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37. 까여도 인연이면 만나게 된다 – 코코네 투자 뒷 이야기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어느 벤처투자자의 수줍은 고백
“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1월 21일 오전 7시 30분 김포공항. 오전 9시 도쿄(하네다 공항) 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간에 도착했다고 자위했다. 부칠 짐이 없어 키오스크 데스크로 가서 항공권 예약번호를 입력했더니 내 이름이 뜬다. ‘다음’ 버튼을 누르니 여권을 스캔하라고 나온다. ‘으악!’ 여권이 없다. 회사 서랍안에 두고 그냥 오다니. 머리가 멍해진다. 앞으로 남은 시간 1시간 30분. 대한항공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권 없으면 안된단다. 급히 공항을 뛰쳐나와 택시를 잡았다. 양재에 있는 회사까지 30분 안에 주파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택시는 여의도까지는 88도로를 시원스레 달린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7시 50분, 51분, 52분 넘어가면서 이미 난 포기했다. 택시 기사분 들을까봐 도저히 택시 안에서 예약취소 전화를 못하겠더군. 일단 회사 직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예약 취소해 달라고.
회사에 오니 8시 20분. 오히려 포기하니 마음이 편했다. 회사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여유를 갖고 다음 항공편을 검색했다. 천만다행으로 12시 10분 비행기가 있다. 바로 예약을 하고 다시 택시를 탔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김포공항을 두번 왕복했다. 와이프는 늙어서 그렇단다. 쩝. 내가 벌써 이 지경이라니.
덕분에 오늘 글 쓸거리가 완전 흐트러 졌다. 글 방향을 틀어야 하나. 원래는 ‘사업 아이디어와 시장기회 사이에서’ 란 제목으로 쓰려 했는데. 그래, 사업도 원래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잖아. 그 순간 순간 순발력과 판단력이 중요한 것이지. 그러니 사업이 스릴있고 재밌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번 일본 출장은 우리 펀드 투자사인 코코네 방문차이다. 2012년 4월 코코네 투자검토를 위해 오던 때가 생각난다. 그땐 참 멋 모르고 왔었는데, 이젠 월매출 10억원도 넘어서고, BEP도 돌파하고 해서 참으로 맘 편하게 놀러 온다.
지난 2012년 2월 어느 무렵, 사무실로 컴퍼니K 이강수 부사장이 사무실로 놀러 왔다. 이런 저런 업계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다 모바일 게임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보여달랬더니 ‘레알 에이전트’ 라는 게임을 보여준다. 음, ‘Rule the Sky’ 만든 팀에 있었던 조성준 이사가 코코네에 합류해서 만든 첫 게임이란다. 얼핏 보니 일본풍이 조금 나지만 제법 잘 만든 전략 카드게임이었다. 이게 내가 처음으로 접한 코코네의 모습이다.
나와 함께 있는 박광일 파트너가 그 게임에 대해 이런 저런 코멘트를 많이 해 주었다. 참고로 박파트너는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을 만렙까지 찍는 친구다. 그리고, 얘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 회사에 대해 제법 중요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NHN 재팬을 만들고 키운 천양현 회장이 퇴사하고 일본에 만든 게임회사라는 얘기 말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급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강수 형님, 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아 이게, 우리랑, NHN 인베스트먼트랑 에이티넘이랑 이렇게 컨소시엄 이뤄서 하고 있는데…”
“우리 좀 끼워 줄 수 없어요? NHN 인베스트먼트 황박사도, 에이티넘 정민재도 다 잘아는데 한번 같이 가시죠?”
“아. 그래요. 한번 알아볼께요”
그렇게 컨소시엄에 들어가길 기다리며 며칠을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컨소시엄에 끼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참 기분이 묘하다. 투자하려고 열심히 구애하다 스타트업에게 까이면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는데 같은 동료 VC에 까이니 기분이 쫌…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울분을 삼키는 수 밖에.
그렇게 울분을 참으면서도 난 코코네의 ‘레알 에이전트’와 다른 게임인 ‘포켓콜로니’에 빠져들었다. 게임 레벨을 상당히 올려 놓으며 코코네에 대한 혼자만의 짝사랑을 키워가고 있을 무렵인 2012년 4월초 기존 컨소시엄의 코코네 투자가 여러 이슈로 인해 무산되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바로 에이티넘으로부터 코코네 코리아 담당자 연락처를 건내 받고 미팅을 잡았다. 그렇게 만난 게 2012년 4월 4일. 코코네 코리아 사무실에서 김성훈 대표와 조성준 이사를 만났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주로 일본 출장 일정을 잡았다.
2012년 4월 9일, 투자금액이 커 IDG만 가기가 그래서 블루런의 황정준과 함께 일본 도쿄 코코네 본사를 방문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천양현 회장으로부터 회사의 Vision, 방향, 그리고 향후 라인업에 이르기 까지 자세히 듣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천회장이 한마디 한다.
“이거 얘기 더 진척되면 한국가서 IR 해야 되죠?”
“아닙니다. IDG는 파트너가 저랑 박파트너 둘이라 이게 IR이죠.”
“아 그래요?”
“찾아가는 IR 서비스 입니다. 뭐 먼데까지 올 필요가 있나요? 하하.”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잘 준비를 해두는 건데…”
그리고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거래처 제휴 관련 민감한 부분도 있어 NDA(비밀유지계약서)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저녁 식사 중에 NDA에 사인해 주었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열심히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준비를 해서 투자 승인을 하게 되었다. 물론 함께하려 했던 블루런과는 할 수 없었지만 우리 단독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자금 2백만불은 2012년 6월 집행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3년 10월 28일, 압구정 한 식당에서 천회장을 만났다. 회사 돌아가는 얘기도 듣고 일본 얘기도 듣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장님, 포켓콜로니 매출도 증가하는데 마케팅 한번 세게 때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그래서 나름 준비는 해 두고 있는데요…”
“뭐 이때 투자 한번 더 받으실까요?”
“어디 좋은데 있나요?”
“소프트뱅크가 아직 일본에 투자한게 없는 것 같아요. 팬아시아 펀드는 갖고 있는데 아직 본사가 있는 일본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잘하면 될 듯 한데요. 마침 소프트뱅크의 강동석 부사장도 잘 아는 사이고요.”
“저도 예전에 한번 뵌적이 있는데요”
“그럼 혹 내일 오후 시간되세요?”
그렇게 해서 그 다음 날 오후 2시에 나와 천회장은 소프트뱅크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1월 소프트뱅크가 50억원을 코코네에 투자했다. 그리고, 투자 언론 보도가 있은 바로 그날 난 도쿄 롯본기 코코네 사무실에 있었다.
“회장님 그때 기억 나시죠? 그때 우리가 그 컨소시엄에 안 까였으면 우리한테 이런 기회도 안왔을 거예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아닙니까?”
“참, 지난 달 매출 14억원 넘었다면 서요?”
“그러게요. 안그래도 매출 10억 넘으면 전직원 오키나와 가기로 했는데 함께 가실레요?”
“뭐, 불러만 주신다면요. 하하”
“글쿠 소프트뱅크 소개로 최근 인수한 슈퍼셀도 잘 하면 소개받아 갈 것 같은데…”
“진짜 핀란드 슈퍼셀은 한번 가보고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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