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창업 생태계의 거의 모든 것
“창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실패를 몰라야 되고, 의리가 있어야 되고, 고집이 있어야 하며, 함께하는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부산은 그런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창업자들의 도시다.”
7일 부산 센텀창업기술타운(CENTAP, 이하 센탑)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부산 창업 생태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크쇼(‘CENTAP, 창업의 날개를 달다’)가 개최되었다.
이번 토크쇼에는 지역 스타트업을 비롯해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미디어 대표들이 패널로 초대되었으며 부산시장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패널로는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 선보엔젤파트너스 오종훈 대표, 부산연합기술지주, 박성호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스타트업 대표로는 제로웹 이재현 대표, 로아팩토리의 이영준 대표, 바이맘 김민욱 대표, 로하 김경문 대표가 자리했다. 더불어 BK인베스트먼트 임성산 대표, K브릿지인베스트먼트 이동철 대표, 액트너랩 조인제 대표, 플래텀 조상래 대표, 파슬리 이재용 CTO 및 벤처캐피탈과 단디벤처포럼 권영철 회장가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과 개선점을 이야기 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기대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패널토론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국내 창투사가 117개가 있고 그중에 95%가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지역에 6개가 있는데 그중에 4개가 부산에 있다. 부산에서 100억 규모 부산 청년창업펀드를 운용 하고있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에게 묻겠다. 부산 지역 스타트업을 많이 만났을텐데, 부산 창업 생태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권혁태 쿨리지코너 대표 : 부산에서 펀드 운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곳에 연고가 있느냐는 거였다. 사실 없다. 부산출신은 아니지만 이곳에서서 업을 이어가는 사람으로써 부산이 좋다. 창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실패를 몰라야 되고, 의리가 있어야 되고, 고집이 있어야 하며, 함께하는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부산은 그런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창업자들의 도시다.
처음에는 좋은기업이 있으면 투자를 해볼까해서 부산에 내려왔었다. 그 과정에서 부산에 학교는 많은데 쪽집게 과외선생(벤처캐피탈)이 많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이곳에서 뭔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부산 스타트업은 발전속도도 빠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부산에 벤처캐피탈이 늘어나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지만, 학교로 따지면 초등학교만 많아진 느낌이다. 기업이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한 수준에 맞는 학교가 필요하다. 명문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등 체계적인 과정도 필요하지 않겠나. 그 부분이 개선되면 창업 생태계의 균형이 맞을거라 본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VC보다 전 단계의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고 키우는 액셀러레이터다. 최근에 데모데이도 했고. 오종훈 대표에게 묻겠다. 그동안 어떤 기업들에 투자했으며 그 가운데 부산 경남기업들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오종훈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 선보엔젤파트너스는 부산 경남지역 전통 제조기업(선보공업)이 설립한 액셀러레이팅 법인이다. 기획 단계에서 공동대표인 최영찬 대표와 동남권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팅을 고민했다. 동남권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의 핵심지역이자 인프라가 풍부하다. 또 제조업 관련 신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의 열망도 있다. 그런데 기술시장과 스타트업 시장에는 심각한 수급의 불균형이 있다. 서울과 대전 등에는 좋은 스타트업과 핵심기술이 있음에도 기술을 팔 수요처가 없고, 거꾸로 동남권 기업은 기술과 신사업에 대한 갈망은 많지만 기술을 어디에서 사야하는지 스타트업 생태계는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선보엔젤파트너스다.
올해 3월에 설립된 선보엔젤파트너스는 그간 5개 기업에 투자했다. 추가로 올해 2~3개 기업에 더 투자할 예정이고. 올해 투자한 5개 기업 모두 부산기업이다. 투자 대상은 동남권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제조기업과 융합해 기존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모기업이 선박분야 기업이기에 관련 기업을 그동안 눈여겨 봤다. 선박 분야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은 통신과 센서 등 IT분야이다. 예를들어 선박에서 카카오톡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무선연락을 하거나 월 300만원 짜리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에서 혁신을 일으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제조기반 기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동남권 7개 기업과 엔젤 네트워크(파운더스 하우스13 엔젤클럽)를 결성했다. 이들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려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 제조기반의 밸류를 넓힐 수 있는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려 한다.
