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02] “창업은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보는 과정!” IDG Ventures Korea 이희우 대표
플래텀이 창간한지 얼마 안되던 시점인 지난해 초는 콘텐츠 수급에 애를 먹던 기간이었다. 40여 명에 가까운 필진이 있지만, 마감일이 따로 없는 시스템인지라 스케줄을 짜는게 난관이었다. 그때 반가운 제안이 들어왔다. 현직 VC 대표가 플래텀에 장기 연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준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거의 매주 양질의 콘텐츠가 확보된다는 기꺼움과 더불어 ‘우리에게 왜?’라는 의문이었다. 제안을 해준 대표는 더 큰 매체에서 많은 원고료를 받으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비도 없는 작은 매체에서 연재를 해주겠다니!
이렇게 플래텀 최장기 연재물인 ‘이희우의 쫄지마! 인생(이하 쫄지마 인생)’이 시작되었고, 플래텀과 IDG Ventures Korea 이희우 대표와의 인연도 시작되었다. 이대표는 연재 시작 단계에서 1년 간 기고를 할 생각이며, 총 40편을 구상중이라고 했고 이는 그대로 지켜졌다. 2013년 2월 1일 ‘연재를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등장한 쫄지마 인생은 올해 2월 17일 정확히 40회로 마감되었다.
이희우 대표를 만나 연재마감에 대한 소감과 함께 스타트업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플래텀의 최장기 연재물 ‘쫄지마 인생‘이 지난 17일 총 40화로 마감 되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연재를 해주신 건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시원섭섭해요. 처음엔 꼬박꼬박 마감을 해야한다는 것이 어느정도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글거리를 시의 적절하게 잘 골라야 하는 것도 그랬고요. 글을 쓴다는 것이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작업이잖아요? 실제 활자로 만드는 것은 얼마 안 걸리지만 구상하는 게 오래 걸렸어요. 그러던 게 끝나고 나니까 좀 허전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이 스트레스기도 하지만 해소법이기도 하잖아요?
연재가 마감된것은 2월 중순이지만 1월 말에 써놨는데요. 2월 초에 시간이 좀 생기니 조금 허전해지더라고요.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뭔가 주제를 바꿔서라도 계속 쓰긴 해야 할 것 같아요.
플래텀에서 해주시는 거겠죠? 저희는 대환영입니다(웃음). ‘쫄지마 인생’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연재 서문에서도 얼핏 밝혔는데요. 지난해 1월 30일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 책 내용에 감응을 받아 뭔가 하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뜩 든 생각은 ‘한국판 승려와 수수께끼를 한 번 써보면 어떨까’라는 거였고요. 그 마음으로 1월 31일에 글을 확 썼고 2월 1일부터 연재가 시작된 거죠.
연재를 시작한 것도 무척 린(lean)했네요.
결정을 했으면 빨리 실행을 하라는 게 승려와 수수께끼의 메시지기도 했어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플래텀은 신생매체입니다. 플래텀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식 연재물로 쓰는 건 저도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마이너 매체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아, 마이너 매체로 표현해서 미안합니다(웃음). 솔직히 그랬어요. 아주 크고 잘 알려진 매체보다는 작은 매체에서 연재를 시작해 함께 커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저희가 작은매체라는 건 사실입니다(웃음). 생각하시기에 같이 커 가는 느낌을 좀 받으셨나요?
네 같이 큰 것 같아요. 요즘 플래텀 트래픽도 많이 늘어난듯 싶고요(웃음). 규모있는 미디어에 가면 내 글이 그 매체의 트래픽을 빌리는 거잖아요? 저는 그것보다 내 글로 인해 트래픽과 독자가 발생하는게 좋다고 봤어요.
