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29. 왜 창업을 하는가?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어느 벤처투자자의 수줍은 고백
“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지난 연재 글(스타트업,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가?)이 제법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지난 8월말부터 연세대에서 창업 관련 코스를 하나 맡아서 하던 중 마케팅 관련 시간에 떠든 것을 엮어 봤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내 글로 페이스북 ‘좋아요’ 370 여 회를 넘어 본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 신난다. 그 영향 때문인지 왠지 이번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힘이 살짝 들어 갔다고 해야 할까? 아홉 수라서 그런가? 힘을 빼야 되는데.
그런데, 이번에도 어려운 주제이다. ‘왜 창업을 하는가?’ 창업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창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떠드는데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그래도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인생 마흔 넘게 살아오면서, 그것도 벤처캐피탈에서 숱한 창업 스토리와 실패를 봐 왔었고, 그런 경험을 조금 이나마 예비 창업자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 생활이 짜증 나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아니면 무슨 이유로 창업을 하는가?
스타트업 생태계가 예전에 비해 좋아짐에 따라 주위에 창업을 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묻곤 한다. 왜 창업을 합니까? 이 질문에 대답을 잘 하는 분들이 의외로 적다.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딱 맞아 떨어지는 정답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름의 정답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1994년에 아마존을 시작하는 결정은 생각보다 쉽게 했다. 이때 나는 “후회 최소화”라는 생각 방식을 사용했다. 80살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후회를 최소로 줄일까 생각하면 된다. 내가 80살이 되었을 때 아마존을 만들려고 시도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세번 째 스토리인 ‘죽음’에 대하여 얘기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의견에 휩쓸려 여러분 내면의 소리가 매몰되도록 하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외 다른 모든 것들은 부수적인 것이지요.”
한게임과 카카오를 만든 김범수 의장은 “성공이란, 행복이란 도전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했다. ‘승려와 수수께끼’를 쓴 랜디 코미사도 창업이라는 것은 긴 여정이란 얘기를 했다.
위에서도 언급한 위대한 창업자들이 창업을 얘기하는데 ‘돈’, ‘성공’, 그리고 ‘명성’ 얘기는 없다. 그들은 한결같이 ‘후회 없는 인생’,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도전하는 과정’ 얘기를 했다. 그들이 이미 거부가 되었기 때문에 그 부와 명성에 걸맞은 ‘철학’을 억지로 붙인 것이라 생각되는가? 절대 아니다. 그들은 다시 지금 이 순간을 산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찾고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을 분들이다.
여기서 예비 창업자들은 ‘왜 창업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창업을 하는 이유에서 돈과 성공이 최우선으로 다가와서는 안된다. 목적과 결과만 쫓아 가기엔 창업은 너무나도 고된 길이다. ‘돈’이란 결과만을 쫓아 가는 것은 모든 조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기나긴 여정을 가는데 강력한 내적동인이 있어야 한다. 그 내적동인은 흔히 큰 꿈으로, 비전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 강력한 동인에 이끌려 조직원들이 하나로 뭉쳐 열심히 사업에 매진하다 보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Simon Sinek의 표현을 빌리면 창업을 하는 이유(Why)를 명확히 이해하면 어떻게(How) 해 나가야 할지 알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해 나가면 언젠가 성공(What)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다.
내가 멘토링을 할 때나, 창업 관련 수업을 진행할 때나 첫 시간은 항상 ‘왜 창업을 하는가’로부터 시작하는 이유도 창업자들로부터 창업을 하게 된, 창업을 이끌어 가는 내적동인을 확인하고 일깨워 주기 위해서 이다. 그런 중심축이 있어야 과정을 즐길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과정 상에서 얻는 것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왜냐면, 창업자 본인은 자기가 가장 원하는 일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연령대에, 인생의 후회 없이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창업 실패에서 오는 반대급부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창업은 나이가 어릴 때, 타격이 별로 없을 때, 적은 비용으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정신에 입각하여 하는 것이 좋다.
실제 벤처투자자이면서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로도 불리는 랜디코미사가 창업자와 나눈 얘기를 토대로 쓴 ‘승려와 수수께끼’는 참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에 나오는 문구로 오늘 글을 마칠까 한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지 그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하는 것 그게 바로 목적이죠. 그러니 우리에겐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No Time To Waste.”
[divide]
- 연재를 시작하며
- KTB 민영화, 그리고 한편의 詩
- 벤처캐피탈 입문
- 미뤄진 인생계획
- 영화투자의 시작
- 벤처투자의 기초
- 닷컴 그 늪에 빠지다.
- 글쓰기, 그리고 홍보팀으로 버려지다
- 벤처캐피탈과 사주
- 스타트업과 인센티브
- 네 번의 청혼, 한 번의 승낙
- 창업자의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
- 영화투자와 M&A의 갈림길에 서서
- 길거리 캐스팅, 그리고 IDG
- 벤처캐피탈의 자녀 금융교육법
- 두 번의 죽을 고비, 그리고 무한 긍정의 힘
- 쇼트트랙 넘버3의 행운
- 어떻게 살 것인가?
- 벤처캐피탈과 겸손
- 초대받지 못한 파티, 그리고 쫄투의 인연
- 창업스쿨을 열다 – 린스타트업 방식의 접근법
- 잠깐 쉬어가자
- 발상의 전환과 실행력
- 멘토링의 즐거움, 그리고 번개장터 장영석
- 사업계획서 작성, 모방과 훔치기
-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위크엔드 기획자 참가기 (1/2)
-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위크엔드 기획자 참가기 (2/2)
- 스타트업,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