제로웹은 1000억 밸류로 투자유치를 했다. 시리즈A 투자유치 당시 여러 투자사가 참여했다. 이재현 대표에게 묻겠다. 지역에 투자회사들이 있는게 도움이 되던가? 또는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기업들이 성공할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이재현 제로웹 대표 : 지역 벤처캐피탈이 초기 창업자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투자유치와 관련되어 지역 창업자들이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은 있다. 팁이라면 IR자료나 시장흐름을 먼저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VC마다 특성이 있다. 그것을 알아야 수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치다.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벤처캐피탈을 설득하려면 근거있는 수치가 필요하다.
로아팩토리는 프라이머로부터 초기투자를 받았고,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로부터 후속투자도를 받았다. 부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 동남권은 물류나 제조업에는 인력이 풍부하지만 IT인력은 많지 않다. IT인력 대부분이 판교나 서울로 가더라. 또 부산에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 서울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있고. 우리는 부산에서 계속 하고 싶었기에 인력수급이 늘 이슈였다. 우리는 부산에서 회사를 성장에키는데 집중하는 동시에 수도권에 터전이 없는 이들 중 능력자를 영입하고 있다. 그중에는 경력 10년차의 대기업 출신 개발자도 했다. 더 매력적인 회사가 되어 인재가 오고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려 노력중이다.
완성형의 창업 생태계는 정부나 지자체등의 마중물과 민간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박성호 대표에게 묻겠다. 부산연합기술지주회사는 개인투자조합으로 52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조합을 결성했는지도 궁금하고, 투자하고 싶은 좋은 스타트업들을 자주 발견하는지?
박성호 부산연합기술지주회사 대표 : 엄청나게 좋은 스타트업을 많이 만난다. 부산연합기술지주회사는 최초로 모태펀드 출자 개인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출범배경은 부산시의 TNT2030사업이다. 지역의 기술기반, 기술사업화, 기술창업의 선도 역할을 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공공과 민간의 허브와 매개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우리는 엔젤투자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부산 창업 생태계를 커버하려고 노력중이다.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부산에는 창업기업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단디벤처포럼이 있다. 단디벤처포럼은 부산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권영철 회장이 보기에 부산 창업계에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점을 이야기해 준다면?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회장 : 4년이 되어가는 단디벤처포럼은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창업동아리와 스타트업을 연결시키는 역할로 시작했다. 포럼의 메인은 대학생이고 나와 같은 스타트업 관계자는 서포터 역할을 한다. 포럼에서 네트워킹이 많이 이루어진다. 이는 포럼이 지향하는 바다. 이 과정에서 기업간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문화가 더 확대되었으면 한다.
바이맘은 소셜벤처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회사소개와 더불어 부산 창업 생태계를 이야기해 달라.
김민욱 바이맘 대표 : 수면은 온도와 습도 빛, 소리가 중요한데, 우리는 온도를 잡아주는 텐트라는 형태의 수면공간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추위에 취약한 에너지 빈곤가구를 위한 솔루션으로 시작했지만, 일반적으로 적용가능한 기술이라 판단해 현재 더 개선된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부산청년창업펀드의 투자를 받아 겨울철 온도만이 아니라 여름철에 습도, 소리 등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수면공간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은 수백 년 동안 외부 문물 대부분을 처음으로 접한 도시이자 전국에 전달한 도시다. 부산 창업가들의 역동성은 그런 문화에서 나온다고 본다. 서울에서 창업한 친구들에게 “우리는 광안리에서 아침을 먹고 동백섬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송도 앞바다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민족의 미래를 논한다. 어찌 미세먼지 속에서 창의적인게 나오겠냐. 부산으로 내려와라.”고 농담삼아 말하곤 한다. 부산에는 센탑 등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로하의 김경문 대표는 3년전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 얼마전 실리콘밸리도 다녀왔고. 부산에서 창업을 하여 좋은 점 혹은 다른 점에 대해 말해달라.