쫄지마 인생으로 인해 플래텀의 독자가 분명 늘었다고 봅니다. 감사드릴 부분이고요. 이번 연재물을 책으로 낼 예정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몇몇 출판사와 접촉 중이에요.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는 한 달 안에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스타트업 관련 도서의 독자층은 얇고 범용적이지 않잖아요? 그게 고민이긴 해요. 사실 승려와 수수께끼 컨셉을 잡은 이유도 범용성을 염두에 뒀어요. 투자자로서의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주욱 풀어가면서 그 사이에 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담으려 노력했는데요. 투자 이야기만 나열해 놓으면 딱딱하고 재미없어요. 그래서 사이사이 제가 살아온 인생을 좀 녹아들게 썼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층이 얇아서 조금 고민이 있어요.
혹여 쓰지 못한 주제가 있으신가요?
꽤 되죠. 리스트 뽑아 놓은 게 꽤 있어요. 첫 편을 쓰기전에 제목을 뽑아놓은 것만 40편이 넘습니다. 처음부터 첫 글과 마지막 글을 어떻게 쓸지 컨셉을 잡아두고 시작했어요. 못쓴 주제 중에 공개하기 예민해서 못 쓴 것도 있고요. 쓰고 싶었던 것 중에 스타트업 벨류에이션 관련 내용도 있어요. 이 스타트업은 왜 10억이고 여긴 왜 30억이고, 그것의 함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애초에 40편으로 정해놓은 것 안에 넣기에 타이밍이 애매했어요. 연재기간 중 중간중간에 치고 들어간 내용들이 있어서 밀렸죠(웃음).
연재에는 누락됬지만 책에는 들어가길 바라봅니다. 책 제목은 정하셨나요?
가칭이긴 한데요. [창업, 너의 업을 ‘쫄지말고’ 일으켜라] 로 가볼까 싶어요. 추가될 내용도 많을거에요. 대표들 포트폴리오. 투자 이후 매니지하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어요. 연재에서 타이밍이 안맞아서 누락됬거나 뒤로 밀린것들도 있고요.
지난 연재에 못 담은 글들은 다음 연재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하하. 지난 연재가 투자자 입장에서 글을 썼다면, 다음 연재에는 ‘창업일기’로 가 볼 생각이긴 해요. 얼마전 법인이 된 ‘먼데이펍’의 구성원으로써 겪게 되는 이야기죠. 처음에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고, 팀빌딩은 어떻게 됐고, 사업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런 과정을 담으면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40화의 연재를 모두 에디팅한 입장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대표님 글은 건드릴 곳이 없었어요. 믿고 발행하는 콘텐츠였다고나 할까요? 본인만의 글 쓰기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뭘 말씀드려야 할지. 그저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게 세 가지 있어요. 첫째는 무조건 솔직해야한다는 거에요. 거짓이 없어야 하죠. 그래야 진심이 통해요. 둘째는 쉽게 써야 한다는 거에요. 좋은 글은 어렵게 잘 쓰는게 아니라 쉽게 잘 읽히는 글이에요. 독자들은 잘 읽히지 않는 어려운 글을 싫어해요(웃음). 솔직히 어렵게 쓰려고 마음먹으면 진짜 어렵게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글은 독자들이 읽지를 않죠. 글이 잘 읽히는 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세 번째는 독자들에게 찡한 감동 같은 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대화체를 넣는다던가, 내 실수담을 넣는다던가 시도를 했어요. 독자들은 글쓴이의 실수담을 좋아해요. ‘이 사람도 평범하구나’, ‘별 것 아니구나’ 하고요. 그런데 단순한 실수담이 아니라 그 안에 인사이트있는 것이 보일때 감동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생각하면서 써요.
대표님은 현직 투자자십니다. 대표님만의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요?
딱히 기준이라고 할 것은 없어요. 계속 바뀌고 있고요. 처음에는 잘 모르면서 투자한 것도 많아요(웃음). 다만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새삼스레 느끼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스타트업에도 단계가 있잖아요? 성장한 단계, 성장 중인 단계, 시작된 단계 등등. 이중에 3년 이내 초기기업들에서 종종보는 것이 창업자들 간 반목이에요. 서로 캐미가 안맞아, 투자 끌어온다고 하고 왜 못 끌어와, 지분은 누가 가지네 마네, 뭐 그런걸로 싸우더라고요. 그렇게 판이 깨지는 스타트업을 많이 봤어요. 결국은 팀이 얼마나 결속력이 있고, 리더십이 있는 창업자가 있어 제대로 끌고 가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잘되는 팀은 내외부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구심점을 딱 잡고 가요. 그래서 사람이라고 말씀드린 거에요.
