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28. 스타트업,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가?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어느 벤처투자자의 수줍은 고백
“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부재(不在)는 혁신(革新)을 부른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인력, 시간, 자금 등이 부재한 궁핍한 상황은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게 만드는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이 돈이 없어서 마케팅을 못 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특허소송의 역사만 보더라도 특허를 공격한 측은 쇠락의 길을, 특허 공격을 받은 측은 성장의 길을 걸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노키아는 기존 R&D로 축적된 스마트폰 특허를 활용하여 애플을 공격하여 결국 재판에서 이겼다. 그렇지만 지금 현실은 저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린 몸이 되었다. 2010년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스마프폰의 강자 애플은 삼성에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판결을 일구어 내었다. 노키아와의 특허소송에서 이긴 강자 애플이 다시 약자를 공격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공격을 받은 삼성은 절치부심하며 연구개발에 매진하여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추월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묘하다. 혁신은 오히려 특허공격을 당한 측에서 일어났다. 특허공격을 받은 기업은 해당기업의 특허에서 벗어나고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그런 노력의 결과가 혁신으로 나타나고, 그런 혁신이 쌓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끈 것이다. 약간 빗나간 얘기지만 특허라는 것 자체가 방어용이기 때문에 그 용도를 벗어나 공격용으로 쓰게 되면 그때부터 기업의 혁신은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닐까? 정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혁신(Innovation)의 역사를 통해 우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 다수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코닥이 특허소송에선 이겼지만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그러니, 스타트업은 마케팅할 인적, 물적 자원이 없다고 혹은 네이버 때문에 카카오 때문에 할게 없다고 투덜대서는 안된다. 자원이 부족할수록 혁신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스타트업만의 스피드 있고 기발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도 부재에서 혁신을 만든 경우에 해당된다.
커피믹스까지도 남의 사무실에서 빌려 먹던 창업 초기 시절, 그는 앱 마케팅에 쓸 예산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고객들을 모으고 그 고객을 열광하는 팬으로 만들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넉가래(눈 푸는 삽)’ 경품 이벤트였다. 그 시절 눈도 많이 와서 시기상으로도 적절했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넉가래를 경품으로 내건 사례가 없었기에 ‘재미’ 요소도 충분히 있었다. 이 경품 이벤트에 고객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신규 고객들도 경품 이벤트에 참가했다. 경품 당첨된 사람들이 너무나 기뻐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경품 당첨자들에게 넉가래 경품을 보내준다고 하니 다들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즉, 그들은 배달의민족식 경품 이벤트 아이디어에 열광한 것이지 실제 경품은 안중에 없었다. 김봉진 대표는 돈 한푼 안 들이고 고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 시킨 이벤트를 한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이번엔’비타500′(걸그룹 소녀시대 얼굴이 인쇄된)을 경품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소녀시대 9명의 얼굴이 다 있는 ‘비타500’ 9개를 모아서 선물로 주는 이벤트. 실제로 ‘비타500’으로 소녀시대 9명의 이미지를 다 모으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전 직원이 편의점을 다 뒤져 9개를 맞춰 놓았다고 한다. 소녀시대 팬클럽에서도 난리가 났고,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더 열광했음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이 두 사례가 부재가 혁신을 부른 멋진 사례가 아닐까?
그렇다면, 고객을 확보하고 모으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물론 고객들의 문제와 고통(Pain Point)을 잘 찾아서 그것을 해결할 정확한 해결책(제품 또는 서비스)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는 전제 하에 중요한 것은 제품 사이클 상 초기 2.5%에 해당되는 혁신가(Innovator)를 빨리 확보하는 것이다. 혁신가들은 통상 그 제품의 품질 때문에 그 제품을 먼저 구매하는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먼저 사고 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자기만족이 아주 큰 사람들인 것이다.