김경문 로하 대표 : 부산이 제일 좋은 점은, 야구로 치면 풀스윙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로하는 시니어를 위한 음성 메신저를 개발해 출시했다. 메신저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끝난 시장에 들어왔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는 그래서 더 기회가 있다고 봤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하기 어려웠을거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실패에 대한 고민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로하는 3할의 똑딱이 타자가 아니라 2할 타율의 홈런 타자를 지향한다. 세계적으로 창업이 융성하고 있는 도시는 대부분 바다와 인접해 있다. 배경에는 다른 것,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에 있다고 본다. 그게 부산이다. 이곳에서 다른것을 만들다 보면 하나는 터지리라 보고 그게 우리였으면 한다.
부산시는 조선, 기계, 자동차부품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산업이 발전한 도시다. BK인베스트먼트는 2006년부터 부산에서 창투사를 운영하면서 제조업 기반의 기업에 투자하고 육성해온 VC다.
임성산 BK인베스트먼트 대표 : BK는 5개 투자 조합을 결성해 670억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모기업(BN그룹)이 조선쪽이기에 관련 분야 투자가 많았다. 또 부산지역 대표 스타트업인 제로웹에도 투자를 했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게끔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 한다.
작년 연말에 중기청에서 마이크로 VC펀드 발표할 때 액트너랩과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가 선정이 되어 주목을 받았다.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이동철 대표에게 묻겠다. 그동안 몇 곳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나? 지역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는데, 수도권 지역과 차이점은 뭔가?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이동철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대표 : 케이브릿지가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로 VC 펀드는 궤도에 오르기 전 스타트업들에게 적기에 빨리 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올해 3월 부산시와 모태펀드의 도움으로 결성(170억 규모)되었다. 11월 현재 부산지역 6군데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이중에 3군데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 나머지 3군데는 제조분야 기업이었다. 이들기업이 제로웹처럼 커질거라 믿고있다.
부산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초기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쪽집게 선생이자 스타트업을 케어해주는 역할이다.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사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같은 사례가 좋은 예다. 이들과 우리같은 VC가 열심히 하면 부산 창업 생태계가 더 활성화 되리라 본다. 그리고 부산시의 역할도 매우 크다.
닷컴버블과 현재의 차이점이라면 액셀러레이터의 존재다. 액셀러레이터는 VC로 가기 전 담금질 역할을 하는 존재다. 액트너랩은 하드웨어 영역에서 활약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지역 생태계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조인제 액트너랩 대표 : 액트너랩은 국내 최초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비교적 성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자평한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인재다. 안타깝게도 부산의 가장 큰 문제도 그 부분이다. 특정 파트에 인재가 부족하면 힘들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프라적 보완이 지역에 이루어졌으면 한다.
작년부터 부산청년창업펀드의 결성이라든가, 센텀기술창업타운 조성,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의 부산 개최 등 부산 지역이 스타트업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플래텀은 창업자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 투자관련 소식도 다루고 있다. 또 영남취재본부도 부산에 두고 있고. 플래텀 조상래 대표에게 묻겠다. 올해 투자와 관련된 업계 분위기를 개략적으로 말해 준다면?
조상래 플래텀 대표 :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체 집계를 해보니 지난달(10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총 17건, 470.4억 원 규모(2건 금액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9월 236.8억 원, 8월 1246.9억 원, 7월 688.5억 원, 6월 768억 원, 5월 313.5억 원, 4월 1,332.5억 원, 3월 263.7억 원, 2월 483억 원, 1월 736.5억 원 순으로 2016년 누적 투자규모는 6,541.6억 원이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과 상장을 지원하는 플랫폼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KSM)’도 12월 14일에 문을 연다. KSM의 미래는 중국 신산반(新三板)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KSM과 같은 성격의 신산반은 중국의 장외 증권시장으로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신산반에 대거 몰리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차세대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시는 아시아 제 1의 창업도시를 표방한다. 앞서 나온 의견에 대해 시의 복안이나 방향성을 이야기해 준다면?
서병수 부산시장 : 부산에서 꿋꿋이 사업을 하겠다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맙다. 삼성, LG, 등 대기업도 부산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정도 크면 가버리더라.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굿이 서울에 안 가도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본다. 물리적, 정보적으로 차이가 현격히 줄었다. 부산의 개방성은 남다르다. 다른 도시가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최고 소리를 듣는 도시가 되게끔 시에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