌면 언제든 수치에 변동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큰 리스크없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창업에 의지를 둔 중국 청년들에게 크게 어필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중국 창업자들에게는 알라바바 마윈과 샤오미 레이쥔 등 확실한 롤모델이 존재하기에 동기부여 또한 크다.
레전드 스타에서 창업 보육을 받고있는 ‘마융(馬勇)씨는 “정부의 지원도 의미있지만, 마윈 등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창업자는 존경받는 인물이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이 아니라 사회를 아우르는 중국식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들은 우리의 롤모델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은 급속한 변화가 느껴지는 나라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청년들의 사회생활 첫 단추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자국 기업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더불어 창업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겨 젊은층에서 열렬히 호응중이다. 무서운 것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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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BYD) 심천 본사
1995년 왕촨푸 회장에 의해 설립된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 기업으로 세계 2위 자리에 까지 올라선 뒤 배터리 분야 노하우를 접목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회사다. 2008년 비야디의 이름을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F3모델을 선보인 뒤 승용차, 택시, 버스 및 관공서용 특장차 등을 생산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IT분야에서 삼성과 모토로라, 레노버, HTC, LG 등 기업에 ODM 공급을 하고 있으며, 친환경 뉴에너지 분야에서 미래를 찾고있는 기업이다. 여담이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샤오미 보조배터리 메탈 케이스도 비야디 작품이라고.
비야디는 상반기 자동차 및 관련부품 사업에서 한화 3조 2200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수준으로 전기차 사업 부분 수입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환율이 요동치던 상반기 중국에서 흔치않은 성장세 기업인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비야디의 업력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비야디는 배터리부터 시작해서 전기자동차, IT 제품, 친환경 에너지 사업부문까지 불과 20년 만에 직원 수 18만 명 규모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대표적인 심천기반 기업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 성장세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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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화창베이 전자상가
심천이 하드웨어의 성지라 불리는 이유는 산업 디자인과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및 진공 주조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즐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그만큼 제작 도구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화창베이 전자상가가 있다.
화창베이에서는 모조제품들도 다수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샤오미의 로고와 외장을 그대로 흉내낸 카피캣 뿐만 아니라, 다미(Da Mi, 大米, 샤오미는 小米)라는 자체 로고를 붙인 샤오미 카피맷 브렌드는 유명하다. 샤오미의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구분법을 잘 모르면, 가격에서 동하게 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샤오미의 정품제품을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이렇듯, 화창베이는 중국의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미래쪽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더불어 제조 스타트업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터전으로 변모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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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DJI 본사 내부 탐방
제조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중국 심천(선전)에는 세계 1위 드론기업이자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우는 DJI가 있다.
선전을 기반으로 하는 DJI는 2011년 420만 달러 규모 매출을 냈던 것에 비해 지난해 5억달러, 올해 10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드론업계의 대표적인 성장기업이다. 2011년 90명이었던 직원 수가 지난해 2800여명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저가형 드론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다양한 기능을 담은 고가용 제품을 전략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DJI의 급격한 성장은 드론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영향과 함께 선전이라는 제조인프라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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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잉단(硬蛋)’
선전(심천) 기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잉단(硬蛋, IngDan)’은 자타공인 중국 최고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잉단은 ‘딱딱한 달걀’이란 의미로, 중국에서 창업을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되는 표편인 ‘껍질을 깨고 태어나는’ 과정을 돕는다는 것을 기관명에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 캐치프레이즈는 ‘Hatch the Internet of Things’이다. ‘딱딱한 달걀을 여기(잉단)에서 부화시켜라’란 것이다. 잉단의 모회사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시총 2조 기업인 오픈마켓 코고바이(Cogobuy)다. 주요 협력사로는 바이두, JD, 360,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브로드콤, 샤오미까지 다양하다.
2013년에 설립되어 직원 수만 700여 명이 넘는 잉단은 하드웨어 창업과 서비스 컨셉만 가져오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에대한 근거로 잘 갖추어진 심천 인프라와 만 개에 달하는 자사 네트워크(협력사)를 설명했다. 덧붙여 중국 최고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자부한다.
잉단 관계자는 ‘한 달 평균 방문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만 300여개 사다. 우리에게 제품 컨셉만 가져오면 디자인, 부품사 연결, 제조, 마케팅, 유통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더불어 미국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와 연계되어 효율적으로 론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창업자가 컨셉을 가지고 오면,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 및 이후 대량 생산까지 연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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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에서 만 개까지 만들어 드려요 … ‘시드스튜디오’
2008년에 설립된 심천 시드스튜디오는 최소 10개에서부터 10,000개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 및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에 대량생산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기업이다.
시드스튜디오는 레이저 커팅을 비롯해 3D프린팅 서비스, OPL, PCBA 프로토타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정 비용은 여타 중국 공장들에 비해서도 10~2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시드스튜디오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제조 스타트업과 제조분야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더불어 시드스튜디오는 제조 스타트업의 축제라 할 수 있는 ‘메이커 페어‘ 의 주최사이기도 하다. 메이커 페어는 규모로만 놓고보면 세계 최대 메이커 이벤트로, 올해 6월 행사에만 2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행사가 열린 심천 남산구 지역은 대규모 IT 산업단지인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로 조성되었으며, 시드스튜디오의 분원도 별도로 오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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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산업디자인 협회(SIDA)’, 심천 디자인 네트워크의 구심점
심천이 하드웨어의 성지라 불리는 이유는 산업 디자인과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및 진공 주조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즐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그만큼 제작 도구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천 디자인 네트워크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심천 산업디자인 협회(SIDA)’는 중국 10대 디자인 컨설팅그룹이라 할 수 있는 뉴플랜을 비롯해 레드닷 어워드와 iF 골드 어워드, IDEA 디자인상 등을 수상한 다수의 디자인 회사를 회원사로 두고있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및 중견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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