신념을 구매하려는 혁신가들을 초기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몬 시넥(Simon Sinek)은 여기에 명쾌한 답을 해주고 있다. 혁신가들은 제품이라는 물건(What)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야 될 이유(Why)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이 사야 될 이유는 일종의 신념(Belief)과 같은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6시간씩 기다리면서 아이폰을 먼저 사려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폰의 첫 사용자가 되기 위함이다. 그들을 그렇게 움직이게 만든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이 스마트폰처럼 쓰이길 고민해 왔다. 그 당시 스마트폰이 충분히 스마트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은 또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아이팟과 인터넷, 전화가 결합된 아이폰이 나온 것이다. 고객들은 고객을 진정으로 생각해준 사용자 편의성이 극대화된 그런 스마트폰을 기다려 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의 고민을 해결해주려고 한 스티브잡스가 고맙게 느껴진 것이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아이폰을 초기에 기꺼이 구매한 것이다.
굳이 사이몬 시넥이 얘기한 골든 서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목적이나 대상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즉, 내적동인이 변화에서 우선이란 얘기이다. 마케팅도 그 내적동인부터 시작해야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고 혁신가들과 초기 수용자(Early Adapter)를 흡수해서 거대 시장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해결하고자 한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동일하게 느낀 첫 고객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애플의 충성고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신념을 흡수했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높은 질적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마케팅을 잘 못해서 성공 못했다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마케팅으로 그 제품을 알렸다고 해도 그 다음은 제품의 힘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품이나 서비스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주 쫄투에 출연한 재능거래 마켓 플레이스 ‘크몽’의 경우가 거기에 딱 맞는 사례일 듯 싶다. 크몽의 박현호 대표는 두 번의 사업 실패로 고향 지리산에 칩거하며 1년 반 동안 ‘재능거래’ 관련 플랫폼 사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혼자 개발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쉽게 재능을 찾고, 구매결정하고, 취소 환불하는 것을 신경써서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비록 디자이너도 채용 못하는 환경이었지만 말이다. 남들이 보면 아주 후져 보일 수도 있는 웹사이트였지만 그래도 일단 사용해본 고객들은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던 찰나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신문 사회면에서 재능거래 사이트들이 재능거래란 명목 하에 성적인 거래용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기사가 뜨면서 크몽이 제일 앞에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본 남성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크몽 사이트에 폭주했다고 한다. 그런데, 개발자 출신이 만든 크몽 사이트에는 성적인 것은 전혀 없고(필터링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 대신 아주 싼 가격(5,000원)에 살 수 있는 다양한 꺼리들이(명함제작, 로고 디자인, 보도자료 작성 등) 존재하고 있었다. 혹시나 한 고객 중 일부는 그것을 재미 삼아 구매하게 되었고 그것이 고객 기반이 넓혀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엔 월간 재능거래가 억대가 넘는 마켓 플레이스로 성장하였다.
자원이 한정적이라 마케팅할 방법이 없다고 변명하지 말라. 그것 보단 기발한 마케팅 방법을 고안해내지 못한 자신의 열정을 탓하는 것이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낫지 않을까? 제일 나쁜 것은 자신이 만든 고귀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세상에 알리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수백 개의 걸그룹 중에서 일베의 논란을 딛고 자신을 알린 크레용팝처럼, 고포류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리 잡은 2000년대의 한게임처럼, 일단 제품을 알리고 쓰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일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악평은 그나마 악평할 만한 애정이 있으니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이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연약한 스타트업에겐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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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B 민영화, 그리고 한편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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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투자의 기초
- 닷컴 그 늪에 빠지다.
- 글쓰기, 그리고 홍보팀으로 버려지다
- 벤처캐피탈과 사주
- 스타트업과 인센티브
- 네 번의 청혼, 한 번의 승낙
- 창업자의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
- 영화투자와 M&A의 갈림길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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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링의 즐거움, 그리고 번개장터 장영석
- 사업계획서 작성, 모방과 훔치기
-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위크엔드 기획자 참가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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