여러곳에서 IR심사위원 역할도 맡고 계시잖아요? 스타트업에게 ‘이것만은 하지 마라’는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정말 많지만, 우선 발표자 스스로가 부정적인 용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들어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인데 누가 좋다고 해서 해보려고 한다’ 던지, 또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떨리고요’, ‘이런건 처음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준비를 못했다’ 등 뭐 이런 모습이에요. 그럼 발표를 하지 말아야죠. 스스로가 아마추어임을 밝히면서 시작하는거에요. IR은 수업시간 발표가 아니에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신뢰가 생길 수가 없는 모습입니다. 아이템, 시장분석 등 할 얘기는 정말 많지만 우선 이 부분 만큼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얼마전 팟캐스트 방송 쫄투(쫄지말고 투자하라)가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방송에 들어가는 비용 모두 사비로 충당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혹 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함께하는 호스트들이 갹출해서 진행하고 있죠(웃음).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작지만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이라서에요. 솔직히 쫄투는 많은 사람이 보는 팟캐스트 방송은 아니에요. 하지만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쫄투를 통해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으면 해요. 실제 이루어진 경우도 많고요.
‘쫄투’ 뿐만 아니라 ‘쫄지마, 창업스쿨’도 운영하고 계신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쫄지마 창업스쿨을 통해 만난 강하늘 대표(와이디어)가 2기인가 3기 제잔데요. 그전에 다른 모임에서 강대표를 멘토링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지금까지 만든 IR 자료 다 뜯어고쳐야 된다’고 밤새 알려줬죠. 물론 저는 중간에 잤어요(웃음). 그런데 강대표는 안자고 작업을 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제가 조언한대로 다 고쳐져 있었고요. ‘어, 이 친구 영리하고 근성있네’ 싶었죠. 그래서 쫄투에 초대해 출연을 시켰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서 쿨리지코너에서 투자를 받게 됐어요. 투자 받는 과정에서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많은데요. 쿨리지코너 권혁태 대표가 강대표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영리한 창업자고, 서비스 다운로드도 40만이 넘는데 그렇게 만드는 것 쉽지 않다. 그걸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더 쉽지 않고. 코딩 생성도 어려운건데 그걸 다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분명 능력있는 창업자’라고 긍정적 피드백을 줬어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투자가 됐어요. 이런 케이스들이 꽤 있어요.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스타트업은 영어로 보면 ‘스타트(start)’와 ‘업(up)’이 잖아요? 일단 시작을 해야 해요. 그리고 시작을 했으면 위로 올라가서 성공을 하는 게 스타트업의 본질인 것 같아요. 시작은 빨리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되요.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그리고 빨리 시작해야 타격도 적죠. 그리고 시작을 했으면 슬림하고 린하게 가야한다고 봐요. 린(lean)은 기름기 빼고, 군살 빼고, 빠르게 가야 한다는 거에요 . 그런 식으로 거품빼고 가야해요. 겉멋 들지 말아야 하고요.
인생 한번 사는 거 쫄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살았으면 해요. 쫄지마 인생에서 누누이 강조했지만,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살려면 내면이 강해야 해요. 내면적으로 확신이 든 상태에서 과감히 시도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에요. 단 창업을 위한 창업을 종종 보는데요. 그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인생은 짧아요. 시간도 빨리가고요. 그리고 인생은 남이 살아주지 않아요. 자기가 사는 거죠. ‘쫄지말고’ 마음 편하게 영위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다 실수를 하게 마련이니 좌절하지말고요. 창업이란 것이 자기것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보는 과정이잖아요? 기왕 한 번의 인생을 사는데 자기 것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요. 대표님, 다음 연재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웃음).
저도 그러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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